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부드러워 손 내밀듯 조심스레 안겨오는 봄바람을 안고 두 눈이 파랗게 잠길 정도로 맑은 하늘, 그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솜사탕보다 더 달고 푹신해 보이는게 손에 잡힐 듯 말 듯 떠있는 구름조각,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내려오는 봄이 주는 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분홍빛 벚꽃나무 잎, 달큰히 코끝에 감겨오는 봄 내음, 봄이주는 나른함과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미소짓는 사람들,
그리고 내 옆에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있는 너.
참 이상했다. 다들 사랑하는 이의 한쪽 손을 꼬옥 붙잡고 봄이 주는 아름다움에 취해 사랑도 나누고 봄도 나누는 이 뜨겁고도 사랑스러움이 넘쳐나는 현장에서 왜 하필 너와 나일까? 괜스레 무안해져 핸드폰을 쥐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이것도 폼이 나질 않아 아예 두 손을 주머니에 넣어보았건만 전보다 무언가 더 어색하고 궁상스러운 느낌이 들어 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힐끗 쳐다봤다.
"벤치에 좀 앉자"
나름 티 안 나게 쳐다봤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힌 건지 눈치가 빠른 건지 너는 눈길로 바로 앞 벤치를 가리켰다. 굉장히 어색하고 민망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어서 봄이고 뭐고 어수선해지는 감정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음엔 꼭 여자친구랑 와야겠다는 다짐을 수백 번 넘게 하는 이 상황에 소개팅 욕구가 치솟았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네가 고맙다 못해 얄미웠다. 떨어지는 벚꽃잎 하나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봄내음 조차도 달큰하지않고 쓰디썼다. 무슨 말을 건내야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애시당초 멍청하게 오란다고 가는 바보가 또 어딨나 싶으면서도 내심 벚꽃이 보고 싶긴 했...
"있잖아 벚꽃 구경은 일 년에 한 번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정말 같이 보고 싶은사람이랑 딱 한번만 구경오거든"
"그래서?"
"그래서 왔잖아"
"..."
"너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