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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121l
이 글은 5년 전 (2019/3/21)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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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1
여름의 크리스마스
5년 전
글쓴낭자
스치는 바람이, 사람들의 시선이, 그냥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너무 추웠다
내 몸도 마음도 차갑게 얼어버려서 이대로 얼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떠났다
내가 사는 곳의 반대편으로
무작정 떠나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걸어다녔다
주변을 보니 이질적이었다
뜨거운 열기가 있는 이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반발티를 입은 산타라니... 이상해라
추운 겨울이 싫어서 도망친 이곳이었는데도 겨울의 흔적이 따라온 기분이여서 허탈해졌다
매서운 추위가 더운 여름까지 쫓아온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덜컥 눈물이 났다
왜 이리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5년 전
낭자2
미묘한 밤
5년 전
글쓴낭자
네가 갑자기 찾아온 밤이었다
비를 맞는 건 찝찝해서 싫다고 하던 네가
그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왔었다
텅 빈 눈으로 바라보는 너의 볼에서 흐르는 것이 비인지 눈물인지 헷갈려서 멍하니 쳐다봤더니 넌 양팔을 벌렸다
그 모습이 너무 벼랑 끝에서 떨어지려는 모습처럼 보여서 어디 가지 못하게 꽉 안아줬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꽉 껴안았다
근데 대뜸 품에서 집에 가야한다고 품을 벗어나더니 대답도 안 듣고 그냥 집으로 가버렸다
어리벙벙해서 그 자리에 잠시 서있다가 씻고 그냥 잤다
그래도 품에 벗어났을 때 눈이 내가 평소에 보던 그 눈이었기에 괜찮겠거니 하고

5년 전
낭자3
재벌
5년 전
글쓴낭자
만약 내가 재벌이었으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돈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꿈을 쫓을 때 포기하지 않았을까?
돈을 쉽게 쓰는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껴 멀어지는 일이 없었을까?
나를 위해 돈을 쓰는게 죄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행복에 가까웠을까?

5년 전
낭자4
벚꽃
5년 전
글쓴낭자
넌 항상 투덜거리며 말했어
벚꽃은 연인들이 꽃놀이 가라고 피는게 아니라 그냥 피는거라고
그리고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그게 재밌어서 나도 맞장구치면서 옆에서 깔깔 거리며 웃었었지
그래서 벚꽃을 보면 유쾌했었어
그니까, 네가 그렇게 가기전까는
참 가지 말지
모두가 꽃을 보며 웃는데 나만 이리 눈물 나는 건 좀 그렇잖아......

5년 전
낭자5
취업
5년 전
글쓴낭자
달리고, 또 달렸다
오직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그런데 그게 버거워졌다
실패는 나에게 두려움밖에 안겨주지 못했다
난 맞는 길을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5년 전
낭자6
부부
5년 전
글쓴낭자
네가 나에게 요구한 모든 것의 이유는 단 하나였지
우린 부부였기 때문에
그래서 난 나의 습관, 감정, 꿈들을 하나 둘씩 버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넌,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어
연애할 때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것처럼 말하던 네가 부부가 되고서는 아무 것도 버리지 않았지
그게 날 비참하게 만들었어
그래서 이제 미련을 버리려고
지긋지긋한 부부관계, 그만하자

5년 전
낭자7
우울
5년 전
글쓴낭자
기억의 시작부터 함께한 감정이었다
그 이름을 모를 때부터 함께 걸어왔다
우울은,
날 사납게 집어삼키기도 했고
모든 사고가 마비되는 어둠 속에 버려두기도 했고
가시를 세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도 했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고
한 번 더 깊게 생각하게 해주었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가볍게 보지 않게 해주었다
우울은 까탈스럽고 제멋대로지만 내 일부분이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내 감정이다
그러니 나의 우울의 존재를 비난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것은 나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는 것과 같으니

5년 전
낭자8
도토리
5년 전
글쓴낭자
할머니 집에 가면 항상 도토리를 까먹는 다람쥐가 있다
작은 손으로 이리저리 도토리를 돌려가며 맛있게 먹는 다람쥐가 너무 귀여워서 물끄러미 쳐다보다보면 시간 가는 것도 잊어 버리게 된다
가끔, 아니 사실 자주 그렇게 열심히 깐 도토리를 나중에 먹으려고 욕심 부리는지 이리저리 숨겨놓는다
그래 놓고 까먹는다...
도토리가 그렇게 맛있나 싶어서 숨겨놓은 걸 하나 홀라당 집어먹어봤다
쓰고 떫고 정말 너무 맛없었다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더니 그렇게 먹으면 맛이 없다면서 도토리묵을 주셨다
그냥 도토리보다는 괜찮았지만 여전히 쓰고 떫고 맛없었다
이렇게 맛없는 도토리를 먹지말고 사탕이나 먹지 싶었다
괜히 맛있게 먹어서 맛을 궁금하게 만든 다람쥐가 조금 미워져서 째려봤는데 도토리를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넘어갔다

