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혹시... 만약에요."
"...응"
"10년... 아니, 30년. 그것도 빠르다면 40년, 50년..."
"..."
"선배가 쭈글쭈글 못생기고 등도 다 굽은 할아버지가 돼서... 돌아봐 줄 사람 하나 없이 볼품없어졌을 때.
혹시 그때는 한 번쯤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정말 한 번이면 되는데."
2.
내가 걷는 방향으로 놈의 시선이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내 발이 가장 큰 꽃나무 앞에 멈춰 섰다. 다시 고개를 올렸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내게 향해 있었다.
4월이 되기도 전에 꽃이 다 피었어. 너도 좀 봐 봐.
3.
"숨바꼭질은, 재미있었나?"
속삭여 묻는 목소리에 짙은 희열이 묻어났다. 딛고 있던 바닥이 까맣게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4.
"아니다 싶었나?
위험하다, 딱 느낌이 왔어? 그러면 그 순간 바로 튀었어야지."
5.
"왜 엉뚱한 생각을 해?"
"윽......"
"맞아. 지금 난 정상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널 죽이리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억측 아니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6.
"뭐 탔어?"
"응."
"뭐?"
"좋은 거."
7.
"근데 우리 개는 언제 키워요?"
[웬 개.]
"웬 개라뇨. 개 키우려고 마당에 집 둔 거 아니에요?"
[아, 그거. 그거 네 방이야. 너 말 안 들으면 거기로 쫓아내려고.]
8.
"신칭 하오."
"그거 아니잖아요. 똑바로 해요."
"내가 뭐라고 했는데?"
"기분 좋다."
"나도."
9.
"너는 저보다 더 아름다운 자를 본 적이 있는가."
뚫어질 듯 허공만 노려보고 있던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삼키며, 그는 누구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닌 혼잣말을 속삭였다. 희미하게, 그 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 어떤 모습을 하든, 그 어떤 소리를 내든, 나는 그보다 아름다운 자를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