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이석민.ask

공주가 외박 했는데 자기 잘못도 모르고 뻔뻔하게 우산 가지고 나오래.

[칠봉1]

그럼 석민이는 나 비 맞는 거 좋아?

[글쓴칠봉]

싫지. 근데 괘씸하잖아. 밤새 연락 씹어놓고.

[칠봉9]

잤어. 자느라 못 받았어, 아마도. 석민아, 밖이 너무 덥고 습하다, 빨리 와.

[글쓴칠봉]

어디서 잤는데. 재워준 놈도 웃기네. 비가 오면 우산이라도 쥐여주고 보내야지.

[칠봉18]

아직 자던데? 으응, 민규네 집. 빨리 이쪽으로 와.

[글쓴칠봉]

김민규 집에서 잤어? 내가 걔랑 붙어있지 말라고 했잖아, 공주.

[칠봉25]

민규가 술 한 잔 하자면서 그냥 자고 가랬어.

[글쓴칠봉]

술도 못 하면서 걔랑 술을 왜 마셔. 아니면 나라도 부르던가.

[칠봉30]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했어. 응, 그래서 먹다가 잤지.

[글쓴칠봉]

그래서 그 할 말이 뭐였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이냐에 따라 그대로 형한테 갈지 되돌아서 집에 갈지 정하게.

[칠봉37]

아아, 그냥 걔 고민 상담. 좋아하는 사람 있다구, 별 말 아니었으니까 빨리 와.

[글쓴칠봉]

그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

[칠봉43]

야, 자기야, 나 아니야.

[글쓴칠봉]

공주 아닌 거 확실해? 진짜로?

[칠봉51]

응, 어제 술 먹어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나 아니라니까.

[글쓴칠봉]

김민규는 왜 그걸 남의 공주한테 얘기하고 지'랄이야. 공주, 아직 김민규네 집 앞이야?

[칠봉58]

당연하지. 지금 형아 다리 부러지겠다. 빨리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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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칠봉]

그러니까 비 오기 전에 일찍 집에 들어왔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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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칠봉]

이럴 때만 보고 싶지. 어젯밤에는 안 보고 싶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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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보고 싶었다는 사람이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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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오늘은 미안하다는 말로 안 풀릴 것 같은데. 가고 있으니까 얌전히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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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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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만 말 잘 들어. 어디에요, 나 근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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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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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멋있는 건 세상 사람 다 아는 거고요. 나오지 말고 거기 계속 있어요.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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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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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고 치대도 안 줄 거니까 걱정 말지? 아, 오늘 공주 좀 괘씸하니까 확 줘버릴까.

[칠봉3]

오빠아, 우산 가지고 공주 데리러 와주세요.

[글쓴칠봉]

이럴 때만 애교. 누가 넘어갈 줄 알고?

[칠봉11]

으응, 공주 보러 오면 더한 애교도 해줄 텐데.

[글쓴칠봉]

내가 사람이랑 만나는 건지, 여우랑 만나는 건지. 어딘데.

[칠봉24]

여기, 전에 우리 같이 왔던 모텔.

[글쓴칠봉]

24에게
모텔? 왜 모텔인데. 공주야, 설명 잘 해라.

[칠봉28]

글쓴이에게
왜 모텔이냐면... 기억이 안 나. 그런데 단연코 아무 일도 없었어. 눈 떴을 땐 혼자였고, 옷도 그대로 입혀져 있었어.

[글쓴칠봉]

28에게
내가 술 마셨으면 바로바로 전화하라고 했잖아. 아무도 없고 옷 입혀져 있었으면 다야? 공주야.

[칠봉32]

글쓴이에게
더 이상 변명 안 할게. 미안해, 오빠아. 공주가 잘못했어.

[글쓴칠봉]

32에게
진짜, 공주 너 당분간 외출할 생각하지 마.

[칠봉39]

글쓴이에게
일단 만나서 얘기해. 빨리 데리러 와. 존'나 보고 싶으니깐.

[글쓴칠봉]

39에게
어디야. 역 앞까지 나왔는데.

[칠봉46]

글쓴이에게
지금 모텔 앞에서 간신히 비 피하고 있어. 얼른 와, 자기야.

[글쓴칠봉]

46에게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골목만 지나면 돼.

[칠봉52]

글쓴이에게
응. 얌전히 기다리구 있어.

[칠봉4]

그럼 나 비 맞구 쫄딱 젖은 채로 집 갈까요?

[글쓴칠봉]

우리 공주가 젖은 게 섹시하긴 한데.

[칠봉12]

과연 내가 형아 눈에만 섹시할까? 다른 사람들 눈에두 그럴 텐데... 나 비 맞으면서 집 가다가 도중에 모텔 들어가겠다, 그치.

[글쓴칠봉]

공주, 못 하는 말이 없지? 공주 너 그럴 자신도 없잖아, 솔직히.

[칠봉19]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이랑 하는 건 좀 무섭긴 한데. 응, 그래두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두 나쁘지 않잖아요. 용기 좀 내보지 뭐.

[글쓴칠봉]

19에게
참나, 말은 잘 해요. 말만. 사거리 어디쯤인데.

[칠봉53]

글쓴이에게
헤헤, 데리러 오는 거죠? 나 승철이 형네 집에서 우리 집 가는 도로 쪽에 있어요.

[칠봉5]

진짜 안 와줄 거야? ㅜ

[글쓴칠봉]

안 가면 삐쳐서 또 집 안 들어올 거잖아. 내가 공주를 몰라?

[칠봉15]

역시, 우리 석민이 밖에 없어. 외박한 건 미안...