5년 전
낭자61
앙 귀여워 ㅜ ㅜ 미워져서 째려봤지만 귀여워서 넘어갔대 ㅜ ㅜ힝
5년 전
글쓴낭자
좋게 봐줘서 고마워!!!
5년 전
낭자9
본능
5년 전
글쓴낭자
본능이 없다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그 무엇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면 모든 고통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에게 존재하는 모든 본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한다
그 무엇도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 지금, 모든 것이 지쳐버린 것 같다

5년 전
낭자10
조급
5년 전
글쓴낭자
늦었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내 옆에 있던 사람이 내 앞에 있고, 내 뒤에 있던 사람이 내 옆에 있다
조급해져서 더욱더 나를 다그쳤다
흐려지는 시야를, 턱까지 차오른 숨을,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전부 무시했다
그러다가 아주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온몸에 살갗이 다 까지고, 발목은 욱신 거리고, 모든 근육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늦었는데, 얼른 가야하는데, 손가락 하나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급한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데 처음 알았다
구름은 빠르지 않지만 육안으로 보일정도로 살랑거리면서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처럼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아도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내 몸도 살피지 않고 조급한 마음만 가지고 마구 달린게 조금 허탈해졌다
어차피 조금 늦더라도 계속가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갔을텐데,
구름처럼 아주 조금만 여유를 가졌다면 겨우 그정도의 돌뿌리에 걸리지도, 걸려넘어지더라도 이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몸도 보살필겸 조금 쉬기로 했다

5년 전
낭자11
우리
5년 전
글쓴낭자
우리는 너와 나다
우리는 상호적인 관계이다
한 명만 존재하면 우리가 아니다
일방적인 관계가 되버린다
너만 존재하면 내가 없어지고,
나만 존재하면 너가 없어진다
그러면 결국 지치게 될 것이다
그대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
나처럼 일방적인 관계를 우리라고 착각해 아파하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

5년 전
낭자12
행복
5년 전
글쓴낭자
자주 상대에게 행복을 빌어주었다
하지만 정작 난 행복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내 사전에 정의 되지 못했다
문득 오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난 행복을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난 행복을 맛본듯 상대에게 행복을 말했다
그 뒤 난 쉽게 행복을 빌어주지 못했다
근데 어느 날 동생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어봤다
맛있는 고기를 먹어서 행복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 간단해서 허탈했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5년 전
낭자13
별똥별
5년 전
글쓴낭자
수많은 빛들이 추락했다
이곳이 뭐가 그리 아름답다고 온몸을 내던져가며 오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고요한 우주가 더 좋을 것 같은데

5년 전
낭자76
이런 분위기 글 좋아ㅠㅠ 좋은글 고마워🌹
5년 전
글쓴낭자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5년 전
낭자14
팽이
5년 전
글쓴낭자
동생이 팽이를 돌리며 놀고 있었다
끝도 없을 것 같이 뱅글뱅글 돌다가 내 발끝에 부딛혀서 맥없이 쓰러졌다
동생은 가져가더니 또 돌렸다
뱅글뱅글
어지러워 보인다
그저 끝도 없이 돌기 위해서, 오직 그것만을 위해 태어난 팽이가 왠지 힘겨워 보였다

5년 전
낭자15
러시안룰렛
5년 전
글쓴낭자
힘들다
버틸 이유가 모두 사라졌다
누나마저도 그들의 손에 사라지고, 그들은 내 손에 사라졌다
죽고 싶어졌다
아 누나가 마지막까지 살라고 했는데
문득 누나와 하던 게임이 생각났다
내가 심하게 말을 안 들을 때마다 항상 러시안룰렛을 제안했었다
그러면 난 누나가 걱정돼서 대부분은 고분고분해졌었다
그런데 언젠가 누나에게 지기만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수락한 적이 있다
난 못쏠줄 알고 허세를 부렸지만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에 다시는 수락하지 않았었다
근데 알고보니 총알은 없었지
아니 이 누나가 그걸 마지막에 알려주냐...
누나는 총알없이 장전했지만, 난 총알을 넣고 장전했다
아마 누나와 나의 마지막 내기겠지
내가 살면 누나가 이기는 거고
내가 죽으면 누나가 지는 거고
누나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것처럼,
나도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누나가 이겼다

