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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4096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5/11) 게시물이에요
“평생 잊지 못할 지난 5년 동안의 추억을 들려드릴게요”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동고동락하며 인생을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수고는 뒤이어 찾아오는 또 다른 손님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했다. 전 국민이 즐겨 찾는 新여행지들을 탄생시키며 진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 KBS-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1 종영을 앞두고 이별의 갈림길에 선 영광의 주역들을 만났다. 

 

야생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장을 열다 

 

2007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은 연예인들과 80여 명의 스태프들이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며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자연이 빚어낸 무대는 그 어떤 곳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훌륭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 스타들의 꾸밈없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매번 큰 웃음을 선사했다. 

레이디경향(이하 LADY) ‘1박 2일’의 탄생 취지가 궁금합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명의 스타들이 함께 숙식을 해결하면서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게 당시로서는 참 신선한 발상이었어요. 

 

이우정 원래 저희 프로그램의 모토는 ‘시골에 가자’였어요. 시골에 가서 길에서 먹고 자고 하는 거죠. 사실 처음에는 스타들이 야외 취침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일단 밖에서 재우다가 촬영이 끝난 후에 깨워서 실내에서 취침하게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괜히 길에서 자다가 지나가는 취객이 해코지라도 하면 큰일 나니까요. 특히 은지원씨처럼 귀하게 자란 분(?)은 밖에서 재우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PD와 작가들이 피곤한 나머지 그냥 밤새 잠들어버린 거예요. 아침에 깜짝 놀라 나가보니 그대로 밖에서 모두 자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정말 말 그대로 야외 취침이 됐어요. 

 

LADY 그럼 PD나 작가들은 어디서 자나요? 

 

이우정 출연자들이 야외 취침을 하는 텐트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저희들을 위해 똑같은 텐트가 마련되어 있어요. 아니면 마을회관에서 자기도 하고요.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LADY 장소 선정 과정도 궁금합니다.  

최재영 간혹 어떤 시청자분들은 저희가 장소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일정을 짜고 게임을 준비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와는 반대예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이번에 어떤 것을 하자’라는 테마부터 결정해요. 예를 들어 지금이 가을이라고 하면 ‘예쁜 단풍을 보러 가자’는 주제를 정한 다음 인터넷, 전화문의, 지자체 등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하고 몇 군데 장소를 정해서 1차 답사를 가요. 아무리 자료를 미리 보고 간다 하더라도 막상 현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면 느낌이 또 다르거든요. 그러고 나서 2차 답사를 가고, 최종적으로 압축한 후 3차 답사를 가서 촬영 동선, 놀이 아이템 등에 대해 회의하고 촬영 당일에 떠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한 장소를 정하기까지 세 번의 답사 과정을 거쳐요. 

 

김대주 백두산에서의 ‘1박 2일’ 기억나시죠? 백두산도 저희들이 미리 답사를 다녀왔었어요. 

 

이선혜 그동안 ‘1박 2일’ 시즌1을 통해 108곳이 소개됐는데, 저희가 답사를 다녀온 횟수만 해도 무려 350번이에요. 

 

김란주 일주일에 국내선 비행기를 여덟 번이나 탄 적도 있어요. 

 

LADY 현장에서 어떤 게임을 할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정해놓고 가는 편인가요? 

 

최재영 답사를 다녀오면서 대충 그 장소에 맞게 무엇을 해야 할지 큰 틀을 만들어놓죠. 하지만 촬영 중에 출연자들이 갑자기 내놓는 아이디어가 좋아 채택되는 경우도 많아요.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트장에서는 항상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절반 이상은 즉석에서 만들어져요. 

 

이우정 이수근씨가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잘 하세요. 한번은 담양으로 촬영을 갔다가 방에서 쉬고 있는데 현장 상황을 보니 저희가 미리 계획했던 놀이가 별로 재미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1박 2일’ 멤버들에게 눈치를 줬죠. 그랬더니 주위에 굴러다니던 생수통 뚜껑을 손가락으로 툭 쳐서 테이블 모서리에 맞추는 게임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런 건 정말 현장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야지만 나올 수 있는 경우지요. 

 

LADY 복불복 게임에서 지면 식사가 제공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진짜로 출연자들을 굶기나요? 혹시 개별적으로 준비해온 음식을 몰래 먹는 건 아닌지 의심한적 있거든요. 

