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네 곁에 있으면 온종일 상과 벌을 몰아 받는 것 같다. 가질 수 없어서 쓰리다가도, 그저 네 얼굴만 보면 좋다고 속도 없이 실실. 널 바라보는 내 마음이 추악하고 흉측하게 자라 더 이상 막을 수 없음에 역겹다가도, 그 얼굴만 보면 자꾸 만지고 싶어지고 갖고 싶어진다. 그러나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네가 짐작하는 것보다 너를 훨씬 더 끔찍이 아껴서, 도저히 그럴 엄두를 낼 수 없으니까.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 하는 구렁텅이에는 나만 자빠지면 돼. 너는 그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서 모른 척 날 보고 깔깔 웃어주기만 하면 돼. 더러운 X라고.
2.먹은 것이 없어 변기통에는 노오란 위액만이 흥건하다. 어차피 너와의 시간동안 늘 뒤집혀 있던 내 마음, 또 다시 속을 죄 뒤집어도 좋으니 이 위액들 사이에 너도 같이 섞여 흘러가줘. 내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도록.
3.이제 내 감정은 목줄 멘 개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지도 않을거고, 나 좀 봐달라고 벽을 긁어대지도 않을거야. 다음 생엔 네가 나의 개로 태어나줘. 내가 속으로 이토록 앓지 않게, 네가 날 더 좋아해줘. 나만 기다리고, 나만 좋아해줘.
4.정말 제가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 아직도 충분히 외로워요. 다만 그 외로움에 익숙해졌을 뿐이에요. 이만큼 아팠으면 다 아팠겠다싶어서요.
5.날 정말 힘들 게 하는 건, 죽어가는 이 순간이 아니라 죽는 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다.
6. 사람들은 흔히 불행은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것이라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들 하지만, 그 애에게는 그 반대였다. 그 애에게는 먼지만큼 자잘하고 사소한 안심이 행복이 되었고, 불행이 일상이었다.
7.네가 없이도 웃을 수 있게 됐어. 정말 대단하지 않니?
8.왜 날 이렇게까지 사랑하느냐고 묻지 마.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으니까.
9.왜 날 이렇게 괴롭혀. 왜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이냔 말이야. 대답 없는 절규는 누런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구정물을 단물이라 속인 네 눈에, 네가 준 구정물을 달게 마시며 사는 내가 어떻게 보였니. 매 겨울마다 보약을 먹여놓고도, 칼바람에 감기라도 들까 안절부절못하는 날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니. 미안하지만, 나는 사실 네가 준 단물이 구정물이었단 걸 알고 있었어. 보약을 죄다 버리는 것도 알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