4년 전
낭자16
선택
5년 전
글쓴낭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을 하고 난 후의 결과가 두려워서 선택을 미루다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선택을 미루는 것도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어쨌거나 어느 방향이든 결과는 나오기 마련인데
조금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5년 전
낭자17
원망 책임
5년 전
글쓴낭자
내가 누리는 것에 따르는 책임이 무거워서 책임을 떠맡기는 세상을 원망했다
차라리 다 가져갔으면 싶다
누리는 것을 반납한만큼 책임도 다시 가져가줬으면 싶어 목소리를 높여도 그저 외면한다
나를 짓누르는 책임이 무겁다

5년 전
낭자18
망설임
5년 전
글쓴낭자
항상 망설였다
사과를 담은 말을 전하는 것을
감사를 담은 말을 전하는 것을
사랑을 담은 말을 전하는 것을
망설임이 겨우 사라져 전해보려 했을 때는 이미,
나를 차갑게 떠난 후였다

5년 전
낭자19
행복
5년 전
글쓴낭자
넌 행복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행복하고 싶다고 계속 행복을 쫓아다녔다
온몸을 불태우며 정신없이 앞을 향해 가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조금 진정하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빨리 가면 이렇게 이쁜 노을을 보는 것도 힘든데 조금만 천천히 가지...
행복을 찾고 싶다고 달리다가 행복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까봐 걱정이 된다

5년 전
낭자20
늦겨울
5년 전
글쓴낭자
난 추워서 손 끝이 시리던 겨울을 난 싫어했었다
밖에 나온 뒤 집에 들어오면 안경이 하얗게 되며 시야를 가리게 만드는 차가운 겨울을 싫어했었다
눈이 내린 뒤 질퍽 거리며 신발에 달라붙는 회색빛 진흙탕이 가득한 겨울을 싫어했었다
그래서 난 항상 늦겨울에는 이미 겨울이 너무 싫어서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넌 차가운 공기가 자주 아픈 머리를 식혀주어서 겨울을 좋아했었다
넌 새하얀 입김이 구름이 눈앞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겨울을 좋아했었다
넌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하얀색으로 빛이 난다면서 겨울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넌 항상 늦겨울에는 겨울이 가는게 너무 아쉽다면서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넌 겨울이 싫다는 나에게 손끝이 얼면 자기가 손끝을 녹여주고, 안경에 김이 끼면 자기가 닦아주고, 질퍽한 곳을 피해 깨끗한 곳만 밟게 해줄테니 겨울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야기 했었다
그렇게 겨울을 좋아했던 넌 겨울 끝자락에 겨울이 되어 내 곁을 떠났다
난 더이상 겨울을 싫어할 수 없게 되버렸다

5년 전
낭자21

5년 전
글쓴낭자
어렸을 때 성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영화에서 보던 크고 화려한 성에서 사치를 부리면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성에서 살게 해준다고 오라고 하면 거절할 것 같다
내 마음 속 공간이 커다란 성을 품기에는 너무 좁은 것 같아서
잠깐은 좋아도 내 집 같을 것 같지는 않았다
넓지 않더라도 편한 공간이 더 좋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5년 전
낭자22

5년 전
글쓴낭자
모든 것을 씻겨 내려는 비가 온다
그 중심 속으로 달려간다
나의 모든 것을 씻어줬으면 싶어서
그래서 내 존재가 사라졌으면 싶어서
결국 감기만 걸리고 끝났지만

4년 전
낭자23
달 꽃 딸기
5년 전
글쓴낭자
달이 빛나는 밤, 엄마 몰래 방을 나와 하얀 딸기꽃이 잔뜩 있는 딸기밭에 누워서 달을 바라봤다
노란 달을 바라보며 그곳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했다
저기에 토끼들이 산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자기들을 닮은 하얀 떡을 좋아해서 맨날 떡을 만든다고 했다
빨간 딸기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놀러가서 딸기떡을 만들어 먹자고 하면 좋아할까?
못생기고 낯선 딸기보다는 자기들을 닮은 하얀 떡이 더 좋다고 싫어할까?
그래도 딸기는 새콤달콤해서 맛있는데
맛있는 거랑 맛있는 거랑 먹으면 엄청 맛있는데
아, 우리 엄마는 말을 잘하니까 잘 이야기 해주겠지!
엄마한테 나중에 놀러갈 수 있냐고 같이 놀러가자고 쫄라봐야겠다
기분 좋게 웃고 내일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에 들어갔다

5년 전
낭자24
극복
5년 전
글쓴낭자
다들 극복하라고 그런다
짓누르고 올라가서 이겨내라고 한다
이 커다란 걸 어떻게 밟으라는 건지
때로는 그 존재를 인정하고 돌아가는 것도 필요한데 무조건 때려잡으라고 한다
오히려 돌아가서 뒷통수를 갈기는 게 더 이득일 때도 있는데
바보들