[글쓴칠봉]

왜 외박했는 지나 좀 듣자. 어디서 잤어.

[칠봉22]

화 안 낸다고 약속해줘. 진짜 아무 일 없었어.

[글쓴칠봉]

22에게
진짜 아무 일이 없었으면 화 안 나겠지. 말해.

[칠봉35]

글쓴이에게
아는 후배가 엄청 좋아하는 애가 있었는데 실연당했다고 위로 좀 해달라고 해서 갔는데 걔가 자기 너무 외롭다고 하루만 같이 있어 달래서 어쩔 수 없이 있었어. 걔 나 연애하는 것도 알고, 나도 걔한테 쥐뿔도 관심 없는 거 알지?

[글쓴칠봉]

35에게
그런 거면 나한테 충분히 말할 수 있던 거잖아. 왜 어제는 말 안 했는데. 말이라도 하면 내가 걱정을 안 하지, 어?

[칠봉41]

글쓴이에게
애가 진짜 세상 잃어버린 듯이 굴어서 까먹었나 봐. 다음부턴 꼬박꼬박 연락할게.

[글쓴칠봉]

41에게
진짜 다음부터는 얄짤없어. 한 번만 더 외박하면 나도 핸드폰 꺼놓고 외박한다?

[칠봉48]

글쓴이에게
ㅋㅋㅋ 알겠어, 사랑해.

[글쓴칠봉]

48에게
어디쯤이야. 나 역 앞인데.

[칠봉56]

글쓴이에게
역 정류장에 앉아있어.

[칠봉8]

얼른 데리러 와줘. 나 비맞는거 싫잖아...

[글쓴칠봉]

비 맞는 것도 싫은데 공주 외박한 게 더 싫어.

[칠봉16]

잘못했어... 나는 진짜 집들어가려고 했어, 미안해. 얼른 데리러 와주세요 석민아...ㅠㅠ

[글쓴칠봉]

집 들어가려고 했는데, 뭐. 공주 저번에도 그랬는데 내가 그냥 넘어가 주면서 다음엔 안 넘어간다고 했을 텐데.

[칠봉21]

그래서 나 데리러 안 올거야? 나 집들어가지마? 으응, 석민아? 네가 나가라면 나가구.

[글쓴칠봉]

21에게
가고 있으니까 보채지 마. 그리고 내가 나가라고 한다고 나갈 공주도 아니면서.

[칠봉36]

글쓴이에게
응, 그리고 나가라고 하지도 못 하잖아 석민이는.

[글쓴칠봉]

36에게
지금 기분 같아선 나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야.

[칠봉42]

글쓴이에게
나 여기 지하철 역인데. ...진짜? 그럼 나 나갈까? 나도 네가 나가라 하면 나갈 수 있어, 석민아.

[글쓴칠봉]

42에게
됐어, 나가긴 뭘 나가. 거의 다 와가니까 얌전히 있어.

[칠봉47]

글쓴이에게
응,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와.

[글쓴칠봉]

47에게
(역 앞에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한 손으로 어깨에 팔을 두르는) 공주. 어깨 다 젖는다.

공주 이름은요?

[칠봉54]

글쓴이에게
(자연스레 네 허리에 팔을 두르고 품에 안기고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는) 왜 이제야 왔어,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잖아. 나 비맞아서 추워, 석민아.

순영이에요.

[칠봉10]

그럼 오지 말던가.

[글쓴칠봉]

어쭈. 나 진짜 안 간다?

[칠봉13]

오지 마.

[글쓴칠봉]

그럼. 아예 집에 안 오게?

[칠봉20]

비 맞고 혼자 걸어갈 거야.

[글쓴칠봉]

20에게
비 맞으면 공주 대머리 될 텐데. 그냥 얌전히 거기 있지.

[칠봉27]

글쓴이에게
그러고 싶지만 이미 빗속이야.

[글쓴칠봉]

27에게
참을 성도 없지? 어딘데. 근처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

[칠봉31]

글쓴이에게
싫어, 걸어갈 거야. 너 집에 있어.

[글쓴칠봉]

31에게
말 안 듣지. 화나는 거 참고 있으니까 말 좀 듣지.

[칠봉40]

글쓴이에게
싫어.

[글쓴칠봉]

40에게
연락도 안 해, 말도 안 들어. 어쩌자는 건데?

[칠봉44]

글쓴이에게
그냥 집에 갈거야, 금방 가.

[글쓴칠봉]

44에게
집 근처 편의점이니까 그냥 지나치지 말고 나 불러.

[칠봉55]

글쓴이에게
...알겠어.

[칠봉14]

나 비 맞고 갈게.

[글쓴칠봉]

비 맞고 와서 누굴 걱정 시키려고.

[칠봉23]

너? 그냥 혼자 갈게.

[글쓴칠봉]

그래, 나지. 나야. 그 멍청이가. 그래서 공주 너 어디야.

[칠봉29]

나 권순영 집. 그냥 걸어갈게. 얼마 안 걸려.

[글쓴칠봉]

29에게
지금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데, 뭘 걸어와.

[칠봉33]

글쓴이에게
나 밖이니깐 암튼 그렇게 알아.

[글쓴칠봉]

33에게
다시 들어가 있으라고 했잖아, 말 안 듣지?

[칠봉49]

글쓴이에게
비 좀 맞으면 어때.

[글쓴칠봉]

49에게
감기 걸리잖아.

[칠봉57]

글쓴이에게
감기만 걸리면 다행이고, 너 안 오면 비 맞고 돌아다니다가 젖은 채로 누구한테 잡혀 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