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쿠치가 며칠 후면 결혼할 제 절친이자 첫사랑 닝에게 서툴지만 제 마음을 꾹꾹 담은 편지를 썼으면 좋겠다.
그다지 손편지라는 걸 써본 적이 많이 없어서 많이 부끄러워할 테지만 꾹꾹 감춰두었던 마음을 절절하게 편지에 써내렸으면 좋겠어.
첫만남이라던가, 둘의 고교 시절이라던가. 둘이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썸관계로 지냈거나 아예 사귀었어도 좋아.
데이트나 닝에게 설렜던 일을 회상하면서 웃는 것도 잠시 서로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를 회상하게 되는 니로.
만약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도 먼저 사과했더라면 이런 편지 따위 쓰지도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환하게 웃는 예비신부 옆에서 어깨를 감싸고 마주보며 웃는 예비신랑이 자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번쯤은 자존심 굽혀줄 걸. 그랬다면 닝의 성은 후타쿠치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어쩌면- 닝 뱃속의 아이까지도.
라는 어이 없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생각들까지도 써버린거야.
아이, 씨. 이런 거까지 적을 생각은 없었는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트린 후타쿠치는 그 부분을 펜으로 죽죽 그었어.
분명 마지막으로 닝을 포기하는 셈치고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점점 쓰다보니까 구차해지고 더 놓지 못하겠는거야.
그래서 후타쿠치는 결혼식 축하한다는 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편지를 끝내려해.
그런데 막상 쓰려니까 손이 제대로 안움직이는 거야. 펜을 놓고 마른 세수를 했어. 당연하겠지. 그런 거. 죽어도 싫으니까.
그래도 쓰기 시작한 이상 마무리는 하자 싶어서 꾸역꾸역 점점 느린 속도로 글씨를 써. 행복해라, 사소한 일로 널 울리지 않는 그 사람과 함께,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편지는 후타쿠치의 책상 서랍으로 들어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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