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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시칠리아 에리체 / 산꼭대기 위 성채도시 수많은 교회와 궁전 / 아름다운 절경으로 관광객들 맞아 / 오래된 골목길 마다 / 시간을 가늠하지 못할 과거의 역사 간직 / 와인과 디저트도 유혹 / 팔레르모 근처 대성당 벽·제단·기둥 등 / 모두 모자이크 문양 / 화려하고 호화스러워

높은 실업률, 정치적 부패와 비효율적인 관료체계가 조직범죄를 뒷받침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와 지역사회의 자정 노력으로 조직범죄율이 감소하고 실업률도 줄어들면서 점점 안전하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강렬한 태양과 눈 부시도록 푸른 바다, 새하얀 해변과 초록색으로 우거진 산들까지 아름다운 자연이 그동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고, 세계 곳곳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중세도시의 축소판… 천공의 섬 [박윤정의원더풀이탈리아] | 인스티즈
에리체 풍경. 시칠리아 바다와 옛 도시들이 만들어낸 파노라마이다. 트라파니만의 티레니아 해안과 지평선에 있는 산 비토 로 카포의 끝, 저 멀리 트라파니 항구와 소금광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른 아침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른 눈 부신 태양은 마음 한쪽에 남아있던 시칠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 준다. 이제 시칠리아의 자연과 문화를 마음껏 즐겨볼 차례다. 시칠리아에는 유난히 높은 산 위에 위치한 도시가 많다. 잦은 외침에 맞서기 위해 산 위에 성채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해 온 것이다. 이제 방어를 위해 세워졌던 성채들은 주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태로 적군이 아닌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팔레르모 주변 성채도시 중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에리체를 방문하기 위해 나선다. 해안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바다가 그대로 눈에 담긴다. 팔레르모를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지나자 멀리 산꼭대기 위의 성채가 눈에 들어온다. 굽은 도로를 따라 오르니 차량이 좌우로 기울어진다. 방향 따라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시칠리아 바다와 옛 도시들이 만들어낸 파노라마이다. 풍경에 한없이 빠져드는 동안 에리체에 도착한다.

푸른 하늘에서 떨어진 마을, 땅 위 조금 더 가까운 하늘 아래 자리한 매력적인 도시 에리체는 과거 역사를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트로이 영웅 아이네이아스의 여정을 따라 거리를 걷는다. 로마 건국신화에 따르면 트로이가 정복당하기 직전 트로이 왕의 사위인 아이네이아스가 그들의 일족을 이끌고 트로이를 탈출한다. 아이네이아스와 유랑민들은 지중해를 떠돌다 이곳 에리체를 거쳐 이탈리아 서해안에 상륙하고 그곳에 로마의 모체가 된 알바롱가라는 도시를 건설했다고 한다.

중세도시의 축소판… 천공의 섬 [박윤정의원더풀이탈리아] | 인스티즈
구름에 가려 에리체 산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천공의 섬’으로 불리는 도시는 장엄한 풍경을 드러내는 교회와 궁전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돌담길을 걸으며 골목길을 따라 광장에 이른다.

구름에 가려 에리체 산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천공의 섬’으로 불리는 도시는 장엄한 풍경을 드러내는 교회와 궁전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돌담길을 걸으며 골목길을 따라 광장에 이른다. 수많은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중세의 축소판 같은 에리체에는 100개의 교회가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걸으니 비너스 성(Castello di Venere)이 보인다. 비너스 신전 위에 노르만족이 지은 성은 탑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옆에는 발리오라는 멋진 정원이 있다. 정원에서 잠시 머물며 구름 너머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본다. 트라파니만의 티레니아 해안과 지평선에 있는 산 비토 로 카포의 끝, 저 멀리 트라파니 항구와 소금광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다시 골목길을 되돌아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역사를 담고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에리체의 유명한 디저트를 권하는 상인에게 이끌려 작은 가게에 들어선다. 수많은 향신료와 먹을거리 가운데에서 수도원 수녀들의 고대 요리법으로 만든 단것 몇 가지를 사들고 인사를 건넨다. 오래전에 ‘산 카를로 수도원’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수녀들은 시나몬 향기가 나는 무스타촐리, 통아몬드가 가득한 소브리, 크림으로 속을 채운 제노베시 비스킷 등 전통과자들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고 한다.

과자 가게를 나와 그 옆 와인 가게를 찾아 다시 들어선다. 이 지역 와인 ‘마르살라’를 사기 위해서다. 시칠리아섬에 있는 작은 도시 마르살라(Marsala)에서 따온 이름의 와인은 세계적인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이 2015년 트렌드 컬러로 선정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빨간색이라고 하기에는 어둡고 버건디라고 하기엔 갈색빛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린 장미색’, ‘벽돌색’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색상이다. 그 마르살라 와인의 맛과 향은 물론 그 색상이 더 궁금하여 구입하기로 했다. 점심으로 먹을 와인과 선물용 와인을 한 병 사들고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종업원의 추천 음식과 와인을 함께하며 잠시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낀다. 와인 잔에는 말린 장미색 와인이 향기를 머금고 있다.

중세도시의 축소판… 천공의 섬 [박윤정의원더풀이탈리아] | 인스티즈
몬레알레(Monreale). 최고의 중세 모자이크화가 보존되어 있는 대성당. 벽면에는 구약과 신약의 내용이 펼쳐져 있고 천사의 날개가 독특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들도 있다.

에리체를 뒤로하고 팔레르모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최고의 중세 모자이크화가 보존되어 있는 대성당 몬레알레가 자리하고 있다. 해안가로 따라 나오니 넓은 소금밭이 펼쳐진다. 바다의 풍경과 소금이 넓게 펼쳐진 해안가는 낯설고도 친근하다. 물놀이하는 사람들과 고기잡이배를 바라보며 소금향 짙은 바닷길 따라 한참을 달린다.

중세도시의 축소판… 천공의 섬 [박윤정의원더풀이탈리아] | 인스티즈
몬레알레 본당 뒤에 있는 수도원 중정의 회랑 기둥 모자이크 문양도 인상적이다.

드리어 몬레알레다. 팔레르모 근처에 위치한 대성당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속한 이탈리아의 국가기념물이자 시칠리아의 가장 중요한 명소 중 하나이다. 아랍인이 만들고, 후에는 노르만 왕조 통치 아래 왕궁으로 되어 후레딜릭 2세의 궁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성당 건물 2층 파라디나 예배당은 노르만 군주정체에 이르는 훌륭한 건축물로서 벽과 제단의 모든 것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벽화가 눈에 띈다. 성당은 화려하고 호화스럽다. 벽면에는 구약과 신약의 내용이 펼쳐져 있고 천사의 날개가 독특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들도 있다. 본당 뒤에 있는 수도원 중정의 회랑 기둥에는 인상적인 모자이크의 문양이 있다. 기둥마다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기둥 위 다양한 조각이 있어 독특하다. 회랑에 앉아 넋 놓고 천장과 벽면을 바라보니 시간이 하염없이 흐른다. 깜박 잊은 저녁 공연 시간이 걱정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예약되어 있는 공연에 늦을까 서두른다.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에서 레온카발로 작품인 오페라 팔리아치를 볼 예정이다. 영화 ‘대부’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다급하게 팔레르모로 향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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