5년 전
낭자25
공포의 골짜기
5년 전
글쓴낭자
그 현상은 불쾌한 골짜기라고 불린다
난 공포의 골짜기라고 부른다
인간과 비슷한 그것이 허공을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그 눈알이 나를 쳐다볼 것만 같은 공포가 발끝에서 올라온다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와 같은 주파수로 내게 말을 건낼 것만 같아서 온몸이 떨려온다
그것 앞에만 서면 중력이 크게 느껴져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만 같은데 껍데기가 다 굳어버려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고작 불쾌한 골짜기로 불리다니,
너무 가볍다

5년 전
낭자26
향연
5년 전
글쓴낭자
매일 밤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별보다 저 별이, 저 별보다 내가 더 선명히 보인다며 서로 뽐낸다
별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향연
언제부턴가 다른 빛들, 먼지들에 가려져 향연의 막이 내렸다
아쉬...운가?
다시 별들의 향연이 다시 펼쳐진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5년 전
낭자27
우주
5년 전
글쓴낭자
우주를 나에게 담으면
내가 우주를 담기에는 그릇이 작으니,
나라는 껍데기가 갈기갈기 찢어져서 우주가 나를 흡수해버리지 않을까?
그렇게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5년 전
낭자28

5년 전
글쓴낭자
난 꿈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모르는 척 떠들고 웃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이야기 했다
그저 곁에 있는 게 좋아서 현실을 외면했다
차가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꿈에서 깨어나기 싫어서 울었더니,
넌 안아주면서 기다릴테니 아주 천천히 오라고 했다
꿈에서 깬 나는 울고 있었다

5년 전
낭자29
심연
5년 전
글쓴낭자
이름 없는 감정의 덩어리 그 속,
심연으로 빠졌다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 펑펑 울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가도 전부 무심해졌다
미친듯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도 모든 것이 귀찮아 졌다
산들바람에 아파하다가도 황소바람에도 무감했다
심연 속으로 빠질 수록 증상은 깊어지는데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저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지는 방법 밖에는

5년 전
낭자30
이상형
5년 전
글쓴낭자
내 이상형은 큰 키, 고양이 같이 날카로운 눈매, 낮은 목소리였었다
넌 작은 키, 강아지 같이 순한 눈매, 높은 목소리이다
그래서 내 이상형은 작은 키, 강아지 같이 순한 눈매, 높은 목소리가 되버렸다
넌 이상형부터 차근차근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나갔다
발라드를 좋아하던 난 힙합을 좋아하게 됐고,
여름을 좋아하던 난 겨울을 좋아하게 됐고,
펩시를 좋아하던 난 코카콜라를 좋아하게 됐다
넌 그렇게 나에게 스며들었다

5년 전
낭자31
거리
5년 전
글쓴낭자
한 걸음 다가가서 거리를 좁히면 겁이 나서 달아났다
거리가 가까울 수록 온기를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품을 내어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방심하게 되고, 더 큰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온기가 필요해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힘겹게 도망친다
상처를 입는 게 두려워서 거리를 넓힌다

5년 전
낭자32
몽상가
5년 전
글쓴낭자
헛된 생각이라고 한심하게 취급한다
왜 한심하다고 할까?
환상적인 생각이 환상적인 경험은 시켜주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왜 내가 잘못됐다고 비난할까?

5년 전
낭자33
달보드레
5년 전
글쓴낭자
아 달보드레한 복숭아 같다
보들보들하고 불그스름한 뺨을 한 입 살짝 베어물면 달보드레한 복숭아향이 입안에 퍼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람 피부에서 복숭아향이 날리가 없지만,
그래도 많이 닮아보인다

5년 전
낭자34

5년 전
글쓴낭자
참으로 요사스럽다
낮에는 해의 빛을 훔쳐서 가만히 숨어있다가,
해가 자리를 비운 밤,
모두가 지쳐 약해져 있고 빛이 절실하게 필요한 밤,
반짝거리는 별 조명 사이 고고하게 빛난다
요리조리 날마다 다르게 화장에 가며 해의 빛이 자기 것인 것 마냥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러면 세상 만물이 이 요사스러운 달에 홀려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달의 아름다움을 칭송한다
해가 대단한 것은 알지만 마음은 달에게 더 주고,
해에게 감추는 속마음을 달에게는 다 털어놓는다
모든 면을 다 보여주는 건 해이고, 흉한 뒷면을 감추는 것은 달인데
자신을 온전히 내보여주는 건 해이고, 가면을 쓰는 건 달인데

