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늘 갑자기 언니 생각이 나더라. 사귀면서 언니라고 제대로 불러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언니라고 부르려니까 많이 어색하다. 그런데 우리 이제 아예 남이잖아. 이제 마음대로 이름 부를 수 없는 사이잖아. 그게 너무 슬프다.
우리가 헤어진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나는 아직도 완전히 언니를 비우지 못 했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4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을 어떻게 내가 8개월 만에 정리하겠어. 내가 언니를 완전히 비우면 내 고등학교 시절이 아예 날아가는 것과 같으니까... 언니가 준 선물들도 아직 그대로 있어. 버리지는 못 했어. 사용하지도 못 하지만 버리지도 못 하겠더라. 언니가 준 캔들도, 향수도, 립스틱도, 목걸이도. 편지도 아직 그대로 있어. 가끔 언니 생각이 날 때 꺼내서 읽곤 해. 그때 우리 참 예뻤더라.
그렇다고 내가 다시 언니랑 뭐 어떻게 잘 해보려는 건 아니야. 그냥 그때의 우리가 너무 그리워서, 온 마음을 다해서 언니를 좋아하던 그 때가 그리워서 그냥 그래서. 단지 그뿐이야. 언니도 가끔 내 생각이 나려나... 벌써 잊은 건 아닐까. 언니가 잘 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언니도 나처럼 내 생각 조금이라도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그냥... 심술 좀 부리고 싶어.
천천히 언니를 정리하려고 번호는 지웠는데 카톡 차단은 못 하겠더라. 아직도 친구 목록에 있어. 가끔 언니 프로필 보고 참... 복잡미묘해지더라. 나는 진짜 죽어도 언니 카톡 차단 못 하니까, 언니가 먼저 카톡 탈퇴해 주면 안 돼? 언니 보는 게 너무 힘든데, 차단하기는 더 힘드네.
언니, 오늘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조금 보고 싶은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