슈퍼매치의 막이 오른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18일 오후 3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7라운드를 벌인다. 슈퍼매치는 K리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흥행의 보증수표다. 1996년 이후 20년 동안 72차례 치열하게 맞붙어 176골이 터졌다. 시즌 첫 슈퍼매치는 지금까지 19번 열렸는데 양 팀은 똑같이 25골을 주고받았고 무득점 경기는 단 한 번(2000년 대한화재컵) 나올 정도로 늘 화끈했다. 2015년 첫 슈퍼매치를 앞두고 양 팀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수원)과 '씨드'(서울)가 '썰전'을 벌였다.
◇ 염기훈 vs. 박주영
아길레온(이하 아) : 서울이 믿는 공격수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사라졌던 김현성이라니 안쓰럽군.
씨드(이하 씨) : 무슨 말이야. 15일 대전과 홈경기를 못 봤나. 후반에 박주영-김현성 투 톱의 호흡은 인상적이었다고.
아 : 아~~. 최근 3경기에 나와 슈팅 1개에 그친 공격수(박주영) 말이지? 유일한 슈팅이 페널티킥이었으니 그래도 성공률은 100%네.
씨 : 최용수 감독이 원톱을 쓸지 투톱을 쓸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박주영이 살아나고 있다는 거야. 지금까지 박주영은 슈퍼매치에서 5골을 넣었지. 양 팀 통틀어 유일하게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기도 하고.
아 : 과거 과거일 뿐. 지금 염기훈은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4골 4도움)야. 정규리그에서만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고. 요즘 유행하는 '염기훈>>>>넘사벽>>>>박주영'(염기훈은 박주영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의미)이라는 말도 몰라?
씨 : 염기훈?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완벽한 오른발 찬스에서 왼발 슈팅을 때린 '왼발의 맙소사'(염기훈의 왼발을 비아냥대는 표현) 말인가? 허정무(당시 대표팀 감독)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아직도 땅을 치고 있다던데?
아 : 아무리 그래도 박주영의 브라질월드컵 '따봉' 정도는 아니지. 염기훈은 15일 울산 전에서 45분만 뛰어 체력도 아꼈어. 서울을 잡을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고.
씨 : 우리도 차두리-김치우 다 쉬게 하고 대전을 잡았지. 요즘 가장 뜨거운 국민 스타는 차두리 아냐? 수원 팬들도 차미네티어의 질주를 보고 싶지 않을까.
아 : 무슨 소리. 왜 차두리가 올 시즌 마치고 은퇴해야 하는 지 그 이유를 염기훈이 몸소 증명해 보일거야.(염기훈은 왼쪽 공격수, 차두리는 오른쪽 수비수라 경기 내내 맞대결 예상됨)
◇ 이번에도 극장축구?
씨 : 수원은 올 시즌 전경기 실점이잖아? 서울은 최근 3경기에서 1실점 뿐이야.
아 : 우린 한 골 먹으면 두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야. 서정원 감독도 "먹히면 넣으면 된다"고 선언했지. 우린 10명이 고르게 골을 나눠넣고 있어. 공격력이 빈약한 서울은 꿈또 못 꿀 일이지.
씨 : 너희는 '퐈이야'(정성룡을 조롱하는 말) 정성룡(부상 중)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쯧쯧. 그래서 내일 '퐈이야'는 나오시나.
아 : 극비야. 경기장에 와서 직접 보라고.
씨 : 뭘 기사에 다 나오던데. 못 나온다고. 아쉽군. '퐈이야' 함성을 내지르고 싶었는데.
아 : 대신 '따봉'을 크게 외쳐주지. '윤성효 부적'(수원이 윤성효 감독 시절 서울에게 워낙 강해 이 말이 유행)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게 해주겠어.
씨 : 서정원 감독 부임한 이후엔 최용수 감독이 우위라는거 몰라? 5승1무1패로 완전히 역전했다고. 기(氣)에서도 최 감독이 더 강해보이지 않아?
아 : 서 감독도 예전의 서 감독이 아니야. 과감하게 승부수도 던질 줄 아는 전략가로 변신했다고. 수원이 올 시즌 괜히 '극장 승부'(종료직전 골이 많아 극적으로 이긴다는 의미)가 많은 것이 아니야.
씨 : '원조' 극장 축구는 서울이지. 가장 최근 슈퍼매치였던 작년 11월 고요한의 종료직전 결승골을 기억해? 2007년 박주영의 해트트릭. 2008년 기성용의 캥거루 세리머니 등등 우린 슈퍼매치에서 기분 좋은 추억이 너무 많아.
◇ 진짜 베테랑을 가리자
아 : 기억력이 좋지 않군. 2008년 겨울 눈 내리던 날. 서울을 꺾고 우리가 우승컵을 들었지. 난 김진규의 퇴장과 자책골(김진규는 수원 상대로 2번의 자책골)이 더 생생한데?
씨 : 김진규가 많이 바뀌었어. 작년 주장을 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아 : 퇴장과 자책골의 대명사인 김진규가 부디 우리 서포터 응원을 듣고 흥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씨 : 뭐라고? 슈퍼매치에서 가장 많은 경고를 받은 선수가 누군지 알아? 너희가 레전드라고 칭송하는 곽희주야. 옐로카드를 무려 8장이나 받았다고. 김진규는 그 절반인 4장이야. 그나저나 곽희주는 요즘 뭐해?
아 :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지. 경기는 아직 못 뛰지만 후배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고. 중앙수비수로 변신한 양상민도 곽희주 조언 덕분에 쑥쑥 기량이 늘고 있고.
씨 : 우리 차두리처럼 경기를 뛰면서도 얼마든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데. 곽휘주는 체력이 약한가보네. 차두리 하니까 정대세의 어처구니 없는 퇴장도 떠오르네. 그때도 빅버드였지?
아 : 정대세도 달라졌다고. 더 이상 '탐욕왕'이 아니야.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야.
씨 : 야 근데 너 몇 살이냐. 나 2004년생이야. 왜 반말하니.
아 : 아~~ 그러세요. 연고지 버리고 도망가던 해에 태어났구나.(서울이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 이전) 앞으로 '북패형'(서울의 연고지 이전을 비하하는 말. 북쪽의 패륜이라는 뜻)이라고 불러줄께. 빅버드에서 만나요. 북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