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크원 소속 그룹 '제로베이스원(제베원)' 돌풍이 매섭다. 이들의 데뷔 앨범 '인 블룸'은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 182만장을 기록했다. 2019년 '엑스원'의 52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K팝 신인그룹 초동 신기록이었다. 제베원보다 초동이 높은 그룹은 역대 5팀(스트레이키즈·세븐틴·NCT드림·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뿐이다. 앨범뿐만이 아니다. 1만8000여석 규모의 고척돔 팬콘서트도 매진시키며 인기를 입증했다. 고척돔은 톱급 가수만 입성한다는 공연장이다.
제베원은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배출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소속사는 CJ ENM 산하 레이블(음반 기획사) 웨이크원이다. 웨이크원은 제베원을 발판 삼아 '5대 엔터'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이브, JYP, YG, SM을 품은 카카오엔터,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CJ ENM은 이를 위해 올해 음악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제베원의 인기에는 웨이크원의 '매니지먼트' 지분도 상당하다. 웨이크원은 2021년 '스톤뮤직', '원펙트', '스튜디오블루', '오프더레코드' 등 CJ 산하 기획사를 통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사전기획과 캐스팅, 트레이닝, 제작,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을 모두 아우르며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
제베원과 케플러, 로이킴, 조유리 등을 보유 중인 웨이크원은 제베원을 슈퍼 IP(지식재산권)로 키우는 동시에 아티스트 추가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2'를 통해 신규 걸그룹을 론칭할 계획이다. 스타 프로듀서 테디의 참여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테디는 블랙핑크, 빅뱅, 2NE1 등을 맡아 무수한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다. 아이랜드2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을 프로듀싱할 계획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음악사업은 아티스트 풀이 확대되며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웨이크원은 모기업 CJ ENM의 실적 반전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CJ ENM은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사업의 부진으로 1분기에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음악 사업만 떼놓고 보면 1분기 흑자(영업이익 81억원)였다.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배 수준인 179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음악 사업에서만 66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음악과 커머스 쌍끌이로 ENM이 올해 692억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체 아티스트의 활발한 컴백과 제로베이스원의 효과를 감안하면 CJ ENM의 상저하고 실적은 뚜렷할 것"이라고 했다.
CJ ENM 대표는 최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제작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라며 “핵심 역량에 집중하다 보면 앞으로 실적과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