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 뒤로 한상혁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전에는 그저 반 안에서 건들만한 조용한 애 쯤으로 보는 듯 했는데 이제 그의 눈에는 흥미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무서웠다. 수업받다가 한상혁이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흠짓 몸을 떨고는 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러다가도 집에 와선 한상혁을 생각하며 혼자 침대위에서 몸을 떨었다. 그 큰 몸이 나를 짓누르는 걸 상상했다. 어렴풋이 여자애들이 왜 그렇게 한상혁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는지 알것도 같았다. 허리를 감아쥐던 그 큰 손의 감촉이 생생했다. 잊고싶다. 어떻게든 지워보려 했는데, 그런데, 그럴수록 밤에 눈이 더 뜨이는 것이었다. 침대 위에만 오르면 다리사이가 근질거리고 아랫배가 땡겼다. 한상혁 생각이 났다. 그가 나를 침범하는 꿈을 꾸었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나는 엉뚱한 결론을 내놓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자. 혼자있으면 한상혁 생각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상혁과 내가 이상한 짓을 하는 생각이 나니까. 침대 위도 올라가지 말자. 이유는 마찬가지. "제가 문 잠구고 갈게요." 근데 세상이 날 도와주지 않았다. 시험기간이라 도서실은 꽉 찼고 문화센터도 학교가 끝나고 가보면 만원인 상태였다. 떠돌다 결국 집에가면 전같은 상황의 연속. 결국 나는 교실을 택했다. 학교가 끝나고 해가 저물어 달이 뜰 때까지 난 혼자 교실에 남아 공부를 했다. 혼자라는 사실이 한상혁을 떠오르게 했지만 교실이라서인지 딱히 무엇을 할 수 없어 전같은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느날, 혼자 있던 교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뒷문이 드르륵 열렸다. "...빚쟁아." 그리고 그게 한상혁이었다는 걸 깨닫자 마자 나는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뒷문이 열렸다 닫힌다. 교실 안에 나 말고 다른 이가 들어왔다. 저벅저벅 그 사람이 나를 향해 걷는다. 뒷걸음질도 칠 수 없었다.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지도 못 할 만큼 놀랐다. 길다란 몸이 내 앞에 멈추었다. 그를 천천히 올려다 보려는데, 언젠가 내 허리를 쥐었던 큰 손이 갑자기 내 어깨를 뒤로 확 밀었다. 의자와 함께 쿠당탕 넘어지고 치마가 들린다. 벽에 쿵 박은 머리덕에 눈 앞이 핑핑 돌았다. 그 와중에도 들린 치마를 내리려 손을 뻗는데, 한상혁이 더 빨랐다. 한 손으로 내 두 손을 휘어잡아 당기고 다른쪽 손으로는 마구 내 허벅지 안쪽을 훑는다. 숨이 턱 막혔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생리적으로 고인 눈물이 주륵 흘렀다. 순식간에 치마 단추가 풀린다. "넌 왜 다른 년들처럼 나한테 안 찾아와?" "..." "박아달라고 너도 질질 짜. 왜 안 와." "..." "씨X, 이런 년 따먹기는 또 처음이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내 블라우스룰 미친듯이 헤치고 마구 내 몸을 더듬는 손에 엉엉 눈물이 나왔다. 종국에 내가 도피처로 찾아온 교실에서 그에게 짓눌려 그를 받아낼때에도 나는 엉엉 울었다. 흔들리는 몸과 아린 밑, 감당할 수 없는 자극, 핑핑 도는 눈 앞과 버거운 한상혁의 것. 나는 그 때를 지옥이었다고 정의내릴 수 있다. 반년만 참으려던 내 생각은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나의 웨하스 의자는 부서졌다. 후에 그를 신고하고 이리저리 학교가 떠들썩해진 날 나는 그 일이 생기기 몇일 전을 떠올렸다. 시작은 그저 단순한 물음이었다. 야 빚쟁아, 너는 섹스해 본 적 있냐? - 대란이라 나중에 올리려다 25분에 올리기로 했으니까!ㅜㅜ 반응없어도 갠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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