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스] 캐시가 울었던 시즌2 9화와 칠킨스에서 더이상 와우 러블리를 안 외친 이유

정성일의 책에서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먹고 난 후 그 죄의식에 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이게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캐시가 뉴욕에서 만난 남자 이름이 아담이었던 것이다! 

아담은 캐시에게 사과를 주었고 캐시는 그 사과를 먹었다.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노트북을 켜서 재생시켜보았더니, 솔직히 이정도로까지 아귀가 들어맞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이제 스킨스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본다. 

한창 스킨스에 빠져 있을 무렵인 2008년 봄의 일이다. 

나는 인터넷에 종종 스킨스 관련 검색을 해보았고 그러다가 우연찮게 시놉시스를 구해 읽은 적이 있었다. 

거기서 캐시의 캐릭터에 대해 이르기를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기억을 쥐어 짜내 보자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좋아하며,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선호한다고 써져 있었다. 

소녀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걸 좋아한다는 것은 기실 소녀의 패션 스타일을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이 소녀는 사랑에 대한 특별한 환상을 품고 있다. 

때로는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더라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절대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하드코어라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들추지 않아도 될 불편한 진실을 묻어버리는 그들에게 참지 못하고 쓰레기 같다며 소리 지른다. 

누구의 시선으로는 단지 철이 덜 든 소녀로 비춰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무공해 소녀일 수도 있다 

소녀는 더럽혀지지 않은 채 에덴동산에서 남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소녀는 발가벗고 에덴동산을 노닐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파리로 자신의 나체를 가리고 다닌다. 

이 에피소드에서 링딩돋았던 점은 캐시에게 새로운 인식을 얻게 하는 미셀, 토니, 아담 이 세 명 모두 녹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 부분에서 나는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따먹고 잎사귀로 옷을 가리는 행위가 미셀, 토니, 아담이 입은 초록색 옷으로 도치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역시 레돋. 절묘한 메타포. 

이들은 이미 사과를 따먹은 존재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서 “Lovely"를 남발하는 사랑스러운 소녀. 

순수와 순진 그 중간 어디쯤에 놓여 있는 이 소녀는 과연 사과를 먹고 세상의 모든 비밀과 대면할 것인가?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캐시는 재시험을 보러 간 학교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선생님과 최근 자기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시험을 통과하는 게 절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캐시야. 시험에 통과하는 건 보통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든단다. 하지만 그걸 견디게 해주는 것들도 많이 있지. 자해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단다.”

“예를 들면요?”

“디스코!”   

디스코 음악이 흐르고 이들은 함께 춤춘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것. 

스킨스에서는 항상 드라마 말미에 A 레벨테스트라는 과정이 등장한다. 

이것은 그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통과의례의 제스처인 듯하다. 

그러니까 스킨스에서 등장하는 시험은 언어 그대로의 시험이 아닌 인생의 한 통과지점을 의미한다. 

어쨌든 선생님은 캐시가 하는 얘기들에 대해 답을 내어줄 수 없다. 

너의 인생에 관해서는 남이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함께 춤을 춰줄 수는 있다

  캐시는 시험을 치고 돌아와서 비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누군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가끔은 비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캐시는 두렵다. 

앞으로 자신은 이렇게 계속 더럽혀질 일만 남아 있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던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제 안에 있던 어떤 순수성을 잃었고 또한 그걸 영원히 지켜낼 수도 없음을 안다. 

이제 2주만 있으면 시험성적이 나오고, 소녀는 성인이 되고 그렇게 통과의례는 끝나고 만다.

 사실 캐시는 이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전에는 그 진실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갔었고 이번에는 더 머나먼 맨하탄으로 떠난다. 

그리고 캐시는 그곳에서 아담을 만난다. 

“제가 뭘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안다고 뭐가 바뀔까요?”

  “아니요.”

  “그럼 된 거죠.”   

  이브는 사과를 따먹고 아담에게 말한다. 제가 뭘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아담은 호기심이 일어서 이브를 따라가 사과를 따 먹었다. 

근데 여기서는 주체가 뒤바뀐다. 캐시가 뭘 했는지 알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아담이 그걸 안다고 해서 변하는 게 무어냐고 되묻는다. 

아담은 이미 초록색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사과를 재차 먹을 필요가 없다. 

사과를 먹고 진실을 안다 해도 하늘로부터 도망칠 곳이 없음을 그는 이미 깨달았다. 

제아무리 뉴욕으로, 마드리드로, 동경으로 도망친다 한들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즉 사과를 따서 먹어야 할 사람은 아담이 아니라 진실을 계속 회피하고 싶어 하는 캐시인 것.   

  사실 캐시에게 사과는 시즌 1에서도 쥐어져 있었다. 

시드가 그 사과 먹을 거냐고 물었을 때 캐시는 먹는다고 말은 했지만 먹지 않고 내내 만지작거리기만 했었다. 

자 이제 아담이 두고 간 사과가 캐시에게 쥐어져 있다. 

캐시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왜 울었느냐고? 이제 사과를 먹었으니 고백해야 함을 아니까 운 것이다.

저는 사과를 먹었습니다. 

그것은 곧 순수세계에서의 추방. 그리고 불편한 진실과의 대면. 성장 혹은 타락. 

캐시의 에피소드에서는 유독 성장보다는 타락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 캐시는 그 이후로 “Lovely" 를 남발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그리 사랑스럽지 못하단 걸 사과를 먹고 깨달았으므로.

[KONIC]

캐시 ㅠㅠㅠㅠ 스킨스 최애인데ㅠㅠㅠㅠ

[고마츠 나나]

캐시...ㅠㅠㅠㅠ잘살고있겠죠 캐시..ㅠㅠ

[김진환(23)]

우와...소오름!!저 장면 이해못하고 넘어갔었는데ㅠㅠ 해석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