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딘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 멀리서 빈다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너를 앓았다
이현호 / 령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물결처럼
우리는 깊고
부서지기 쉬운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김행숙 / 인간의 시간

원망도 용서도 다 사라진 뒤
더는 잡을 세상도 디딜 운명도 없는데
이제야 침묵으로 겹쳐지는 우리
한때 서로에게 살아야 하는 향기였지
황홀함으로 춤추던 때를 기억하는가
내게 오는 사람은 애초에
가슴을 뚫고 떠날 화살이라 여겨야 했어
추억은 더 예리하게 다듬어졌다
비에 젖어 더 무거워진 날개여
웅덩이에 갇혀 바짝 말라가는 태양이여
박현웅 / 무거워진 날개여 中

지금 이 순간의 손을 놓치지 않으면
다음 생을 건너가 같은 하늘을
서로 기억할 수 있을까
황경숙 / 두 개의 달이 뜨는 저녁

눈보라가 친다
잘 살고 있으므로 나는 충분히 실패한 것이다
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
너는 그렇게만 알아라
이병률 / 음력 삼월의 눈 中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잘랄루딘 루미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서혜진 / 너에게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기형도, 노을

밤이 내린다
보이는 것 다 지우고
들리는 것 다 막아서
저마다 홀로 되어 쓸쓸한
밤이 내린다
애인이여
아직도 잠 못드는 애인이여
이 두려운 어둠 모두 휘저어
블랙커피 마시듯 나눠 마시고
오늘밤 나와 함께 죽을래
사신 /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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