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유일무이한 악의 무리, 블랙 가네트. 오늘 밤도 블랙 가네트의 수장 동민과 행동대장 준석은 환상적인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
"후후, 어때, 이 엄청난 정리정돈!! 괴롭지 않은가, 노인이여!"
"독거노인이여, 자네의 고요함을 혼돈으로 이끄는 우리의 악에 더욱 괴로워하라!"
... 지금 블랙 가네트는 달동네의 독거노인들의 집마다 돌아다니며 집을 청소해주고, 음식을 해주며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악을 퍼뜨리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둘은 행복해보인다. 그리고 독거노인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그들은 악으로 인해 일그러지는 고통의 빛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더, 더욱 괴로워하라 독거노인이여! ...환상은 취소. 환장적인 팀워크다.
그러나 이 둘이 처음 만나자마자 죽이 척척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첫 만남, 악의 집단을 만들기 위해 둘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던 때에는 서로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바로 리더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 때문. 동민은 처음 준석과 만나자마자 준석에게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준석이 바로 반발심을 가지고 신경질적으로 나왔다.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준석은, 동민과의 첫 만남에서 여기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주도권에 대해서는 동민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휘어잡아야 이 모임에서 리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둘 다 낯선 사람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으니, 이겨먹으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찬 것은 당연지사다. 한참을 서로 으르렁대다가, 결국 생각해 낸 묘안이 바로 누가누가 더 악한가 내기하기. 악이라면 모름지기 검정과 암흑이 아닌가! 둘은 검정색과 어두움을 악의 기준으로 삼고 자신의 악함을 하나씩 자랑하기로 했다.
"나 이준석은, 핸드폰 밝기를 최고로 어두움으로 한다."
"나 장동민은, 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일을 본다."
...확실히 기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동민과 준석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상대방이 한 마디 말을 꺼낼때마다 분한 표정이다. 나 이준석은 머리색이 일생동안 검정색이었다! 준석의 이 말에, 동민은 후훗 하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고작 그건가? 나 장동민은, 상의부터 양말, 속옷까지 모두가 어두운 빛깔의 색 뿐이다."
큿, 내가 하려고 했는데..! 라고 생각하던 준석은 방 안의 하늘빛 줄무늬의 셔츠를 떠올리고는 우울해진다. 이 시합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다. 둘 다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터라, 동민과 준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뭐, 설령 둘이 거짓말을 했다쳐도, 주변에 사람이 없어 사람을 속여본 적이 없는 동민과 준석은 바로 얼굴에서 표가 났을 것이다.
"...음. 나 이준석은, 흰 밥을 먹어본 적 없다. 검은 흑미밥만을 먹어왔지."
이거다, 라고 생각했던 준석은 다시 의기양양해져 표정을 회복했다. 그러자 동민이 엄청난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뭐, 뭐지, 이 악의 기운은!! 준석은 동민의 뒤에서 검정의 아우라가 퍼지는 것을 느낀다. 동민은 고개를 숙이고 매우 야비하게 웃더니, 고개를 들고는 정색을 한다. 준석은 동민의 눈빛에 기가 눌린다. 가소롭군, 그 정도는 멀었어. 동민은 씨익 웃는다.
".....나 장동민은, 하얀 계란을 먹어본 적 없다. 찜질방 계란을 먹거나, 간장으로 계란을 악의 검정으로 물들여 먹거나....!!!"
나의 입 속에 하얀색은, 허락되지 않았다!!!!!!!!!!!! 동민의 포효에, 준석은 의자 밑으로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동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을, 저의 악 스승으로 삼을 수 있도록 허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동민은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준석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이런 둘로 구성된 블랙 가네트는, 오늘도 악의 기운 속에서 평화롭다. ...저게 확실히 악이라면.
동민과 준석의 첫만남.
추석 보내고 다들 일상에서 잘 살고 있는거지 갓드라...?? 보고싶다....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