 

최재영 그런 일은 없어요. 방송에서 보이는 그대로예요. 가짜로 연기를 시킨 것이었다면 시청자들도 금세 알아챘을 테니까요. 게다가 정말로 배가 고파야 리액션이 더 실감 나는 거고요. 

 

이선혜 출연자들도 누군가는 밥을 먹고, 또 다른 누군가는 먹지 못하는 데 대해 은근히 재미있어 해요. 앞에서 쫄쫄 굶고 있는 멤버를 보며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우정 밖에서 자고, 배고파도 못 먹는 게 ‘1박 2일’의 생명이나 다름없어요. 처음에는 저희도 정말 굶겨도 될지, 길에서 재워도 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켜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김란주 강호동씨가 ‘1박 2일’에서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메인 작가인 (이)우정 언니예요. 제발 밥 좀 주면 안 되냐고 정색하시거든요. 성인군자도 배고프면 짜증낸다잖아요(웃음). 그래도 우정 언니는 무조건 굶겨요. 

 

LADY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 같아요. 

 

최재영 아무래도 밥차가 생겼을 때 가장 행복했죠. 이틀 동안 80여 명의 숙식을 해결하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대부분 저희가 찾아가는 곳이 한적한 시골마을이라서 잠은 마을회관이나 텐트에서 대충 해결돼요. 하지만 음식은 그 많은 사람들이 얻어먹을 수도 없고…. 정말 쉽지 않았어요. 밥차가 없던 시절에는 멀리 읍내에 있는 식당에 100인분을 주문해서 가져온 뒤 작가들이 일일이 그릇에다가 밥, 국, 반찬을 나눠 담았어요. 그때 고생 많았죠. 그러다가 6개월 뒤에 밥차가 생겼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밥차를 고정으로 부른 건 ‘1박 2일’이 처음이에요. 

 

이선혜 밥도 밥이지만 저는 잠자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혹한기 대비 캠프를 떠났을 때는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때 이우정 작가님이랑 둘이서 텐트에서 자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민가에 찾아가 하루만 재워달라고 부탁했어요. 결국 그 집 안방에서 생전 처음 보는 주인 부부와 같이 잤어요. 그분들은 침대에서, 저희는 바닥에서 잤답니다(웃음). 

 

LADY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니면서 배도 심심찮게 탔잖아요. 멀미도 자주 했을 것 같아요. 이우정 멀미 한 번 안 했다면 그 사람은 ‘1박 2일’ 작가가 아니죠. 멀미는 기본이에요. 

최재영 울진에 대게를 잡으러 갔을 때는 40년 동안 배 운전을 하셨다는 선장님조차 귀 밑에 멀미 방지 패치를 붙이고 계시더라고요. 하물며 저희는 어땠겠어요? 멀미는 절대 극복이 안 돼요. 

 

LADY 씻는 건 어떻게 해결했어요? 

 

이선혜 겨울에는 안 씻어요. 여름에는 물티슈와 모자가 필수고요. 

 

이우정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잘 안 씻어요. 

 

김대주 얼마 전 정읍에서 마지막 촬영을 할 때는 다들 물티슈로 얼굴만 닦았어요. 

 

김란주 저는 여자라서 그런지 대소변 문제가 더 힘들었어요. 시골로 촬영을 가면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이우정 남자들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여자들은 초반에 무조건 참았죠. 밥도 잘 안 먹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고요. 그런데 1년 지나니까 알아서 해결하게 돼요. 사람이 반경 5m 내에만 없으면 풀숲에 조용히 들어가 소변을 보고, 1km 근방에 아무도 없으면 그때는 큰일도 보고요. 

 

이선혜 저는 웬만하면 물을 잘 안 마셨어요. 그리고 너무 안 씻어서 몸에서 냄새 날 때도 많았고요.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 제 몸에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예요. 스태프들하고 같이 있을 때는 못 느끼다가 막상 혼자 있으니까 확 풍기더라고요. 

 

이우정 손톱 밑에 때 끼고, 콧구멍이 새까매지고, 머리 못 감아서 떡 되는 건 기본이죠. 

 

작가들이 선정한 잊지 못할 그곳 BEST 5 ‘1박 2일’은 전국을 돌며 전 국민을 위한 새로운 여행 지도를 탄생시켰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 도장을 찍고 간 유명한 장소에서는 ‘1박 2일’만의 스타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고, 때로는 산과 바다에 가려진 미지의 땅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우리나라에 저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경치를 두루 소개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는 자연을 마주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LADY 그동안 다녀온 장소들만 나열해도 어마어마한데요.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 듯합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촬영지는 어디인가요? 