5년 전
낭자35
엄마
5년 전
글쓴낭자
에이, 그래도 엄마잖아
잔인하다
내가 태어난 걸 부정하는 사람이다
버리는 것도,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자기가 더러운 사람이 되기 싫어서다
나의 사소한 습관으로 나의 존재 자체를 깍아내니고,
나를 낮추면서 자신을 높이고,
남들 앞에서는 사랑을 퍼부어주면서 둘이 있을 때는 조용히 경멸을 퍼붙는다
처음에는 사랑받고 싶어 아둥바둥 하는 것도 이제는 포기했다
내가 엄마의 사랑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나무라지 마라
나와 같은 삶을 산 것도 아니면서

5년 전
낭자36
검은 바다
5년 전
글쓴낭자
민트빛 바다 아래
푸른빛 바다 아래
파란 바다 아래
검푸른 바다 아래
빛도 뚫지 못하는 검은 바다
그 바닷속까지 들어가면
찾지 못한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바닷속에 잠든 너를 만날 수 있을까?

5년 전
낭자82
찡—하구만..
5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5년 전
글쓴낭자
짙은 안개인줄 알았더니 미세먼지다
선명히 보였던 산봉우리가 흐려지고
탁한 공기가 콧속을 괴롭힌다
그저 시야를 가려 장난치는 안개인줄 알았더니
악의를 가진 훨씬 질 나쁜 미세먼지였다

5년 전
낭자38
바다
5년 전
글쓴낭자
수평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바다의 끝,
그 바로 옆 해변에서 당신과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탁 트인 바다 옆에서 일상을 나누며 활짝 웃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가로운 시간을 나누며 같이 쉬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5년 전
낭자80
우와 정말 감성적인 글이야. 고마워! 덕분에 좋은 글읽어서 좋았어
5년 전
글쓴낭자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다행이다!!
5년 전
낭자39
반지
5년 전
글쓴낭자
반지는 커다란 검은 욕심을 꾹꾹 눌러담아 겉모습만 이쁘게 포장한 선물이다
그대가 나만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투정이다
그대에게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치졸한 소유욕이다
오히려 추악하면 추악하지,
그리 아름다운 종류는 아니다

5년 전
낭자81
글 진짜 잘쓴다 👍👍
5년 전
글쓴낭자
칭찬 고마워!!!
5년 전
낭자40
여름 손님
5년 전
글쓴낭자
눈이 부신 해가 날 귀찮게 괴롭히는 여름낮이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무기력하게 늘어져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옆집 사는 언니다
맞이하는 것도 귀찮아 인사도 안하고 있었더니 뺨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댄다
우리집 에어컨이 고장난 게 생각나서 사왔다면서 아이스크림을 권유한다
한기를 품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으니 더위가 한결 가시는 것 같았다
더운 걸 끔찍하게 싫어해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끼고 살면서, 웃기게도 아이스크림 먹는 건 뱃속이 이상하다고 싫어하는 언니가 내 생각해서 사준 아이스크림이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5년 전
낭자41
졸업
5년 전
글쓴낭자
아쉬움이라고는 단 한 줌도 없었다
원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아니었고,
불편하기만한 교복을 입어야만하는 것도 싫었고,
계속 붙어다녀야하기 때문에 지긋지긋한 그 애들과 연을 끊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쉬움 가득한 사람들 속에 홀로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5년 전
낭자42
시나브로
5년 전
글쓴낭자
시나브로 죽어갔다
끊임없는 투쟁이 버틸수 있는 힘을 서서히 앗아갔다
달콤한 꿈은 현실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내가 가고자한 길을 걸어간 것이 분명한데 도착지에서 손에 쥔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갔다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5년 전
낭자83
시간이 꽤 지나서 글을 적어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내용이나 분위기도 정말 마음에 들어!! 진짜진짜 고마워💕
5년 전
글쓴낭자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늦게 줘서 미안했는데 마음에 들어하니까 다행이야!!!
5년 전
낭자84
댓글이 너무 많아서 글을 올려준 것 만으로도 고마워😊 좋은 밤 보내💕
5년 전
글쓴낭자
84에게
낭자도 좋은 밤 보내!!

5년 전
낭자43
손톱
5년 전
글쓴낭자
남들보다 손톱이 얇아서 자주 깨지고 갈라졌다
주의하지 않으면 손톱 사이로 피가 세어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항상 손을 조심히 다뤘다
근데 그 때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잠긴 문을 억지로 부셨다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 전혀 안 아팠다
네가 우는 소리가 너무 아파서

5년 전
낭자44
고장난 이어폰
5년 전
글쓴낭자
재수없게 이어폰 한 쪽이 고장났다
그래서 한 쪽으로 노래를 들었다
내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게 통화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문득,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잘 지내냐고

5년 전
낭자45
안개
5년 전
글쓴낭자
구름이 심심해서 놀러왔나보다
심술궂은 바람이 저 멀리 갔을 때 잠깐 들른거라고 했다
자주 오는 손님은 아니니, 반갑게 인사해줬다

