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건이 말투 너랑 완전 똑같아. 봐, 성격도 똑같아. 남자친구와 한 문자 내역을 보여주며 떠들어대던 네 그 애석한 말이 아직도 뚜렷하다. 뽀뽀 하고 겹쳐서 잠이 들며 그에 심장 박동을 헤아리고. 동성 커플을 보면 시선과 관심을 유도하고. 매일을 업어주며 안아주며 달래주며. 우리 이러다 선 넘겠다, 했던 너인데. 두 시간 내도록 손 잡고 강가를 거닐던 우리인데. 이젠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피해 다니기에 바쁘네. 내가 너를 그 남자와 이어주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오늘과는 달랐을까. 너만 보면 무시하고 지나치는 지금의 나를. 어쩌면 내가 그 때 그랬더라면, 넌 마주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그래도, 야. 너는 기분 나빠하지 마. 괜히 나를 붙잡고 속상한 표정 지어 보이지도 마. 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너를 끊어낸 거야. 나는 너를 알아. 너는 이해 타산적이고 매정한 아이야. 아주 조금의 호의로도 쉽게 남자를 사귀는 여자야. 그럼에도 결과없이 전부를 쏟아낸 나를 자괴감에 빠뜨렸던 여자야. 오직 너만이 나를 벼락 끝으로 몰고 갈 수 있었어. 고작 성별, 그 하나로. 모든 걸 소설로 풀어내려 해도 전혀 풀어지지가 않더라. 나쁜 년. 내 인생의 최악. 다신 엮기고 싶지 않은 아이. 정말 우리 마음이 닿기는 닿았냐. 두 번은 거쳐가기 싫은 너지만 이건 묻고 싶더라. 내가 그저 아주 조금 더 간절했었던 것 뿐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야 널 더 더딤 없이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4년간의 짝사랑은 대체 어딜 가야 보상 받을 수 있는 거니. 그 얼굴, 성격. 모두 다 넌더리가 나고 신물이 나지만. 오늘도 난 네 꿈을 꿨으면 좋겠다. 꿈에서나마 우리, 다시 웃고 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내가 눈 앞의 너를 밀어낼 힘이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