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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선배랑 하나마키 선배(슈크림 빵을 전해주는 과정에서 통성명을 했다.)가 바닥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며 웃는 것을 보며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좀 이상한 선배들 같다.
-맛, 층...! 푸하하하하! 아저씨였어?!
-야 마츠카왁. 진짜, 너, 크흥..
잇세이 아저씨는 착잡한 지 마른 세수를 연신 해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이와이즈미 선배가 어깨를 토닥거리는 게 보였다.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
-네?
하지만 아무리 잇세이 아저씨랑 선배들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봐도 동년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풋풋한 남고생들과 누구를 비교하는 거야. 물론 잇세이 아저씨는 이와이즈미 선배랑 닮지 않았고, 반응이 떨떠름했기에 선배와 조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아직도 깔깔대며 웃는 나머지 선배들을 뒤로하고 나는 익숙하게 잇세이 아저씨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 오늘 우리 엄마아빠 늦는대요. 재워줘요.
-....그래.
침대가 없는 내 방과는 달리 아저씨네 방에는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어서 나는 아저씨네 집에서 자주 잤다.
폭소하던 선배들은 이제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와 잇세이 아저씨를 바라봤다. 뭔데, 뭐야? 무슨 상황인데?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애가 스물 중후반 아저씨에게 재워달라고 하는 것은 확실히 그림이 이상하긴 했다.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은 절대 사양이니, 나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원조교제 아닙니다! 이웃이에요!
다시 한번 뒤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이와이즈미 선배의 웃음소리도 같이.
아침 8시.
아침잠이 많은 나는 오늘도 지각 위기에 처해 아저씨네 어머니가 하는 말도 못 듣고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아저씨네 집에서 자주 자느라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아저씨는 백수가 아니었던 거 같다. 아침마다 사라지다니,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보다 먼저 나갈 정도면 얼마나 부지런한 거야?
아저씨네 어머니께서 손에 쥐여준 토스트를 입에 물고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다.
이게 화근이었지.
지각 위기에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나는 쾅, 쾅. 배구공이 매섭게 바닥으로 꽂히고 있는 배구부 체육관을 지나갔고,
-거기!
-...!
문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배구공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운동신경이 꽝인 나는 차마 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고,
-조심.
-....아저씨?
-나 아저씨 아니라고 했지.
아오바 죠사이의 체육복을 입고 있는 잇세이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