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을 10년 가까이 웃게 만들었던 '기차 듀오' 기성용(26, 스완지 시티)과 차두리(35, 서울)가 아름다운 마지막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15 AFC 아시안컵 우승컵을 놓고 호주와 자웅을 겨룬다. 27년 만에 결승행 꿈을 이룬 대표팀은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기성용과 차두리는 설명이 필요없는 막역한 사이다. 인연은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성용은 지난 2009년 12월 서울에서 셀틱으로 둥지를 옮기며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차두리는 이듬해 7월 셀틱 유니폼을 입으며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었다. 2012년 7월까지 함께 스코틀랜드 무대를 누볐다. 잊지 못할 2년간의 추억을 만들었다.
기성용은 호주와 결전을 하루 앞둔 30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서 차두리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두리 형은 10년 넘게 대표팀서 활약했고 나와 셀틱서 호흡을 맞췄다. 내가 아는 두리 형은 피지컬도 좋고 발도 빨랐다. 셀틱서 뛰었을 땐 공보다 더 빨랐을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났다. 패스가 길어도 빠른 스피드로 받아냈다"는 기성용은 "셀틱뿐만 아니라 대표팀서도 2002 한일월드컵 4강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등 많은 것을 이뤘다. 충분히 존중하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 결승전은 두리 형의 대표팀 은퇴 경기다. 기념으로 우승과 함께 헹가래를 해주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지난 2001년 이후 10년 넘게 달았던 태극마크와 작별을 고한다. 그는 이번 대회 최고참으로 전성기 못잖은 활약을 펼쳤다. 개막 직전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투혼을 불살랐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 우즈베키스탄과 8강서 도움을 기록하며 결승행에 크게 일조했다.
'캡틴' 기성용은 주장 완장의 무게감을 얘기하면서 차두리의 이름 석 자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서 주장을 맡았는데 내가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편이 아니고 형들이 많이 있다. 두리 형과 (곽)태휘 형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어 난 중간 역할을 했다"면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최대한 어려움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 기댈 수 있는 주장이 되려고 했다. 후배들을 가장 도와주는 선수들은 두리 형과 태휘 형이다. 나보다 팀을 위해 더 희생하고 있다. 두리 형에겐 마지막 경기다. 다른 경기보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기성용과 차두리는 지난 2009년 10월 14일 세네갈과 평가전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합작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서 3위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서도 중원사령관과 라이트백으로 기둥 역을 톡톡히 했다.
둘은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아름다운 마지막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 무대는 한국이 55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아시안컵 결승전이다. 판은 깔렸다. '기차 듀오' 기성용과 차두리가 의미 있는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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