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주가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재주 중 하나만 선택하여 정성을 들여도 찬란히 빛을 볼 잠재력도 있다.
그러나 내 모든 발걸음은 비틀거린다.
꿈에 취해, 과거에 취해, 당장의 도피에 취해 비틀거린다.
하나를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기엔 겁이 많고, 전부 다 손에 쥐기엔 크기가 작다.
언제나 타협할 준비가 되었다는 최면으로 그 때가 아직은 오지 않았다고 믿어왔는데, 지금의 난 가시밭으로 펼쳐진 기로에 섰다.
하나라도 얻기 위해서 포기를 해야 하고, 그 포기는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억지로 끝내는 것은 언제라도 타오를 수 있는 불씨가 되어 마음에 남을 것이기에 내 손으로 직접 비벼 꺼야 한다.
차리리 운명이 아닌 길을 걷다 그 곳에 정착하여 시작된 삶이면 좋으련만, 이 생의 나는 너무 많은 연고를 쥐고 태어나 그것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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