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한테 뭐 물어보면 다 친절하게 대해주긴 했어 같이 급식 먹은 적도 있는데 난 단답만 하고 뭐라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한두 번 같이 먹고 말고... 근데 정말 할 말이 없어 자꾸 어 저기 구름 신기하다 오늘 초승달 떴네 이런 실없는 말만 하게 돼 익잡에 쓰는 글도 그런 뻘글이 대부분이라 댓 안 달리고 기껏 친해진 사람과도 끝까지 어색함을 떨치지 못하고 관계가 흐지부지해져 여튼 그래서 평생을 외로웠는데 누구 원망할 사람이 없다 고1 때는 1년 동안 밥을 굶었는데 그래서 모든 게 미웠는데 뭘 미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더 미웠어 배는 고프고 그래서 더 서럽고 다들 밉고 근데 아무도 나한테 잘못을 하지 않았고 나는 왜 이러나 왜 나만 이래 난 왜 이리 못났지 자퇴하고 싶다 대학 가면 괜찮지겠지 대학 와도 친구 안 생기더라 환경이 변해도 난 그대로더라 그래서 대1 마치고는 그게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 몰래 휴학했어 아침마다 학교 가는 척 나가서 아무 데나 막 돌아다녔는데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래서 복학했을 땐 친구가 없어도 학교 다니는 게 행복했어 같이 수업 듣는 분도 있고 과 언니 한 명이랑 친해져서 최고의 생일도 보냈고 물론 둘 다 지금은 연락 끊겼지만 작년 말부턴 휴학 약빨도 떨어졌는지 다시 힘들어지더라 요즘은 차라리 학교에 있을 땐 괜찮은데 집에 오면 한없이 가라앉아 새벽이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부엌을 왔다 갔다 앉았다 일어났다 멍을 때리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폰을 하다 잠들고 집에 있으면 가라앉으니까 거울을 보면 불안하니까 화장 하고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고 갈 데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커피 마시면서 산책하면 기분이 괜찮아져 너무 오래 혼자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