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가끔씩 아 이 작가가 이걸 쓸 때 주인공 혹은 주인수 (보통은 이게 더 많음) 입장에 빙의해서 썼구나,
이런 게 느껴질 때 확 몰입이 깨져서 결국 안 보게 됨.
어떨 때 그렇게 느끼냐고 하면 정확히 정리하긴 어려운데..
예를 들면 복선이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과 전혀 관계 없이 투 머치 디테일로 뭔가를 묘사할 때 (=주변에 있는 거/자기 경험을 그대로 묘사했구나/그 지역 사는구나)
아니면 독자한테 그 감정선을 따라갈 만한 정보를 별로 주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세상 처연하게 감정과잉 상태이거나, 갑자기 막 부당한 세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읊기 시작하거나?
그런 게 딱 느껴지는 순간부터 아 여기서 작가가 자기를 모에화하고 있구나, 여기서 보는 사람이 이렇게 느끼기를 바라는구나 이런...
연극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막에 가려져있던 무대 뒤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확 느껴지면서 몰입이 와장창 깨짐.
필력이나 경험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쓰여져서 주인공/수가 자기연민에 빠져있으면 뭔가 내가 감정쓰레기통 된 느낌이라 그 자리에서 덮게 됨...
소설 속의 캐릭터들의 얘기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작가가 소설이라는 자리를 빌어서 불쌍하고 처연한 나에 취해있는 느낌이 너무.... 불편해서 피하게 되는 듯ㅠ
그런 케이스가 많은 건 아닌데 그렇게 접은 작품들 종종 있음...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3-
그런 거 보면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소설 속 캐릭터들한테 충분히 몰입을 해야 보는 사람도 개연성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잖아,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은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아.
뭐든 밸런스가 중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