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에는 명물이 많다. 첫번째로는 미남만 모인 배구부, 두번째는 기적의 인성 미야쌍둥이, 마지막으로 '아가씨' 날때부터 무엇이든 손만 뻗으면 닿았어. 아니, 손 뻗을 필요조차 없이 무엇이든 나의 손에 있었지. 일본 제일의 부자, 어쩌면 세계적으로 꼽힐지도 모를 그런 부자인 이 집안은 하나뿐인 외동딸을 위해서라면 무어라도 해줄듯이 굴었고, 실제로도 무엇이든 해주었으니까. 지금 내가 있는 효고의 별장도 마찬가지. 단지 맑은 공기가 맡고싶었고, 소설속에서 봤던 사투리쓰는 바닷가에 사는 남자주인공이 멋있어서 그대로 사버렸어. 알게 뭐야, 내가 살거라는데? 그렇게 새로운 학교인 이나리에 전학와서 등교한지 일주일째, 오늘도 편안하게 기사님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등교했어. 그야 당연하잖아? 버스는 복잡하고, 택시는 샌드위치도 음료도 안주는걸. '오늘도 납셨네' '진짜 자기가 공주라도 되는줄 아나봐.' 익숙하게 들리는 목소리도 여전히 재미없고 말이지. 무슨 용기로 저렇게 떠드는지 모르겠는걸, 본보기가 부족했던걸까? 뭐, 아직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 그냥 무시하겠지만. "사무 이 돼지샊야! 그거 내끄라 했다 아이가! 어마이가 내랑 니랑 똑띠 노나 무랬는디 그걸 혼자 다 쳐묵냐!" "아 우짜라고! 니도 어제 내 햄 뭇다 아이가!" 오늘 아침은 소란스럽네,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 결정을 정말, 정말로 잘했다 생각해. 그곳에는 정말 멋있는 왕자님이 계셨으니까. "너거 그래 길가다 싸우는거 민폐란거 모르나? 사무, 니는 같이 무야제 와 혼자뭇노. 츠무, 니는 암만 그래도 욕 쓰믄 쓰나? 스나, 폰 내리라." 정말로, 다른 무엇도 보이지 않고 그 근처만 반짝반짝 빛이 나는거 있지...! 동그란 머리에, 담담한 눈, 멋진 목소리, 거기다 단정하고 예쁘게 입은 교복! 정말이지, 완벽한 왕자님이었어. 그래, 왕자님! 그대로 길을 가던 학생 하나를 붙잡고 그를 가르키며 물었어. "쟤 누구야? 응? 쟤 누구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키타 신스케', '배구부 주장'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정말, 정말로 어쩜, 이름마저 완벽할까! 나는 사랑에 빠진 소녀였고, 그대로 직진하고 싶었지만 곧 종이 칠거기 때문에 교실로 향하는 수 밖에 없었어.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그 뒤로 그를 마주하는 일은 없었어. 물론 바란다면 그에대한 A부터 Z까지, 그의 몸에 있는 점 갯수부터 가족관계, 통장 비밀번호까지 전부 알 수 있겠지만 하지않았어. 그도 그럴게 범죄잖아, 그거? 적어도 난 선은 지킨다구! 뭐, 선을 지키지 않은 같은반 여자아이 둘은 조금 혼내줄거지만. 어깨를 으쓱하고는 드라이브하러 가자며 기사님을 불렀어. 별장에서 조금 나가면 커다란 밭이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 차를 세워두고 달을 보면 아주 예쁘단걸 알게 됐거든. 그 앞에 작고 귀여운 집이 하나 있던데, 그 집을 사버릴까 고민도 했지. 그래도 취향은 아니고 귀여울 뿐이라 안샀지만! "좋다아!" 이내 그곳에 도착해서 창문을 내렸어. 주변에 차도 없고, 오늘은 달도 아주 크고 예뻤어. 꼭, 뭐랄까... 달이 속삭여주는것 같았달까! 응, 그런거 같았어. 달이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거야, 아가야.'