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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3/8/19) 게시물이에요

 

 

 

 

 

  방송녹화 도중이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그 틈새를 찾아 급하게 모인 터라 촬영장에서부터 시설까지 제대로 준비된 것 하나가 없었고, 갑작스런 촬영이나 찌는 듯한 더위로 촬영자들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컨디션도 극에 달해있는 상태였다. 밖은 35도를 넘나든다는데 시골 한구석의 분교에 에어컨이 구비되어 있을 리도 만무했다. 장담컨대, 그곳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건 달달거리는 선풍기 몇 대와 작열하는 조명기계 따위가 고작이었다.

  성종이는 방송 내내 줄곧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말하고 있지 않을 때조차도 시선을 한곳으로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녹화 도중 주제와 관련 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그 행동이 너무나도 당당해서 나는, 녹화 내내 그와 눈을 스칠 수조차 없었다. 고개를 들면, 어쩐지 성종이와 마주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의 올곧은 시선이 카메라 옆의 나를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시만 쉬었다 갑시다!"

 

  감독님의 박수 두 번에 모든 일원들은 억눌린 탄식을 내뱉으며 낡은 선풍기로 떼 지어 몰려들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사람들 틈새에 껴 더운 바람을 맞았다. 몰린 사람들 때문에 선풍기 주위가 더 열기에 가득 차있었다. 채 묶지 못한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등 뒤로 땀줄기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녹화 내내 애들 얼굴을 못 봤네. 더운 날에는 번지기도 쉬운데. 화장 번지면 내가 고쳐줘야 되는데. 성종이 때문에 고개도 못 들고, 이게 뭐야. 성종이, 성종이, 이성종. 이성종, 너 때문에.

  문득 눈을 흘겨 성종이를 건너보았다.

  그리고,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눈이 맞닿았다.

 

 

[틴탑] 이성종 빙의글(재탕) | 인스티즈

 

 

 "왜요, 누나? 누나 여기 옆으로 올래요?"

 

  그가 언뜻 웃으며 물었다. 어제 고백한 사람치고는 사뭇 능청스러운 행동이었다.

 

  "아니, 나는, 나는 여기도 시원해! 괜찮아. 내가 가면 네가 덥잖아. 난 괜찮아, 정말로."

  "그래요?"

 

  얼굴에 열이 훅 끼쳤다. 방금 전까지의 더위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급하게 몸을 돌려 더운 다시 바람을 쐬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달아오르는 열을 식히고서 몰래 곁눈질한 성종이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웃음을 은은하게 퍼뜨리며.

 

 

 

 

  성종이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나는 당시 인피니트를 맡아 일하던 아는 언니가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고서 새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할 때까지만 대타로 들어온 생초보였다. 사진으로만 어렴풋이 익힌 화장이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여진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걸어주며 긴장을 풀어줬던 것이 성종이였다. 단박에 긴장이 풀어진 나는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고, 그 날 인피니트는, 정확히 성종이는 팬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었다. 예쁘다고, 멋있다고. 나는 그 첫 날에 바로 고용되었고, 지난 1년간 그들의 행보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보면 나를 여기까지 끌어올려준 건 성종이의 덕분이었던 것이다.

  성종이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속이 깊은 편이었다. 은근한 애교와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하면서도 남자다운 우직함도 함께 품고 있었다. 성종이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옅은 남자의 향기 뒤로 풋풋한 소년의 냄새가 났다. 소년과 남자의 경계. 성종이를 볼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성종이는 소년기 그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것이라고. 그런 점이 그가 많은 팬들을 소유하게 된 비결이었겠지만, 내가 무엇보다 가장 좋아했던 건 그는 사람과의 관계에 누구보다도 순수하다는 점이었다. 성종이는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순수했다. 부드럽게 조곤조곤 내뱉는 미성숙한 언어에서 오월의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그래서 나는 성종이를 대할 때 가장 편할 수 있었다. 그의 별 것 아닌 행동에 몸이 뭉클하게 노곤해지곤 했다.

