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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년 전 (2019/2/16) 게시물이에요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이를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사막> 오르탕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새벽> 양애경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새벽 잠자리에서, 반쯤 깨어 뒤척이며 

그런 생각을 해 

베개를 밀고 요 호청에 

얼굴을 묻고 엎드리며 

반쯤은 넋이 나가고 

반쯤은 분명히 깨어 

난 행복해질 것 같아 곧. 

 

 

 

 

 

히히 일단 오늘은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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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1
쓰니야 너무 글들이 좋아서 스크랩했어! 자주자주 읽을거고 다이어리에도 적어둘거야! 고마워(๑・̑◡・̑๑)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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