5년 전
낭자46
내가 사랑했던 사람
5년 전
글쓴낭자
내가 사랑했던 사람
우습게도 내 곁에 없으나
아직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가 계속 사랑하게 될 사람
기다리고 있어요
다시 만날 그날을

5년 전
낭자47
이별 꽃다발
5년 전
글쓴낭자
다시 만날 그날이 명확하지 않는 이별이잖아요
그래서 꽃다발 하나를 준비했어요
흰 국화보다는, 빨간 장미를 좋아해서 그걸로 준비했어요
통상적인 건 아니지만, 그대니까 좀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어서요
나중에 다시 만나요
좀 오래걸리겠지만, 그 날을 기다릴께요

5년 전
낭자48
달빛
5년 전
글쓴낭자
밝고 강한 햇빛보다 달빛은 너무 약해서 별로였다
하늘을 밝히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했다
그제 햇빛을 조금 빌려와 나 여기 있어요라고 존재만 겨우 밝히는 정도다
근데 한치 앞도 안보이는 깜깜하고 우울한 밤,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혼자라는 외롭고 서럽다고 느껴져 펑펑우는데 달빛이 나를 토닥여줬다
온힘을 다해 앞을 비추어주었다
의외로 따뜻했다

5년 전
낭자49
여울
5년 전
글쓴낭자
여울에 손을 내밀어 보았다
손틈 사이로 활기차게 나아가는 물들이 시원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같이 따라가고 싶었다

5년 전
낭자86
헐 잊고있었는데 해줄 줄 몰랐어ㅠㅠㅠ쓰니 글 진짜 잘쓴다...고마워!!
5년 전
글쓴낭자
늦어서 미안ㅠㅠ 칭찬 고마워!!!
5년 전
낭자50
벚꽃
5년 전
글쓴낭자
사람이 별로 없는 고요한 벚꽃길 사이를 걸어간다
꽃이 눈이 되어 길바닥에 떨어진다
뽀드득 거리는 대신 사박거린다
차가운 바람대신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겨울의 흔적이 없는 봄이 겨울을 닮은 느낌이어서 묘하다

5년 전
낭자51
봄비
5년 전
글쓴낭자
꽃향기가, 풀내음이, 뿌연 먼지가 모두 씻겨내려간다
지나치게 습하지도, 지나치게 시리지도 않는 봄비
토닥토닥 내리는 비가 적당이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하다

5년 전
낭자52
회오리바람
5년 전
글쓴낭자
뱅글뱅글 거세게 돌아가는 회오리 바람
저곳 안에 들어가면 어떨까?
세탁기에 들어간 빨래감이 된 기분이려나?
많이 어지러워서 멀미가 나려나?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려나?
그 와중에 배고프고 목마르려나?
먼지가 눈에 들어가서 따가우려나?
높이 쳐올라갔다고 어느 순간 뚝 떨어져서 산산조각나려나?
거대한 바람에 휩쓸리면 머리가 하얗게 되서 잡생각이 없어지려나?
아니면 휩쓸리는 것밖에 할 게 없어서 잡생각이 더 늘려나?
들어가보고 싶다

5년 전
낭자53
별밤
5년 전
글쓴낭자
달도 지쳐 잠이 든 밤, 별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총총히 모여 수다를 떤다
이 집에 누가 어쩌고, 저 집에 누가 저쩌고
반짝반짝
소근소근
그렇게 이쁘게도 밤이 깊어간다

5년 전
낭자87
우와 ... 고마워💕
5년 전
낭자88
달도 지쳐 잠이 든 밤 이 표현 너무좋다
5년 전
글쓴낭자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5년 전
낭자54
음악
5년 전
글쓴낭자
굳이 음악을 찾아듣고 싶지 않았다
내 머릿속 잡생각들로도 충분히 내 세상은 시끄러웠으니
그런데 그대의 노랫소리는 달랐다
시끄러운 내 세상을 잠재워주기도 했고,
적막한 내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대는 내 음악이 되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대는 내 세상에 음악의 즐거움을 선물해준 사람이니

5년 전
낭자89
넘 예쁘다 고마워♡
5년 전
글쓴낭자
칭찬 고마워!!!
5년 전
낭자55
별자리
5년 전
글쓴낭자
별들은 그저 그 자리에서 빛났을 뿐이었다
별자리는 사람들이 그 곳에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붙인 것이다
이름없는 별들에게 이름과 정을 준 것은 사람들이다
무책임하게도 그것은 잠시의 흥미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5년 전
낭자85
ㅠㅠㅠㅠ쓴아 글 예쁘다 고마웡
5년 전
글쓴낭자
이쁘게 바줘서 고마워!!!
5년 전
낭자56
1930년의 마법사

