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웅크리다웅크리고 보호색을 띠고 있는 것들은 모두 슬프다잠잠히, 발견되지 않기를눈을 감고 기다리는 것들사라졌기를, 사라졌기를다만 바란 채바닥보다 더 간절히 엎드리는 것들수천마리 양들을 잠재우기 위해지나온 시간이 보호색을 띤다내일 오후 2시쯤 죽게 될 사랑을 위해지나가는 추억아우리는 '고요'라는 그릇에 담긴 과거다잃어버린 신발에 대해남아있는 발이 황량한 빛깔로 굳어지는 일멀리서부터 태양이 걸어온다반짝이는 척하는 별들은 모두 떨어져야 한다박노해, 별은 너에게로어두운 길을 걷다가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절망하지 말아라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불운 때문이 아니다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별의 지도마저 없다고주저앉지 말아라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문인수, 거처바람이 잔다. 아, 결국기댈 데란 허공 뿐이다류시화, 산안개나에게 길고 긴 머리카락이 있다면저 산안개처럼 넉넉히 풀어 헤쳐당신을 감싸리라전윤호, 물귀신내가 먼저 빠졌다만만하게 봤는데목숨보다 깊었다 어차피 수영금지구역이었다어설프게 손 내밀다그도 빠진건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서로 나가기 위해서발목을 잡아당겼다 나는 안다숨이 막히고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우리는 익사할 것이다 바닥에 즐비한다른 연인들처럼하지만 누가 뭐라해도내가 먼저 빠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