  그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번뜩이는 섬광처럼 나를 녹이던 성종이는 지난밤 갑자기 남자가 되어 다가왔다. 컴백하고서 처음 갖는 회식에서 거나하게 취한 내가 흘러드는 바람에, 내리는 달빛에 흔들리며 길목을 들어설 때였다. 고양이도 몸을 사리며 보금자리로 되돌아가는데 흘러드는 바람에, 내리는 달빛 사이에 성종이가 있었다.

 

  "어어? 성종이네에―?"

  "누나, 왜 술 마셨어요? 단추는 왜 그렇게 많이 풀었고."

  "누나? 나? 누나아? 나! 나― 더워서어―…."

  "여자 혼자 그렇게 늦게 들어가면 어떡해요."

 

  몸에 퍼진 술김 때문인지 성종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서, 남자에 조금 더 가까웠다. 오월의 싱그러움보다는 시월의 짙음이었다. 너 낙엽 같다아. 뜻 없이 흘리는 내 말에 성종이는 나를 안아들었다. 집 어디예요? 택시 태워줄 테니까 그거라도 타고 가요. 그의 목소리가 귓속에 나른하게 퍼졌다.

 

  "어어, 성종이 남자 됐네."

  "……."

  "성종이 멋있네에."

  "언젠 나 남자 아니었어요?"

 

  그렇네에. 푸슬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떨군 나는 성종이의 품에 안겨 나란히 걸었다. 걷는 걸음마다 달빛이 쫓아왔다. 큰 도로변에서 우뚝 멈춘 성종이가 낮은 숨을 내뱉었다.

 

  "누나."

 

  몸에 퍼진 술김 때문이 아니었다. 누나. 낮게 나를 부르는 성종이의 목소리가 그 때만큼은 달랐다. 마치 시월의 짙음처럼.

 

  "손잡아도 돼요?"

  "응? 으응."

 

  성종이의 하얀 손에 손을 내밀었다. 성종이가 내 손을 잡고 끌어 등을 받쳤다. 날 받친 손이 컸다.

 

  "안아봐도 돼요?"

  "어어? 으응, 괜찮아."

 

  성종이가 단단한 손으로 더 깊숙이 나를 끌어당겼다. 말랐다고만 생각했던 그의 등이 새삼 넓고 견고했다.

 

  "뽀뽀해도 돼요?"

  "으응? 성종아―?"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말캉한 입술이 맞물렸다. 가까이 닿은 성종이의 몸에서 옅은 소년의 냄새 뒤로 짙은 남자의 향기가 났다.

 

  "키스, 해도 돼?"

 

  그건 내 첫키스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녹화가 끝났다. 운이 따랐는지 다행스럽게도 애들의 화장은 번지지 않았다. 나는 사소한 행운에 감사하며 짐을 정리하고 나섰다. 시골의 분교는 아이들이 없어 건물도 작았다. 창틀 너머로 더운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달빛이 예쁘네. 낡은 복도를 걸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누나."

  "…왜, 성종아?"

 

  등을 돌려 마주한 성종이의 선이 짙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미묘한 웃음이 선명했다. 여태껏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누나, 여기 옆으로 올래요?"

  "응? 지금도 충분히 시원한데…."

  "아니, 그거 말고요. 내 옆이요."

 

  누나가 내 옆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성종이가 노곤하게 웃음을 퍼뜨렸다. 무더운 팔월인데도, 오월의 싱그러움과 함께 시월의 짙음이 묻어났다.

  달빛이 쏟아지는 무더운 팔월의 밤이었다.

 

 

 

 

 

 

 

 

 

옆방징어가 놀러와서 썼어여~.~ 

어김없이 내게 짤을 준 1등뚜기야 고마워!



 
여우1
으악심장설레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음
10년 전
여우2
아 아아아아아아악 읽고 잘꺼야 우워
10년 전
여우3
아설렌다나빙의글진짜좋아해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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