(헉 금손님ㅠㅠㅠㅠㅠㅠㅠㅠ 예쁜 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글쓴낭자
빌어먹을 균형이었고, 빌어먹을 세계의 법칙이었다
나라를 잃고, 친구를 잃고, 이름을 잃어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세계를 부술 수 있는 우리가 지켜야할 선은 명확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깔짝거리는 게 다였다
나에게 시원한 식혜를 건내주던 아이가 어제 끌려갔다
미래를 알면서도 비참하게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래서 스승님이 감정은 버리는 게 맞다고 하신건가

(금손이라니 과분하네 허헣 칭찬해줘서 고마워!!!)

5년 전
낭자94
헉 쓰니님 사랑해요...
5년 전
낭자57
소식 추억
5년 전
글쓴낭자
결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넌 우리의 추억은 다 잊었을까
잊었겠지
난 아직 이리 사무치는데
나도 잊어야겠지
그래도 오늘까지만 꽉 껴안고 울기로 했다
잘 놓아주기 위해서

5년 전
낭자58
첫사랑
5년 전
글쓴낭자
처음이라는 이야기는 서툴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너무 조급했고 상처를 주었다
그게 너를 아프게한 걸 정당화 시키는 건 아니지만,
그냥 너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그런 감정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많이 사랑했었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5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5년 전
글쓴낭자
난 슬픔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건 찬란한 면만 사랑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니까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건, 그대의 어두운 면도 사랑한다는 의미 였으니까
그대의 선택이 아프다 할지라도 그대니까, 상관없었다
고작 그 정도로 꺼질 정도로 내 사랑의 불길이 작지 않았으니까
괜찮다
그러니 그렇게 아픈 표정은 더 이상 짓지 않았으면 한다
그대가 괜찮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5년 전
낭자60
고백
5년 전
글쓴낭자
적당한 말이 없었다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나에게 어떠란 커다란 감정을 안겨 주었는지,
네가 주는 모든 것이 얼마나 벅찬지,
표현을 할 방법이 없었다
내 말재주가 이정도 밖에 안됐나 싶어서 짜증이 났다
겨우겨우 내가 꺼낸 말은 너무 간단해서 내 감정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사랑해
그런데 이런 초라한 말에도 너는 너무 환히 웃는다
심장 아프게

5년 전
낭자62
오열
5년 전
글쓴낭자
갑자기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눈물을 쏟았다
모든 수분을 뽑아냈다
목에서도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오열
이 단어 한마디로 내 상황을 다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고작 한 두번 이런 과정을 거친 것만으로 감정을 다 쏟아내기에는
이 감정은 너무나도 커다래서 질식할 정도였기 때문에

5년 전
낭자63

5년 전
글쓴낭자
봄이라

모든 생명이 싹트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계절이지
그래서 싫어
나랑 안 어울리는 옷을 입는 기분이야
난 지금 봄이라는 옷을 입고 싶은지 않은데 강제로 입히는 기분이야
입다보면 마음에 들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어
앞으로도 없을꺼야

5년 전
낭자64
지친다
5년 전
글쓴낭자
힘이 든 것이 아니라 지친다는 것은,
자생력까지 모조리 태워버린 상태라는 거다
힘이 더 이상 생길지 말지 모르는 상태라는 거다
힘이 없어 숨쉬기 버거워 컥컥 거리는데 거기다 대고 계속 그러다보면 언젠가 괜찮아질꺼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다
오히려 얕은 숨을 주고 깊은 숨을 앗아가면서 내일은 더 나아질 꺼라는 말은 더 깊은 절망을 안겨준다
그렇게 기대와 희망까지 모조리 사그라들면,
지친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지치게 된다

5년 전
낭자92
고마워💛❤️ 너무 잘쓴다
5년 전
글쓴낭자
칭찬 고마워!!!
5년 전
낭자65
영화
5년 전
글쓴낭자
나와 관련없는 타인의 이야기로 짧게 자극적인 감정만 취한다
우습게도 그게 내 이야기가 되는 건 두려우면서
멀리 있기에 얕게 취할 수 있는 감정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난 그와 동시에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 서러운 울음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5년 전
낭자66
회의감
5년 전
글쓴낭자
나의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예를 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했던 행동이 사실은 그들을 상처입히는 행동은 아니었을까하는,
내가 좋다고 걸어온 길이 내가 걸어오면 안되는 길은 아니었을까하는,
사실 내가 태어난 것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그런 답도 없는 흔한 회의감
힘이 쭉 빠지고 다 놓고 싶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회의감
물론 난 겁도, 욕심도 많아서 그 무엇도 포기하지 못하고 막연한, 죄책감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회의감을 덮어두고 다시 길을 걸어가겠다만
그래도 힘은 빠지네

