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엉성하게 얽힌 기억 사이를 비집고 몰아친다. 모래사장과 모래알의 반짝임과 바닷물과 닿은 모래의 질감을 추억하던 미련이 짙게 남은 발걸음의 흔적이 파도의 손을 잡고 소멸하듯 그 사이로 침몰한다. 부서진 조개껍질 조각들과 형태조차 남지 않고 유려한 곡선으로 변화된 모래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도 그만두어야 할 때다. 알록달록한 튜브가 온통 모난 데뿐인 바위에 걸려 찢긴 것을, 나와 모래성을 쌓거나 파도를 타던 사람들은 그것을 쓰레기 혹은 폐쇄된 해수욕장의 잔해물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서둘러 접이식 평상과 파라솔을 차곡차곡 접어 거두기 시작한다.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에서 몰래 주워온 소라고둥을 귀에 갖다 대고, 발길이 끊겼을 모래사장과 성내는 파도가 맞닿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나를 한 미련쟁이라고 놀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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