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LG U+ 합작법인, 이달부터 '신 파일러' 구제할 신용평가 개시
환경부와 협의해 탄소중립포인트도 신용점수화할 예정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이달 중 각사의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께 신용평가를 시작한다. 3사는 기부와 친환경 활동 내역도 연내 신용점수화할 계획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이달 중 47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케이뱅크, 신한카드 등 금융사에 제공키로 했다.
앞서 통신 3사의 대안신용평가 합작법인인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통신 데이터를 표준화해 개개인의 신용을 점수화하는 평가 모델 '텔코CB'를 개발했다. 표준화가 이뤄진 덕에 고객이 통신사를 바꾸더라도 기존 데이터를 이어서 분석할 수 있다. 문재남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 대표는 "온 국민이 관여된 통신 3사의 통신 데이터를 통합하고 표준화했으니 그 신뢰성은 그동안 대안신용평가에 사용돼온 여타 비금융정보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존 금융정보에 우리의 비금융정보를 더하면 신 파일러(Thin Filer·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없고 3년간 대출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 이력 부족자) 문제 등 정보의 비대칭과 불균형으로 점증하는 사회경제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통신요금 납부 현황과 생활·소비 패턴 등 통신 데이터에 더해 8월께 탄소중립포인트 등 친환경 활동 내역을, 연말께 기부 이력을 신용평가에 추가로 반영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민간 기부 플랫폼 등과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민간 기부 플랫폼 위기브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공감만세와는 4월24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환경부는 텀블러·다회용컵 사용, 전자영수증 발급 등 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국민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는 탄소중립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중이다. 이 제도에 가입한 국민은 올해 1월 기준 125만 명이다. 현금성 포인트뿐 아니라 신용점수도 올릴 수 있게 되면 가입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환경부와 통신 3사 합작법인은 예상한다. 민간 기부 플랫폼 위기브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인 2023년 광주광역시 동구와 전라남도 영암군, 강원도 양구군의 모금을 대행해 10억원 넘는 모금을 진행했다.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조만간 위기브의 기부금 모금 데이터를 받아 신용점수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통신 3사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통신 데이터 표준화를 함께 진행해 달라는 금융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22년 8월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합작법인에 통신 3사는 26%씩, SGI서울보증과 KCB는 전략적 투자자로 11%씩 지분을 출자했다. 통신 공룡들의 이례적인 협업 시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장장 7개월여 동안 기업결합 심사를 거친 끝에 지난해 3월6일 승인 결정을 내렸다. 3사는 곧바로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을 출범시켰다. 이어 금융위로부터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각각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예비 허가, 본인가를 취득했다.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준비'라는 단어를 뗀 통신대안평가법인으로서 대안신용평가 시장을 재편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대형 통신사들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우량 신 파일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신용점수를 합리적으로 올리고 금융 시스템에 자연스레 편입되도록 하는 게 통신 3사의 일차적 목적이다.
대안신용평가 사업은 통신 3사나 금융사들의 이익 측면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향후 텔코CB를 더 많은 금융사에 제공하고 활용 범위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신 파일러 중에서 절반가량은 신용카드 대금이나 대출금을 성실히 납부할 능력 또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런 우량 신 파일러들을 방치하지 말고 잘 찾아내 적절한 금융 혜택을 제공하면 수년 내에 우수 고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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