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에 넘실거리는 창문소리가 내 귓구멍 언저리에 쌀알들을 던져댔다. 내가 들어본 이때까지의 비바람과는 다르게 아이들 동화책에서나 묘사될 법한 무섭고, 잠에 들 수 없을것만같은 빛 번쩍임과 빗소리, 공기의 울림이었다. 그날은 특히 더 우울했기에 더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내가 죽기로 결심한 수십수백의 날들 중 하루의 밤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견뎌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단지 내가 겪고있는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래서 그냥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항상 무의식적으로 어딘가 괴로웠다. 하지만 아직 어렸던 나는 그걸 크게 여기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힘들어 한다는걸 알았을때쯤 어른들은 나에게 잘 버티고 있다고, 너는 버텨야 한다고 못을 박아놓았다. 힘든지도 모르고 그대로 지냈던 나는 힘들다고 말하는 법도 물론 모르고 있었고, 그대로 팔다리가 없는채 기어가야만 하는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보던것만 보고 듣던것만 들으며 살아갔다. 나중엔 내가 뭐가 힘든지 말하는 것조차 모른채로 있는대로 화내고 울기 시작했다. 내 어린시절이 힘들었던 사실을 몰라서 후회스러웠다면 지금은 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못해 죽어있는것처럼 고통스럽다. 오래전의 겨울날 늦은밤이었다 그날이 정말 추웠다는걸 아직도 몸으로 기억한다 아파트 복도에 겹겹이 쌓아둔 디딤대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문제집들 위에 올라서서, 수 미터 아래의 누군가의 사정 따윈 알리 없는 보도블럭들을 바라보면서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후로 죽을만큼 힘들다 라는 말을 잘 안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몸을 던질 용기가 없어 수 미터 아래 차가울만큼 차가워졌을 갈바닥을 바라보던 그때당시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나 스스로에게 잠식되어간 나의 내면은 내 의지로 인해 이루어졌던 두번의 응급실행을 거치면서 피폐해져 갔고 약해져 갔다 내가 글 써봐도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