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자님, 황자님이 송악에 오시던 날. 월식이 일어난 걸 알고 계세요? 지몽께서 곧 또 한번 월식이 일어난다 하셨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네요. 황자님, 전 오늘 고려를 떠납니다. 제가 기억을 잃었다 했지요,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전 기억을 잃지 않았어요. 단지 해수가 아니었을 뿐이지. 이제 황자님 곁엔 좋은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렇죠? 그러니 이젠 제가 없어도, 황자님은 잘 지내실거예요. 황자님, 저는 해수로 사는 동안 황자님과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황자님. 제 진짜 이름은요, 하진이예요. 고하진.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해수말고 하진아- 하고 불러주세요. 제가 모른척 황자님을 지나쳐도, 황자님은 꼭 절 알아보셔야 해요. 아셨죠? 아주아주 먼 곳이지만, 전 늘 황자님을 기다릴게요. 황자님을 다시 만날 날이 십년이 되든, 백년이 되든 언제가 되어도 좋으니 황자님은 제 앞에 나타나기만 해 주세요. 그게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황자님. 제가 많이, 연모합니다 그냥.. 한참 달연 볼 때 메모장에 끄적여둔 건데 삭제하기 아까워서 올린다ㅠ.ㅠ 해수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