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운명적인 사랑을 믿었고 그 당시에 만난 게 현애인이야 당시에 나는 어렸고 그래서 가벼운 연애만 추구하다가 상처받아서 운명의 반쪽을 만나고 싶었거든 그래서 현애인이랑 사귀게 됐을 땐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게 무슨 기분인지 알 만큼 너무 행복했어 진도도 빨리 빼고 싶었는데 소중한 관계가 한순간에 가벼워질 까봐 나는 미루고 그랬어 그리고 시간이 지났을 땐 나는 얘한테 후순위였더라고 취업 준비 때문인지, 회피형이라 싸우고 나서 자꾸 대화를 피할 때 정말 역대급으로 상처 받았었어 그래서 결국 내가 먼저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했어 그런데 같은 공동체에 있는 상황이라 매주 얼굴을 마주쳐야 했고 마음 정리가 안 돼서 친구들이 말리는 데도 붙잡아 봤었어 그런데 그때 얘 말이, 자기도 시험 앞두고 있고 해서 서로 어차피 더 힘들어질거라고, 그렇게 완곡하게 거절하길래 또 울면서 집에 왔었어 그런데 차이니까 마음 정리가 되더라고 그렇게 겨울 지나 봄, 봄 지나 여름 되고 나도 홀가분해지고. 그러다 다같이 술자리 가진 날 새벽에 잔뜩 취해서 전화 왔더라고. 내가 자기 싫어한다고 자기는 너가 좋은데 붙잡으면 안될 것 같아서 못 잡겠다고. 다음 날 미안하다고 두 번씩이나 사과왔길래 만나자고 해서 만났고 다시 사귀게 되었어. 그 다음 부터는 얘가 친화력이 좋은 것도, 나랑 생각보다 안 맞는 부분이 많은 것도, 다른 여자들한테 다정하게 대하는 것도 싫고, 게다가 혹시 외로워서 붙잡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가볍게 마음 정리 용으로 만나야지 싶었거든? 근데 문제는 하루하루 만날 때마다 싫은 점도 많지만 그만큼 얘가 너무 좋아져 그래서 너무 겁이 나고 무서워 이러다 엄청 빠져서 또 엄청 힘들어지면 어쩌지 나 너무 무서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