5년 전
낭자67
마지막
5년 전
글쓴낭자
이미 알고 있는 마지막이 슬플까?
아니면 모르고 있는 마지막이 슬플까?
난 모르고 있는 마지막이 슬픈 것 같다
이미 알고 있으면 준비할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모르고 있는 마지막은 그 순간이 후회로 아주 깊게 깊게 남아있을테니까
그래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면 살짝 귀뜸해줬으면 한다
어짜피 맞이할 것이라면 준비라도 하게
그렇다고 간접적으로 하지는 말고 직접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난 멍청해서 직접적으로 말해줘야 아니까

5년 전
낭자68
타투
5년 전
글쓴낭자
살 위에 깊게 흔적을 남긴다
지워지지 않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는다
잊혀지지 않게
내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적어도 몸에라도 깊게 남아있게

5년 전
낭자90
고마워 (*゚▽゚)ノ
5년 전
낭자69
욕심
5년 전
글쓴낭자
욕심이지
정말 이기적인 욕심
네가 나와 같은 세상에 남아줬으면 해
네 짐을 대신 들어줄 수 있는 것도,
괜찮아 질 꺼라는 확신조차 줄 수도 없어
네가 세상에 남아있지 않겠다는 선택이 너에게 더 이로울지도 모르지
근데 그래도 난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난 네가 필요해
네 존재가 필요해
네가 아니면 채울 수 없는 자리가 있어
그 자리가 비워져 있으면 내가 많이 아파
그래서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잡는거야
가지마
제발

5년 전
낭자91
고마워♡
5년 전
낭자70
기다림
5년 전
글쓴낭자
기다리고 있어요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아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밖에 없어서

5년 전
낭자71
취직
5년 전
글쓴낭자
취직하면 다 괜찮아질꺼라고 나를 다독이며 버텼다
그런데 왜 또 저리 큰 벽이 나를 가로막는지

5년 전
낭자93
지금 나한테 위로가 되는 말이얍!저 당시 짤려서 무기력상태였거든!! 고마오!!❤️
5년 전
글쓴낭자
위로가 됐다니 기쁘다!!!
5년 전
낭자72
행운
5년 전
글쓴낭자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클로버를 선물받은 덕분인가?
너라는 행운이 딱 하루 뒤에 찾아온 이유가

5년 전
낭자73
남자친구
5년 전
글쓴낭자
난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지만,
내가 외롭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억지로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근데 왜 자꾸 남자친구가 없다고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경 좀 끄지

5년 전
낭자74
성적
5년 전
글쓴낭자
숫자로 명확히 나의 수준이 평가된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꿈을 가졌고
어떤 미래를 가졌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 숫자는,
내 삶의 수준처럼 느껴진다
어떤 어른은 성적이 다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성적이 전부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또 모순되게 성적으로 나의 수준을 파악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5년 전
낭자75
깊이
5년 전
글쓴낭자
깊이는 함부로 짐작하는 게 아니다
네가 그 곳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니라면
아니, 던졌다하더라도 넌 그 끝을 확정할 수 없다
구덩이 속에 또 구덩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5년 전
낭자77
쓰니 글잘쓴다 별똥별 보고 감탄했어
5년 전
글쓴낭자
칭찬해줘서 고마워... 허헣 부끄럽군
5년 전
낭자78
공부
5년 전
글쓴낭자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좋은 건 확실하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하는 것이 지친다
끝이 없어보이는 것도,
진정으로 익히기 보다는 당장 눈 앞의 시험 때문에 대충 욱여넣는 것도,
원하는 분야는 발끝에도 담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부 다

5년 전
낭자79
서퍼(surfer)
5년 전
글쓴낭자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는 서프보드를 의지하며 파도를 탄다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위태롭게 달려간다
비릿한 냄새와 습한 공기가 온 몸을 짓누른다
그래도 그저 파도를 따라서 달려간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5년 전
낭자95
주연
5년 전
글쓴낭자
주연의 반짝거리는 모습만 부각된다
극의 엔딩은 해피엔딩이다
해피엔딩의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어두운 모습은 축소되어 반짝거리는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주연은, 관객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의 끝이 언제인지 모른다
내 극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도 모른다
극에서 내가 주연인지 조연인지도 모른다
내가 주연이면, 당연히 주연이라면 극복해야 마땅할 시련이 두렵고 버거워서 그냥 그 곳을 뛰쳐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게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주연이 항상 비범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그렇다고

5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4년 전
글쓴낭자
길을 걷는데 주저 앉아 펑펑 울었어
그냥 네 생각이 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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