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거든
내가 살면서 본 또래 남자들 중에 진짜 제일 괜찮은 애란 말이야 이렇게 예의바르고 개념 박힌 남자가 실존하긴 하구나 싶을 정도고 내친구도 그정도면 결혼감이라고
근데 이제 다음달이면 1년인데 그냥 점점 만나다보면 재미가 없어... 그냥 대충 요약해보자면
1. 대화할 때 큰 재미가 없음 (티키타카 같은 거?)
2. 애가 연락을 참 잘해주는데 그것마저도 큰 재미가 없음 대부분이 본인 일상보고식,, 보고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런 애정표현 X (근데 애정표현은 나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니까 그러려니 함)
3. 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며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데 얘는 술을 잘 못 마심
구러다보니까 데이트 패턴이 만나서 카페 (대화재미없음) - 저녁 (술 마시고싶은데 눈치상 안 마심 마셔도 나만 마셔서 재미없음) - 밥 먹고 나와서 이제 뭐하지? 이러고 대충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얘가 그냥 집이나 가자 라고 말함
저러고 집 안 가는 경우는 보통 대실하고 그랬어 근데 이제 얘가 자취해서 얘 자취방 가면 되긴 하는데
어제는 내가 화장 지울 거 없고 안경도 안 가져왔으니 다음주에 오고 이번쥬는 그냥 집에 가라는겨 그냥 가는 길에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어제 데이트 내내 기분 안 좋았어서 그냥 집에 갔거든 이제 또 왜 기분이 안 좋았냐면
어제는 얘 중요한 시험 있다고 3주만에 한 데이트였는데 그랴서 내가 오랜만에 엄청 꾸미고 나갔단 말이야 (평소에 화려한 스타일링 좋아해) 근데 얘는 그냥 깔끔하게 입는 스타일이라 서로 옷에 관심 많고 좋아하는데 이런 취향에서는 잘 안 맞는단 말이지 ㅋㅋㅋㅋㅋ...
아무튼 구래서 예쁘게 하고 나갔는데 또 혼자 세상 화려하네~ 하면서 카페 가서도 예쁘긴 한데 넌 너무 과해 이러는 거야 나도 오늘은 좀 남들이 보기엔 그럴 수 있다 생각하긴 했거든 구래서 ㅇㅋ인데 그냥 면박주듯이 표정도 그렇고 그렇게 얘기하니까 좀 주눅들었거든 데이트 내내 괜히 이러고 나왔다 이 생각 들고 말로도 한두번 내뱉기도 하고
근데 또 카페에서도 얘가 말이 별로 없는거야 평소에도 막 말 많이 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텐션이 너무 낮은 느낌? 나 잘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계속 무표정에 말이 없어 그래서 아 얘도 이제 내가 재미없나 하고 내가 먼저 뮤슨 말 해도 그거에 대한 리액션만 있지 뭐 크게 말이 없어서 그 때부터 좀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얘가 한강이나 가볼까 하길래 망원동이라 걸어갔는데 거기는 뭐 크게 앉아있을만한 곳도 없고 햇볕도 세고 이러니까 얘가 아 괜히 왔나 이러는 거야 그냥 가자고
그래서 속으로 이제 얘도 날 그렇게 크게 안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지 평소보다도 유난히 텐션이 낮길래 그 때부터 나도 표정관리 안 돼서 말 안 하고 그냥 걷기만 했는데 그러니까 얘가 좀 눈치를 살짝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냥 그대로 밥 먹으로 갔거든
밥 먹을 땐 구래도 내가 말 좀 계속 하고 해서 평소같이 텐션이 돌아왔다 싶었는데 밥 먹고 나서 또 정처없이 걷고 어디 가지 이러고 있으니까 또 똑같은 느낌이라 내가 말도 없고 그러니까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는 거야 본인도 기운 없으면서 ㅋㅋㅋㅋㅋㅋ ㅠㅠ 그러다가 위에 쓴 것처럼 저러고 집에 갔거든
버스 안에서 진짜 계속 눈물나고 얘도 이제 내가 재미없구나 싶어서 생각도 많아지고 그런데 또 평소처럼 내가 답장 안 해도 계속 연락을 남기는 거야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게 애정이 있어야 이렇게 하잖아 그러다보니까 내가 그냥 오바하는 건가 싶은데 진짜 평소보다 텐션이 낮은 건 맞았거든 하여튼 이런 것 때매 어제 뒤숭숭해서 그냥 일찍 자버렸는데 일어나서도 좀 우울하고 그러네...
다음에 만나면 진지하게 얘기 좀 해볼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