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l조회 279l
이 글은 7년 전 (2017/3/30) 게시물이에요
감성 에 게시된 글입니다 l 설정하기
_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정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마침내는 희망 슈퍼라 적힌 가게 앞에 도착하였다. 이제 막 셔터를 닫을 참이었다. 거친 소리와 함께 주인인 황 씨가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그 모습을 정도 분명히 봤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긴 밤늦어도 한참 늦어 소란을 피우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었다. 황 씨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담배를 살 거냐고 물었다. 늘러 붙어 딴딴해진 껌 덩어리를 건들이던 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를 뒤적여 더러워진 천 원짜리 몇 장을 정은 자신의 흉터투성이 주먹으로 꽉 움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황 씨는 저도 모르게 아, 오늘도 일거리를 찾으러 나갔던 모양이냐, 소리를 내었다. 정은 별 말없이 거스름돈을 달라고만 하였다. 그러자 돌돌 말린 담배 몇 개비가 정의 손안으로 찾아 들어왔다. 이 것이 거스름돈이라는 듯 황 씨는 곧바로 정에게서 등을 졌다. 담배 한 갑을 엉성히 쑤셔 넣은 정의 헐렁한 주머니에선 찌들어진 방 안 냄새가 풍겼다. 천천히 카운터에서 한 개비를 집어 들어 불을 붙이는 정에 황 씨는 결국, 또 다시 셔터를 들어올렸다. 피고 갈 거인 모양인데. 정은 대꾸하지 않았다. 담배 맛이 참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주린 배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팠다. 정은 내리 이틀 정도를 단 한 끼도 챙겨 먹지 못했다. 문득 자신의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바라보았다. 한 동안 잠잠했던 뱃속이 또 다시 요동쳤다. 다음 날 내놓을 복숭아 몇 개를 손질하던 황 씨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배고프요? 정은 말없이 연기만을 죽죽 들이켰다. 얼굴이 홧홧해지는 느낌에 더 많은 연기를 들이켰다. 배고프면 이거라도 드실라요? 황 씨가 내민 손 안엔 거의 다 짓물러진 복숭아 몇 조각이 들어있었다. 몇 번 주저하던 정의 손이 결국은 그 복숭아를 받아들였다. 갈 색 빛이 도는 복숭아에선 시큼한 향기가 났다. 과즙이 뚝 뚝 떨어져 정의 꺼먼 손을 적시는 것도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느릿하게 입을 벌려 복숭아 하나를 들이밀어 보았다. 잇새 사이사이 치밀고 들어오는 물컹한 덩어리들이 곧 잘게 부수어져 정의 미끈한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황 씨는 소쿠리를 의자 밑에다 밀어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자욱한 정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뒤늦게 챙겨먹는 노동자의 조촐한 새참 같은 모양새였다. 그 복숭아가, 하염없이 찢겨지는 물크러진 복숭아 조각들이 마치 정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아 황 씨는 정이 눈치 챌 새라 얼른 시선을 바깥에다 돌렸다.
제철이라오.
정은 대꾸 없이 끈적한 제 손을 자신의 헤진 등산복 바지 위에다 문질렀다. 하지만 그 끈끈함은 쉬이 정의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질척댔다. 전보다 더 건조해진 끈적함에 정은 결국 그 사이에다 담배 한 개비를 끼웠다. 제철 과일이라는 게 이렇게 단 것인지 자신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서 황 씨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이 것이 제철이라 단 것이구나 하며 동의를 해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다는 흔한 말도 정의 입 안에선 끝끝내 나올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입 속에선 시큼한 복숭아 향기만 맴돌았을 뿐이다.
비가 영 껄쩍지근허이 오는갑네요.
황이 말했다. 이번 연기는 너무 매워 정의 코끝이 벌게졌다. 고개를 푹 숙였다. 담배 연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었다. 머쓱함에 정의 입으로 괜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 황 씨가 그런 정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별안간 정이 코를 막았다. 가게 안에 가득 퍼진 복숭아 향이 어지러웠다. 황 씨의 손은 끊임없이 과도를 놀렸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공기마저 척척 정에게로 달라붙었다. 바닥으로 조그만 불씨가 떨어졌다. 어차피 금방 사그라질 불씨였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익인1
내 눈 앞에 장면 장면 그려졌어... 진짜 글 잘 적었다
7년 전
익인2
필력봐.....복숭아 묘사할때는 침 고임.. 분위기 냄새 하나하나 다 떠오른다
7년 전
익인3
22222
7년 전
익인4
무척 좋다...
7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한국이 아니시네요
이런 메뉴는 어떠세요?
익명여행 l 익외거주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날짜조회
일상'태인' 이름에 어울리는 성씨는 뭐야?412 05.09 22:5128073 0
야구/알림/결과 2024.05.09 현재 팀 순위145 05.09 22:4219900 1
일상가장 체감되는 우울증 증상148 05.09 23:0723760 1
일상남친 그냥 나 화나게 하려고 작정을 했구나225 8:5410875 0
이성 사랑방결혼예정인 애인이 사위노릇 하기 싫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120 05.09 20:3624839 0
히키코모리 때 1년에 한 3번 씻었나 12:22 1 0
나 알바하면서 진짜 역대급 본적있는데 ㅋㅋㅋㅋㅋㅋ 12:22 1 0
우울증인데 가족이 간섭하면 어때..? 12:22 1 0
연차도 안 쓰고 계속 담달 어케 버티지 이건 왜이래? 12:22 2 0
이성 사랑방 애인이 혼자가 편하네 라고 말하면 헤어질거야? 12:22 2 0
불법 차량 단속 있자나 12:21 3 0
얘들아 고양이vs앵무새1 12:21 6 0
다이어터 점심 폭식~😍 12:21 5 0
최근에 잠을 너무 못 자고 기력딸리면 어느병원가서 뭘 맞아보는걸 추천해.. 12:21 6 0
오늘 노래방들 단체 파업임?? 12:21 8 0
"어거스틴"이란 이름 들었을때2 12:21 9 0
아니 근데 폼롤러 왤케 가벼워?1 12:21 4 0
인스타 차단 잘 아는새럼?? 1 12:21 6 0
농담 아니고 진짜 내가 하고있는 이 직업이 진심 적성 안맞을때1 12:21 10 0
이성 사랑방 isfp는 그럼 예의, 빈말/ 진심 구분 어케 해...? 12:21 8 0
남성분들만 다몰려와서 대답해주세요! 12:20 9 0
정부 일본산 김 수입한대2 12:20 13 0
다이어트 오래 하면 장점.. 12:20 11 0
얘들아 나 퇴근해4 12:20 14 0
일하고 싶은데 옆에 직원이 너무 잘자서 못하겠엌ㅋㅋㅋ 12:20 1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