하고, 말해주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히히, 웃고 한참 달을 바라보다 이제 들어가야지... 싶었을때. 그 작고 귀여운 집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어. 우당탕이라 해야할까, 와장창이라 해야할까? 소란스런 소리가 짧게 나더니, 문이 열렸어. 거기서 나온 사람을 힐긋 봤더니, 아니 글쎄, 왕자님이 계신거야! 너무너무 반가워서 다가갔는데, 왕자님이 안절부절 못하고 덜덜 떨고있는거 있지? 무슨 일이 있는걸까? "저기, 무슨 일 있어? 도와줘야해?" 왕자님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는 날 바라보는 그에게 물었어. 눈동자가 일렁일렁한 왕자님은 달님이랑 너무너무 잘어울렸지! "하, 할매가...! 할매가 다쳤다! 좀 도와도, 구급차는 불렀는디 사고가 있었어가 늦는단다!!" 아, 저 앞에 오는 길이 유난히 막히고 돌아가라더니 사고가 있었던걸까. 눈을 꿈뻑이다 기사아저씨를 불렀다. "할머님이 다치셨대! 주치의한테 연락하고, 모시고 집으로 가자." 그러니까, 이나리 다니시는 선배님 맞죠? 저 후배에요! 할머님 걱정은 마세요, 저희 주치의가 실력이 엄청 좋거든요! 말끔히 나을수 있도록 힘써줄거에요! 까르륵 웃으며 기사아저씨가 모시는 할머님을 보았다. 손바닥을 크게 베이신건가, 피가 많이 나시네. 눈을 꿈뻑이며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왕자님을 봤다. "왕ㅈ... 아니, 선배님도 같이 가요! 걱정된다면 치료하는거 보면 되는거잖아요?" 그대로 모시고 집으로 왔어. 미리 연락해둔 덕분인지, 방 하나를 말끔한 처치실로 꾸며둔 주치의를 보며 이번에 보너스를 줘야겠다 생각했어. 짧게 생각을 그치고 걱정스런 눈으로 제 가족을 보는 왕자님을 감상했지. 어쩜 저리도 멋있는지...! 급하게 나오느라 흐트러진 머리는 여전히 동글했고, 흰 티셔츠에 반바지까지! 무려! 반바지! 주치의에게 은근슬쩍 싸인을 보냈어. 이미 왕자님을 만났다고 집에서 잔뜩 말하고 다녔으니 눈치 빠른 우리 주치의 선생님은 알아봐주시겠지! "다행히 크게 다치신건 아닙니다. ...단지, 흉이 지시거나 덧날 우려가 있어서 몇일간 제가 경과를 보고 소독해드리고 싶은데요. 손자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나이스, 주치의쌤!! 적어도 그가 모시고 왔다갔다 할테니 자주 얼굴을 볼 수있겠지. 아니더라도 할머님께 이런저런 애교를 부려 내편으로 만들수 있다! "아, 근처 병원에서 하믄 됩니더. 오늘 이래 봐주신거만해도 윽수로 감사합니더, 니도 고맙다. 니 우리학교 후배랬제? 배구부 함 온나, 내가 밥이라도 한끼 사줄기라." 아니, 근처 병원을 간다고? 이렇게 완벽한 주치의를 두고? 아, 거리가 문제인가? 차를 타고 다니는건 부담스러운건가? 그런거라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지! "에? 근처 병원 가지말고 여기서 보세요! 돈도 안받구, 제가 워낙 튼튼해서 할 일 없는 우리 주치의 선생님도 일거리 생기시니 좋으시겠죠! 혹시 거리가 부담되시는건가요? 여기 손님방 많아요, 몇일 묵었다 다 나으면 가셔요!" 진짜 사실만 말했다! 돈은 워낙 많으니 필요 없고, 여기 방도 많고, 주치의 선생님도 할 일이 생기시면 좋으시겠지! 라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우당탕탕 닝 아가씨의 키타 유혹 대작전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