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thisisit] 빅뱅, K-POP이 안드로메다로 갔을 때

지금 빅뱅은 전 세계 ‘중2류 최강’이다. 3년 만에 내놓은 신곡 ‘BAE BAE’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문자 그대로 찹쌀떡 2개가 우주 공간에서 부딪치고, 빅뱅의 멤버들은 어느 행성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 여자들과 강강술래를 한다. ‘LOSER’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처 입고, 때려 부수고, 길에 쓰러진다. ‘LOSER’의 남자는 결국 “반복되는 여자들과의 내 실수 하룻밤을 사랑하고 해 뜨면 싫증”나는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고, ‘BAE BAE’는 “몸이 완전 착착 감기”는 연인에 대한 애정 표현과 성적 농담으로 가득 차있다. 내용 없는 이미지, 또는 단지 허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 전 세계에서 빅뱅만의 영역이기도 하다. 

아이돌의 세계에서 상처 입은 남자나 사랑에 대한 극단적인 표현은 판타지를 위한 하나의 콘셉트다. 빅뱅이 그 옛날 ‘Dirty Cash’에서 “한탕주의와 거저먹는 것이 만연한 이 사회”라 노래한 것이 자본주의 전복을 위해서였을 리는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빅뱅은 아이돌의 판타지를 그 바깥의 방식으로 표현하곤 했다. 지드래곤은 정형돈과의 ‘해볼라고’에서 트랩 비트에 맞춰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 내려갔고, ‘쿠데타(COUP D'ETAT)’ 뮤직비디오에서는 가사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를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시각화 했다. ‘BAE BAE’의 말장난에 가까운 가사나 연인을 “천사”라 말한 것을 뮤직비디오에서 거대한 천사 조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런 표현방식의 연장선상이다. ‘LOSER’에서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는 것도 ‘BAD BOY’, 거슬러 올라가면 ‘거짓말’에서 한 여자를 앞에 두고 보여준 것이다. 그들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멋진 아이돌의 모습을 동시대 해외의 트렌드와 섞어 보여줬다. 

‘LOSER’에서 부러진 십자가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명품 옷을 입고 일상의 거리에서 쓰러지는 그룹. 그래서 허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모습으로 패션 잡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모델 중 하나가 된 팀. ‘LOSER’ 속 그들의 비주얼은 다양한 화보 속 이미지의 연장선상이고, ‘BAE BAE’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국내 오버그라운드의 어떤 뮤지션도 잘 표현하지 못한 성적 은유들이 가득하다. ‘BAE BAE’에서 가사 속 사슴을 보석으로 세공한 사슴으로 보여주며 등장한 탑의 행동들은 노골적인 섹스 코미디고, 그는 ‘LOSER’에서 속옷 차림의 여성과 성적 긴장감이 넘치는 연기도 한다. 그들은 아이돌이 표현하는 가상의 콘셉트와 캐릭터를 아이돌 산업 바깥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다른 장르가 가진 보다 스타일리시하고, 섹시하고, 독특한 영역들을 다룰 수 있다. 여기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 이 모든 것을 거대한 일로 키운다. 다시 말하면 우주 공간에서 찹쌀떡이 부딪히는 막 나가는 장면을 이렇게 돈 들여서 만드는 것은 빅뱅 하나뿐이다. 

지난 앨범 [ALIVE]에서 빅뱅은 자신들의 복잡한 세계를 세련된 스타일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통합시켰다. 이렇다 할 극적인 구성없이 세련된 스타일로만 승부를 본 ‘BAD BOY’는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빅뱅으로서의 최전선이었고, 뮤직비디오 안에 민속놀이부터 SF적인 코드를 모두 녹여낸 ‘FANTASTIC BABY’는 파격이었으며, 멤버마다 극단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MONSTER’ 뮤직비디오는 그들이 아이돌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반면 ‘LOSER’와 ‘BAE BAE’는 곡마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는 대신 이 모든 것을 한 곡 안에서 보여준다. 태양과 테디가 작곡한 ‘LOSER’의 후크 멜로디는 마치 동요처럼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것을 우울하게 소화하고, 이 멜로디 앞에는 랩-보컬로 이어지는 전개는 K-POP의 일반적인 구성과 유사하다. 반대로 ‘BAE BAE’는 힙합의 비트와 말장난, 성적 은유를 마구 쓰다 승리의 브릿지 파트에서 여리고 깨끗한 보컬로 노래하며 그들이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마치 정신을 놓은 것 같은 시도들 사이에 아이돌적인 요소도 어떤 치장 없이 선명하게 자리를 잡는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의 엔딩이 앞의 맥락과 큰 관계없이 다섯 멤버들이 거리를 걷거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노래 내내 아이돌이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한 뒤, 마지막에 슬쩍 아이돌이라는 도장을 찍어 놓는다. 

그래서 ‘LOSER’와 ‘BAE BAE’는 지금 빅뱅의 좌표를 보여준다. 완성도를 따진다면 [ALIVE]가 여전히 그들의 최고작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새로운 두 곡은 그들이 지금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팀이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멋있는 것도 미친 짓도 다 한다. 그럼에도 ‘LOSER’는 대중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췄고, ‘BAE BAE’는 아이돌도 힙합 뮤지션도 할 수 없는 이상하지만 유니크한 어떤 영역에 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금 빅뱅은 한국 아이돌의 특성과 해외 장르 음악의 특성이 ‘빅뱅’을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행성이다. 한 번 시작하면 1천 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들의 월드투어를 세계인이 보는 이유가 있다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글. 강명석

[둘리1]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멋있는 것도 미친 짓도 다 한다. 그럼에도 ‘LOSER’는 대중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췄고, ‘BAE BAE’는 아이돌도 힙합 뮤지션도 할 수 없는 이상하지만 유니크한 어떤 영역에 있다.

[둘리2]

ㄹㅇ

[둘리3]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