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 열기에 세계 명품들 깜짝 놀랐다
전 세계 불황, 한국은 예외 - 베네피트·키엘·스무디킹 등 한국 매장이 세계 매출 1위, 구찌·버버리·펜디·폴 스미스는 한국에 아동복 단독 매장 오픈
한국 女心, 명품 마케팅 이끈다 - 여성들이 소비 흐름 이끌고 명품·화장품·아동용품 강세… 기업들, 마사지·초대전 제공 한국형 마케팅 도입 잰걸음
지난 18일 롯데마트의 장난감·아동용품 전문매장인 토이저러스 성광희 총괄책임자(본부장)는 미국 토이저러스 본사 해외 영업팀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 주간 매출을 뽑았더니 전 세계 1500여개 매장의 매출 상위 10위 매장 중 9개가 모두 한국에 있다. 도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있는가?"
해당 주간 매출은 5월 어린이날이 포함된 기간이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긴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전 세계 매출 상위 5개 매장 중 2위(서울 잠실점)와 5위(서울 구로점)가 국내에 있다. 세계 2위인 잠실점의 경우 올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간 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본지 조사 결과,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매장 중 매출규모로 세계 '톱 5' 안에 드는 곳이 20개가 넘었다. 특히 화장품 브랜드인 베네피트·키엘·비오템·랩시리즈와 음료 브랜드인 스무디 킹은 국내 매장이 세계 매출 1위였다. 이밖에 피부관리·다이어트·아동용품 등 주로 여성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세계 1위 매장이 많았다. 한국의 이 같은 소비 파워에 글로벌 브랜드들도 앞다퉈 한국형 마케팅 기법을 채택해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놀라운 구매 파워
전 세계 매출 상위 5위 이내에 든 20개 매장을 보면 15곳이 화장품, 2곳이 아동용품, 3곳이 식음료였다. 한국 여성들의 막강한 소비 파워를 알 수 있다. 아동용품의 경우 '에잇 포켓 원 마우스'(부모·조부모·외조부모·이모·고모 등 8명이 한 명의 어린이를 위해 주머니를 연다는 뜻)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 시장을 겨냥해 구찌·버버리·펜디·폴 스미스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올 들어 한국에 아동복 브랜드 단독 매장을 줄줄이 열었다.
스무디 킹의 경우 음료 분야 '다이어트 음료'로 포지셔닝하면서 여성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 세계 700개 매장 중 1~3위가 모두 한국 매장으로 1위 매장인 서울 타임스퀘어의 경우 연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은 10만원대 이상 고가(高價) 제품군보다는 4만~6만원대의 중가(中價)제품이 주류인 비오템·키엘 브랜드 인기가 높았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격대비 효과가 좋은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불황에도 연간 20~30%씩 고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남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한국이 1위(2010년 유로모니터 조사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한국 매장의 높은 매출 실적은 차별화된 마케팅도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어떤 나라의 매장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기법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스무디 킹의 경우 고창 복분자 등 한국형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는 고객 사은품을 전 세계 매장에서 모두 같은 것으로 통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법인 가운데는 글로벌 본사 몰래 사은품을 자체 제작해 고객에게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본사 담당자가 방한하면 매장에서 사은품을 숨기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SK-II는 남성용 화장품 멘(Men)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했고,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인 베네피트도 올 하반기 신제품 출시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또 맥은 하반기 상품으로 '코리안 캔디'라는 립스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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