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부와 닝은 같은 반.
서로 말 한번 걸어보지 않은 사이고 그렇게 한 해가 다가고 겨울이 왔어. 그런 애 있잖아 같은 반인데 한마디도 안 해본 애
닝과 시라부는 서로 그런 사이 였어.
방학이 오기 전 학급에서 다같이 연탄 봉사를 하러 가자고 해서 한 장소에 모이고 거기서 조를 나누는데 닝이랑 시라부가 같은 조가 된 거야.
같은 조 되서 슬쩍 보는데 서로 눈이 딱 마주쳐버리고 벌써 부터 어색한 느낌.
시라부는 봉사 시작도 안 했는데 조금 피곤하겠지.
닝은 그저 조금 어색할 뿐 별 느낌은 없고.
"가자.."
"응..."
시라부가 먼저 닝한테 다가가서 가자는 말만 건네고 따라오라는 듯 걸음을 옮겨. 둘이 연탄 배달해야하는 곳이 좀 떨어져있어 조금 같이 걷게 되었어. 적막만 흐르던 두 사람 사이에 뽀득뽀득 눈 밞는 소리가 들리고 시라부가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볼거야.
뒤를 보니 굳이 눈이 쓸려져 있는 깨끗한 길을 두고 눈밭을 밞으며 따라오는 닝이 보였어.
'왜 굳이..?'
생각만 한다는 게 대뜸 입 밖으로 튀어나와,
"이리로 걷는 게 편하잖아."
닝은 눈밭에 남겨지는 자신의 발자국을 보며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살짝 인상을 쓰는 시라부를 보고 똥그랗게 눈을 떻다가 조그마한 입으로 대답해주겠지.
"눈 밞는게 기분이 좋으니까-!"
늘 이성이 감성보다 앞섰던 시라부는 닝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그리고 닝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또 다시 신나게 눈을 밞기 시작해.
이해할 수 없다고 서로를 생각하며 말없이 걸음을 재촉하다가 오르막길이 나오고, 위험한 비탈길에서도 눈을 밞고 있는 닝을 시라부가 곁눈질로 은근히 살피게 돼.
쩔-푸덕
결국 닝이 넘어지고 시라부가 낮게 젠장..욕을 읖조리면서 닝한테 다가가.
"너 괜찮냐? 그러길래..."
잔뜩 날선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시라부를 보고 닝이 잠시 말이 없다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어.
"나 완전 바보같지!"
그리고 해맑은 표정으로 깔깔 웃으며 코가 빨개진 상태로 차가운 눈 바닥에 앉아있는 닝을 보고 시라부는 이상하면서도 묘한 기분을 느낄거야.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웃음을 흘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