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오헤 작중에서도 나왔듯이 태경이는 사탕처럼 인스턴트적인 달콤함만 추구해왔고 가벼운 만남만 가져왔지. 이런 점에서 나는 태경이라는 캐릭터의 연애방식이 꽤나 어리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본인의 전애인이 저지른 av에 대해서도 매번 태연한 반응이었고.. 사랑에 있어서도, 자신에게 있어서도 태경이는 절실한 무언가가 결여된 사람 같았어. (5화 참고)
하지만 해수를 만난 이후로 태경이는 변화했잖아.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해수와 만나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절대 먼저 끊어내지 않았어. 난 이게 태경이의 한걸음 성장이라고 봐. 만약 태경이가 성장하지 않았다면 한달 계약 연애 기간 동안 해수가 주원이를 떠올리는걸 눈치챈 순간 관계를 끊어내버렸겠지. 그런 해수와의 연애는 사탕처럼 간편하게 달콤함을 취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사귀기 이전에 몸으로 위로해주는 관계가 오히려 좋았을 수도 있어.
태경이가 미나에게 해수 마음이 딴데가있는게 보인다고 불안하다고 했던거 기억나? 같이 있는건 자신인데 해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것 같다고 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라면서(89화 참고) 해수가 부담감을 느끼고 떠나갈 수 있다는걸 감안하고도 직진할 수 있게된게 태경이의 성장아닐까? 그 정도는 미비할지라도.
사실 나는 아직까지 태경이의 완전한 성장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봐.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느꼈냐면 일단 해수가 본인의 메인모델 기사로 태경이 av스캔들 덮었을 때.. 태경이는 피식 웃으면서 '재밌네'라고 했고 나는 태경이의 이런 반응이 그냥 사건이 재밌게 흘러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것이라고 봤어. 만약 더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대중 앞에 드러나게 되었을때 '재밌네'라는 반응 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 모델을 하는 것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기사로까지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면 분명 무슨일이 있었을텐데 혹시 안좋은 일이 일어난건 아닐지.. 이런 걱정보다는 그저 흥미롭다는 반응이 미성숙한 반응이라고 보이더라구.
태경이의 완전한 성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느낀 다른 부분은 이번편에 태경이가 자신의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 '근데 내 스타일이 뭘까 내가 잘하는게 뭘까 헷갈리기는 해요. 하고 싶었던 게 뭐였는지도.' << 이 부분이 럽오헤 초반에 나왔던 태경이의 인터뷰 장면의 대사와 연결성이 있더라고. '사진을 찍어요. 그냥 여러가지요. 예쁘고 야한거, 아니면 별로 관심 없어요.'(4화), '관능적이고 쾌락적인데 아름답고, 단순하고 그냥 그 자체로 비생산적이고 오락적이고. 그게 좋아요. 재밌잖아요'(5화) 과거의 태경이는 오락적이고 쾌락적인 사진을 찍는것에만 집중할 뿐, 그 외의 것들에는 별 관심 없었어. 자신의 작품을 향한 남들의 비판섞인 반응들 또한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본다고하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지. 하지만 이제 태경이는 비로소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거야. 내 스타일이 뭘까, 내가 잘하는게 뭘까, 이런 고민은 발전하고싶은 마음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생각들이니까. 이 점만 비교해봐도 태경이는 성장가능성이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태경이가 해수한테 사랑도 주고 위로도 해줬는데 얻은게 없다는 반응들 보고 내 생각 써봤어. 태경이가 해수한테 정도 주고 사랑도 주고 위로도 해줬음에도 해수로부터 찐사로 돌려받지 못한 건 맞아. 하지만 해수에게 쏟아낸 태경이의 열정이 다른 방면에서 태경이의 성장을 돕는데 이바지될 수 있는거 아닐까? 해수랑 만나면서 '해수에게서' 받은건 없을 지라도, 해수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태경이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해.
쓰다보니까 엄청 길어졌다...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