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정 도서정가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주말(22~23일) 동네서점의 분위기는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님 수나 매출은 전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동네서점들은 "도서정가제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제도 시행으로 가장 크게 기대를 걸었던 '동네서점 살리기' 분위기는 시행 3일째인 23일에도 꽁꽁 얼어붙었다.
↑ 22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서울의 한 소형 서점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산했다. /사진=양승희 기자
22일 오후 약 1시간 동안 이 서점을 찾은 손님은 채 5명을 넘지 않았다. 이 서점 주인은 "책을 사려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손님이 늘 거라는 희망은 전혀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같은 구 소재의 H서점 직원은 "정가제 시행 전부터 손님에게 10% 할인 쿠폰을 제공해왔고 이후에도 변한 건 없다"며 "주요 고객층이 인근 주민들이라서 매출 면에서 달라진 점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서정가제가 겉으로는 할인율을 15%로 제한하고 있지만 온라인서점의 배송료나 제휴사 할인 등을 생각하면 동네서점과 동등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미 온라인서점의 구매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가격이 같다고 동네서점을 오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동네서점들은
하지만 이 대표 역시 정가제 이후 매출에 변화가 있을 거라곤 보지 않았다. 책 소비층이 워낙 좁았기 때문에 손님이 20~30% 는다고 해도 매출 상승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이날 동네서점에서 만난 주부 한모(34)씨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 부담이 늘어서 평소 10권 사던 것을 5~6권만 사는 식으로 줄일 생각"이라며 "급하게 책이 필요할 때만 동네서점에 온다. 여러 권 구입하면 무겁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배송 혜택이 있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의 분위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말인 만큼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할인 판매 코너에 주로 몰리던 이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23일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40대 은평구 주민은 "동네에도 서점이 있지만 이미 단골이 된데다 책의 다양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면서 "동네서점의 책값이 30% 이상 싸지 않는 이상 매력을 못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서점을 살리고 무너진 출판 생태계를 복원시키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개정 협의 당시 동네서점들은 대형서점의 무료 배송,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허용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나, 정부는 "이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시행 이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머니투데이 양승희기자 forgood@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