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삼십분 봤는데 작가가 누군지 알 것 같은 분들을 꼽아봤습니다.
1. 김수현
-천일의 약속-
(집안끼리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남자와 몰래 연애하는 상황)
지형: 날짜 잡혔어. 어머니.. 향기 어머니랑 같이 어디 가서 뽑아오셨대.
서연: 이순간(을)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연습했거든. 상상연습도 효과 있네.
난 뻔뻔한 도둑이야. 양심의 가책 같은 거 없었어.
-인생은 아름다워-
(극 중 게이 커플인 상황)
태섭: 나 내가 꼭 재벌 아들과 사랑에 빠진 서민 집안 아가씨가 된 기분이야.
그런 경우 공식처럼 따라붙는 과정 있잖아. 당장 헤어져라!, 어림없는 꿈 꾸지 마라!, 내 아들 인생 망치지 마라!...
기분 더러워.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넌 왜 그렇게 잘하고 살았니?
와이프 위하며 잘 챙기며, 처가에도 그럴 수 없이 잘하고, 그림 같이 살았다고 그러시더라.
네 입으로도 잘하고 살았다고 했어.
대충하고 살지 왜 그림같이 살았어? 그것 때문에 네 어머니 희망을 못 버리는 거잖아.
네가 그렇게 사는 거 보셨기 때문에!
경수: 왜 화를 내는 건데? 왜 나한테 화를 내야 하는 건데?
태섭: 지금이라도 돌아가 그림같이 살라고! 안 붙잡을 테니까!
-
위의 대사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김수현 작가는 특유의 장황한 문장들이 특징임.
듣다 보면 이게 드라만지 뮤지컬인지 소설인지 싶은 때가 있음.
캐릭터들 전부 대사들이 논리 정연하고, 유려하게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냄.
그래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고 함.
특히나 저 위의 '난 뻔뻔한 도둑이야.'와 같은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뱉어내는 장면은
듣자마자 '저건 김수현 드라마구나'를 알 수 있게 해줌.
또 김수현 작가는 대사 속에 소소한 생활 팁들을 넣기도 함. (지금은 기억이 안 남)
드라마 분위기 자체가 상큼하고 톡톡 쏘는 건 아니고, 잔잔하니 음악 장르로 치면 90년대 팝송 같은 느낌.
그래서 담백하다는 평도 많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인물들의 대사 때문에 지루하다는 평도 있음.
하여튼 드라마계에서 독보적인 필체임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음.
2. 김은숙
-시크릿 가든 중 주원의 대사들-
"어떻게 앉아만 있어도 화보냐고 사람이. 근데 나 말 안 하잖아? 그렇게 성격이 칼 같다고 내가."
"뭐, 나중에 혹시라도 알게 되면 '어머~ 내가 저런 분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경거망동했단 말이야?'
뭐 그런 생각 들 사람이라고 내가."
-태양의 후예-
시진: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모연: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태양의 후예2-
모연: 난 극장에 오면, 이때가 제일 설레요. 불 꺼지기 바로 직전.
시진: 난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설레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바로 직전.
-
우선 김은숙 작가는 남주가 대부분 자신감에 쩔어있음.
자존감도 높고 자신도 넘침. 근데 여주도 마냥 수동적이지는 않음. (상속자들 제외..)
그리고 위에 나온 것처럼 인물들이 서로 맞받아치면서 주고받는 대사들을 좋아함.
남주의 말투가 대부분 비슷함. 다소 건방진 듯하면서도 능력 있고 그걸 본인이 아는.
그래서 능글맞지만 밉지 않게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그게 너무 남주에게 몰빵 되어있어서
여주가 상대적으로 무매력이라는 평을 많이 받는 작가임.
하지만 그런 남주가 너무 성공적이라 흥행을 막을 사람이 없음.
그리고 특유의 상대방 꼽주는 대사를 아주 찰지게 씀.
콕콕 찌르는데 나중에 그 대사를 본인이 회수하게 하면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
예를 들어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인어공주 얘기를 들먹이며 상처를 주는데,
후에 길라임에게 본인이 인어공주가 되겠다며 매달리는 씬들이 그러함.
김은숙 작가는 3040세대들을 타겟으로 하면 거의 백전불패로 흥행에 성공하는데,
1020세대들에게는 다소 오글거린다는 평들이 있음.
3.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
준영의 나레이션 중.
'그러나 그 적은, 언제든 다시 동지가 될 수 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때 기대는 금물이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지금 그 상대가 적이다 아니다 쉽게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나는 누구의 적이었던 적은 없는지.'
지오의 나레이션 중.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언제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너무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 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러니 별 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
-괜찮아, 사랑이야-
해수: 너도 사랑 지상주의자니?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
재열: 고통과 원망과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겠지.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
-
노희경 작가도 짧은 문장들은 아니지만, 김수현 작가와는 또 느낌이 다름.
굉장히 문장들이 절제되어 있고, 그 특유의 담담한 문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상당함.
나레이션이나 인물의 독백을 잘 활용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음.
인물의 대사나 독백을 통해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을 곱씹어 보게 함.
위에 있는 준영의 나레이션이 그런 예임.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인물 간의 관계가 특이한 경우가 꽤 있는데,
이혼한 전 부인과 전남편이 친구로 지내며 이혼 기념파티를 하기도 하고,
출세를 위해 한 남자를 이용했다고 말하는 여자와 그 여자와 떠나기 위해 딸까지 버렸던 남자의 사랑도 그려냄.
(서브이긴 하지만)
이 작가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노희경 작가가 어떤 인간관계를 꿈꾸는지, 작가의 인생관은 어떠한지가 조금이나마 그려짐.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 겨울, 괜사 등등 그냥 일반적인 멜로보다는
특정 사연이나 주제를 가진 드라마를 씀.
아마 언급된 작가 세 명 중에 마니아 층이 가장 두터울 듯함.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디서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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