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부랑 닝은 고등학생 때부터 오래 사귄 연인이고 시라부가 의대 공부로 바쁘고 못 만나도 그런 일로 전혀 싸운 적 없던 둘. 닝이 시라부 의대 다니니까 바쁜 거 이해해주고 늘 양보해줘서 관계가 유지되었던 거지. 시라부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생활 시작하고 닝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쉬려고 이직 준비하는데 재취업이 잘 안되는 거지. 오늘도 면접까지 본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아 우울해진 마음에 슬쩍 남친 시라부에게 [켄지로 오늘 만날 수 있어?] 라인을 보내. 바빠서 답장이 없을 거 아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보내본 닝한테 예상 외로 시라부에게서 바로 답장이 와. [그래 어디서 볼래?] 그리고 둘이 만났는데 시라부는 피곤해서 노래진 눈으로 계속 인상만 쓰고 있고 "뭐 먹을래? 뭐 할래?" 물어도 병원에 있는 동료랑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지 시선도 안 마주치고 "어 네가 알아서 해줘." 하고 대충 대답해서 그날 닝의 마음이 팍 꺾여버렸으면 좋겠다. 일주일 내내 연락을 하나도 안 하는 닝에 시라부 3일 정도 바빠서 눈치 못 채다가 잠시 눈 붙이기 전 닝이 생각나서 연락하려는데 마지막 라인이 저번에 만났던 그날인 거 보고 조금 놀랐으면. 평소에는 [켄지로 바빠도 밥 잘 챙겨 먹어] [오늘도 고생했어] 이런 라인을 보냈던 닝인데 일주일 전 [나 집에 잘 도착했어.] 이 라인 이후로 연락이 끊겨 있어 한참이나 뭐라 써야 할지 망설이는 시라부가 보고 싶다. 자기가 뭐라 보내면 바로 헤어지자고 답장이 올까 불안해하는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