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아이가 제 엄마를 힘껏 부르는 소리에, 나는 길 한복판에 주저 앉아서 펑펑 울었다.
엄마, 엄마, 엄마. 나는 주위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그 아이처럼-힘껏 소리를 쳐 불러보았다.
그 소리가 하늘 끝 까지 다을 수 있도록, 나는 내 있는 힘껏, 그렇게 한참을 울부짖었다.
나는 헛똑똑이다.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이론만 빠삭하지 실천은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다.
고등학교때도 그래서 별명이 허당이였다.
그래, 괜찮았다.
허당이건, 헛똑똑이건, 뭐든.
다만 그 '헛'짓이 엄마에게까지 통해서는 안되는 일이였다.
나는 늘 이론만 충실인, 못나고 못되고 형편없는 딸이였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내 찬 손을 입김을 모아 불어주시던 엄마의 얼굴이 생생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이제 생생하지 않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왜 우리는 그 흔한 가족사진도 없을까- 하고 한탄했다.
서럽고, 서럽다.
내 핸드폰에 지나가다가 찍힌 엄마의 사진뿐이라는 것이, 나는 서럽다.
왜 나는 몰랐을까.
어렸을때부터, 스무살이 되고, 서른살이 될 때 까지 몰랐을까.
처음부터 나만 부자였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엄마는 낡은 옷, 낡은 신발, 낡은 가방에 고작 오천원짜리 옷도 아까워서 벌벌 떠시는 분이였다.
그러면서도 하나뿐인 어린딸과 함께 백화점에라도 나갈때면 어린자식 속앓이하게 하기 싫어, 그 낡은 옷을 닦고 닦고 또 닦아 광을 내고 가셨다.
그리고서는 가격표에 멈칫하는 딸에게 엄지를 내어 보이며, 이 쯤이야. 엄마가 사 줄게- 라며 기분 좋게 두자리수가 넘어가는 가격을 지불하곤 하셨다.
또 그 못난 딸이 가끔가다 사다주는 화장품이며 옷가지들은 유통기한이 지나고 유행이 여러번 지날 때 까지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계셨다.
아아, 가슴이 맵다.
멍청하도록 딸에게 충성이였던 여자가 그리워서, 내 가슴이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