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윤성열 기자] "요즘 곡 쓰는 친구 하나 정돈 있어야죠." 아이돌 가수를 갓 데뷔시키거나 준비 중인 국내 가요제작자들 사이에 종종 들려오는 얘기다. K팝의 글로벌 성장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는 대중음악계, 직접 곡을 쓰고 앨범 프로듀싱까지 도맡아하는 '뮤지션형' 아이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블락비 지코(왼쪽위부터 시계방향)와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B1A4 진영, B.A.P 방용국 / 사진=스타뉴스 그간 두각을 나타내며 굵직한 행보를 보인 이는 빅뱅의 지드래곤, 비스트의 용준형, 씨엔블루의 정용화 정도.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탄탄한 기본기와 탁월한 음악성을 지닌 차기 아이돌 스타들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얼굴은 7인조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리더 지코. 데뷔 전부터 힙합 커뮤니티와 언더 신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일찍이 유명 래퍼 조PD의 눈에 들어 다양한 음악적 행보를 걸어왔다. '난리나' '닐리리맘보' 등 블락비 대부분의 히트곡들이 그의 손을 거쳤고, 아이돌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디유닛, 오프로드 등 타 가수 앨범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슈퍼스타K4' 톱12에 올라 주목을 받은 가수 계범주와 꾸준히 음악적 교류를 이어왔으며, 최근 래퍼 화나의 앨범 보너스 트랙에 랩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 올해 만 21살인 그는 현재 언더에서 긱스, 팬텀의 한해, 테이크원, 어글리덕 등과 함께 두메인(Do'main) 크루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이돌그룹 B.A.P의 리더 방용국도 '포스트 지드래곤, 용준형'으로 유력한 인물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홍대 인근에서 '젭 블랙맨(Jepp Blackm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악적 역량을 다진 그는 현 소속사의 힙합 듀오 언터쳐블과 인연이 닿으면서 B.A.P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해 1월 데뷔 이후 발표한 10장 남짓의 싱글 및 음반을 통해 작사 작곡 실력을 뽐냈으며, 다음달 6일 발표하는 B.A.P 세 번째 미니앨범에는 앨범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콘셉트, 스타일링까지 앨범 전반적인 과정에 기여하며 프로듀서로서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였다. B1A4의 리더 진영도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 실력까지 갖춘 아이돌이다. 2011년 데뷔 이래 곡을 꾸준히 실은 진영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정규1집 '이그니션(IGNITION)'부터 프로듀싱에 참여 눈부신 성장세를 거뒀다.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신진 아이돌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가 대표주자다. 학생 시절 경기 일산에서 언더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시 언터쳐블 슬리피와 작곡가 방시혁의 눈에 띄어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그는 지난 6월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데뷔앨범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의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프로듀서로서 자질을 입증했다. 랩몬스터는 멤버 슈가와 함께 데뷔 전부터 자신들이 직접 만든 랩, 기존 곡 위에 랩을 얹어 편곡한 믹스테이프 등을 블로그에 게재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봉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은 실력이 없다는 편견에 대한 반대급부로 아이돌 제작자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적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포섭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곡 실력을 갖춘 아이돌이 늘어나는 요인으로는 '힙합의 대중화'를 꼽았다. 진영을 제외하면 모두 '힙합'을 표방한 아이돌 팀에 속해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평론가는 "랩은 자기 고백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신들이 직접 곡을 쓰려 노력한다"며 "문화적인 이해와 소양 없이 따라하는 데만 그친다면 문제가 있으나 진실성 면에선 괜찮은 시도"라고 설명했다. [스타뉴스 핫뉴스] bogo109@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