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플릿-팜플렛이 아니라 브로슈어라고 몇천번을 말해줘도 귓구멍에 방망이를 쑤셔박았는지 듣는 시늉도 안한다.
그러면서도 매번 내가 도슨트로 배정된 전시는 빠지지 않고 오는 이 남자의 이름은 도경수. 고등학생이다.
처음에는 전시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미학적 관점을 습득하기 위해 질의응답을 갖고자 함인가. 착각도 했었다.
전혀, 얘는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차이조차 알지 못하는 걍 조ㅈ고딩이다.
왜 예쁜 누나가 아닌 귀여운 형아가 있냐는 질문에서부터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원초적 실수를 범했다.
"퇴근 언제 해요?"
"불편한 점 있으십니까?"
"바지가 너무 붙는 것 같은데, 보이겠어요."
교복정도는 갈아입고 와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수작질을 할거면 적어도 성인인 척은 해달란 말이다.
여기는 너같은 고딩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풍부한 감수성과 넓은 감상의 스펙트럼을 지닌 지식인들이 희대의 작품,
"귀여운 존슨이 보일 것 같아서. 내 심장이 불편하네."
이 개같은,
"전시 관련해서 불편한 점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불편한거 되게 많은데요."
돌아서려는 나를 붙잡고 또 늘어진다. 이렇게 되면 나만 실장님한테 깨진다니까 이 고딩새.끼가 진짜.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
뻔히 잘 알면서, 너 내가 본것만 해도 여기 열번은 왔거든요 고객새.끼야?
"화장실은 저쪽 코너를 돌면,"
"나랑 형이랑 떡쳐도 될만큼 넓어요?"
는 어제 모티로 써보려다 실패했던 족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