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필가_에밀 시오랑> 구름이 지나갔다. 밤의 고요함, 머리 위에서 구름이 급히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권태로워 하는 것은 시간을 질겅질겅 씹는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높은 교양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가엾은 친구에 불과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신 그들의 발을 쳐다보았다. 바쁜 군상이 종종걸음으로 환원되었다ㅡ무엇으로 향하는가? 심각함이란 몽땅 벗어 던진 신비를 찾기 위해 먼지를 뜯어먹는 종종걸음으로 보였다. 자기를 내세우기 위해서 삶은 흔히 볼 수 없는 재주를 발휘한다. 물론 자기를 부정하기 위해서도. 스스로를 제거하기 위해 삶이 창안해 낸 방법들! 죽음은 가장 우수한 발명품이며 비할 데 없는 성공작이다.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시간 이전’의 광명을 마주 대하고 싶다. 영원 안에서 어두운 떨림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는 없다. 생명, 낡은 것을 지키려는 그 고집. 나는 태양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마침내 찾아낸 태양은 나에게 적대적이었다. 우리의 의 대부분은 우리의 첫 움직임에서 온다. 아주 작은 비약에도 범죄보다 더 큰 대가가 따른다. 신이 몸소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해도 구원할 수 없을 영혼들이 있다. 영국 낭만주의가 아편, 망명, 폐병의 성공적 혼합물이었다면, 독일 낭만주의는 술, 시골, 자살의 성공적 혼합물이었다. 오만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고 자아의 심연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절망은 어두운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 분위기가 없다면 오만은 시시한 놀이, 또는 한탄스러운 환상이 되었을 것이다. 기쁨을 제외한 마음의 모든 상태에는 잔인함이 있다. 짓궂은 기쁨이라는 독일어, Schadenfreude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악을 행하는 것은 쾌감이지 기쁨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정한 승리인 기쁨은 본질상 순수한 것이다. '재능'이란 모든 것을 왜곡하고, 사물을 뒤틀리게 하며, 자신을 착각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연으로부터 재능에 어떤 짓눌림도 받지 않았던 인간들, '진정한' 삶이란 그들만의 것이다. 게으른 자들, 그 타고난 형이상학자들에게 공허감은 인생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선량한 사람과 직업 철학자들에게 그것은 인생이 끝날 때 그들의 실망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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