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홀리데이 닝 x 주먹밥집 사장 오사무
청춘이 피어나는 22살.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나는 무작정 워킹 홀리 데이 비자를 받고 일본 긴키 지방 쪽으로 날아왔다.
타국에 와서 갑자기 느껴지는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도 딱 하루, 나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곧바로 신문과 전단지들을 책상에 펼쳐두고 내 행복한 워홀생활을 함께할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완벽하게 짜여진 미래 계획에 따라 나는 일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하지만,
"죄송해요. 우리 가게 특성 상 말을 많이 해야해서, 외국인은 조금 그럴 것 같네요."
"에... 아무래도 같은 나라 사람을 쓰는 게..."
퇴짜. 퇴짜. 퇴짜.
몇 번씩 반복되어지는 실패에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던 것도 잠깐, 이제는 절망과 허탈함 속에 빠지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일 구하는 게 만만치는 않았지만, 일본도 이렇게 힘들다니. 나 정도야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했던 과거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나는 이제 이를 악물던 것도 모자라, 눈에 불을 켜고 내 조건에 맞는 자리를 계속해서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내 스펙이 어때서! 한국에서 12년동안 입시를 치루고, 그래도 괜찮은 4년제 대학에 진학에서 워킹 홀리 데이까지 온 사람인데. 나를 안 데려가는 사장님들이 진정한 보석을 찾을 줄 모르는 게 분명해.
그리고, 나의 손에 현재 들려 있는 것은 바로 효고 현에 위치해 있는 '미야네 주먹밥' 이라는 가게의 알바 모집 전단지였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게를 바라보니, tv에서 본 '심야 식당'과 같은 분위기가 나는 작은 주먹밥 식당이었다. 어제 초록창에 검색해보니까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 것 같은데...
분명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알바 지원하러 왔습니다! 라고 외쳐야만 했지만, 여러 곳에서 퇴짜를 많이 당한 나는 또 실패하게 될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가게 앞에서 한참동안 서성이며 사장님에게 전할 인삿말을 계속해서 연습했다.
일본어가 부족하다는 것을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엉키는 발음을 똑바로 내뱉으며 한동안 면접 시뮬레이션을 계속해서 돌렸다.
"아아. 안녕하세요. 알바를 모집하신다고 해서,"
" ... 음, 혹시 알바를 구하시지 않나요?"
" ... 알바 지원하러 온!"
왜 이렇게 다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나? 타국에 오니, 갑자기 멍청이가 된 기분이 매일 같이 느껴진다. 아니야. 절망하지마, 아직 첫 시작도 안 해봤는데 벌써부터 이럴 수는 없지.
한숨과 함께 마지막 연습이라는 다짐을 하며 가장 먼저 들어가서 할 말을 큰 소리로 외쳐보았다.
"안녕하세요, 알바를 구하시기에 지원하고자 온...!"
"알바 구하러 왔습니꺼?"
뒤에서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놀란 닭처럼, 날개는 없지만 온 몸을 움찔거리며 딱 봐도 이상해보이는 포즈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라 흔들리는 내 눈동자에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 모자와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과 입고 있는 그의 유니폼 가슴팍 쪽에는 '宮' 라는 글자가 박혀져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여기서 일하는 알바생 중에 하나구나. 남자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지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당황하던 모습을 서서히 지우고 헛기침을 한 번 내뱉으며.
"네, 알바 공고 보고 왔는데요. 혹시 사장님 안에 계신가요?"
"제가 사장인데요."
예? 사장이요? 여기서는 사장이라는 말을 다른 뜻으로 쓰나? 혼란스러운 머리때문에 나는 딱봐도 젊어보이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만 깜박였다.
"여기, 사장님이라고요?"
"예. 맞슴더."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
때 마침 가게 문을 열며 나오는 한 손님이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인사를 전했고, 그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라는 말을 함께 전하며 그를 떠나보냈다.
"...진짜, 사장님이시네요."
"일단 들어오이소."
내가 넋을 놓고있자, 남자는 가게 문을 열어주며 나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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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작하는 청춘로맨스 물이 보고 싶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