 

최재영 저는 2007년 12월에 방송됐던 강원도 화천 이외수 선생님 댁에서 한 촬영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 에피소드가 ‘1박 2일’만의 느낌을 가장 잘 보여줬던 것 같아요. 당시 ‘연예인이여, 자아를 가져라’라는 주제로 멤버들에게 자유여행을 시켰는데, 김C 형이 이외수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멤버들을 데리고 거기로 간 거였거든요. 화천까지 찾아가는 과정도 재밌었고, 그곳에서 이외수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밤에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린 덕분에 꽤 운치 있었어요. 

 

이우정 저도 초창기 시절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2007년 12월에 방송된 가거도 편이 딱 떠오르네요. 가거도는 서울에서 목포까지 차로 네 시간, 목포에서 배로 네 시간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1박 2일’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어요. 가거도 주민들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려고 제작비 천만원을 투자해 피자차를 불렀는데 가거도에 도착해 이동하던 중 언덕 위에서 타이어에 구멍이 난거예요. 그 상태로 쭉 미끄러지다가 낭떠러지 끝에 차가 반쯤 걸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PD님과 저희들은 그 앞에서 할 말을 잃은 채 완전히 얼어붙었고, 이대로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결국 그 상태로 꼼짝도 할 수 없는 피자차에서 피자들을 조심조심 꺼내 ‘1박 2일’ 멤버들과 제작진이 마을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걸로 촬영을 했고, 피자차는 한 달 뒤에야 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가거도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끊겨 있던 폐쇄된 곳이었기에 이래저래 더 힘든 상황들이 많았어요. 

 

이선혜 충청북도 영동에서 찍은 ‘1박 2일’ 첫 촬영도 잊을 수 없어요. 지금은 체계적인 답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그때는 작가들이 달랑 지도 한 장 들고 직접 운전하면서 답사를 다녔거든요. 영동은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엉겁결에 선택한 곳이었어요. 전국에서 가장 크고 멋진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을 찾아보자는 생각 하나로 작가들이 강원도, 충청도로 뿔뿔이 흩어져 돌아다닌 결과였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식한 방법이었죠(웃음). 하지만 고생한 만큼 마음에 더 오래 남아요. 그 후 5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영동 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보다 더 멋진 느티나무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김대주 저는 2011년 1월에 방송된 외국인 근로자 특집이 참 좋았어요. 작가들이 다 함께 영화 ‘방가방가’를 보자마자 ‘그래, 이거야’ 하면서 기획했던 건데, 컨셉트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찾아 섭외하는 것부터 그분들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이 참 어려웠어요. 하지만 막상 그들이 오랜만에 가족과 상봉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작가로서 굉장한 보람을 느꼈어요. 제가 정말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들고, 이대로라면 나중에 천국에 갈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웃음). 

 

김란주 2010년 1월에 방송된 가평에서의 혹한기 실전 캠프는 떠올리기만 해도 아찔해요. 체감온도가 영하 27℃나 돼서 무척 추웠거든요. 난방이 안 되는 빈 교실에서 자는데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밥차에서 준비한 따뜻한 밥과 국이 꽁꽁 얼어붙을 지경이었죠. 그런데 그 와중에 게스트로 참석한 박찬호씨를 비롯해 전 출연진이 얼음물 입수까지 했어요. 특히 김종민씨는 ‘1박 2일’에 합류하고 나서 처음으로 떠난 촬영이었는데 아직 야생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았던 터라 방한복도 전혀 준비해오지 않았더라고요. 엄청 춥다면서 어찌나 눈물을 글썽이던지…(웃음). 그러한 모습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잘 전달됐던지 그 방송이 ‘1박 2일’ 시즌1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어요. 

 

‘고마운 주인’ 강호동부터 ‘특등’ MC몽까지 ‘1박 2일’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다녀갔다. 지상렬, 노홍철, 김C, MC몽, 강호동, 엄태웅,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이승기에 이르기까지 총 열 명의 고정 출연진들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고 그 밖에 박찬호, 최지우, 김하늘, 이서진, 이동국 등의 게스트들이 자리를 빛내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LADY ‘1박 2일’ 멤버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누구인가요? 

 

이선혜 출연자들을 두고 여자 작가들끼리 인기 투표를 자주 했어요. 그냥 장난으로 “너라면 저 멤버들 중에서 누구랑 결혼할래?” 하는 거죠(웃음). 그때마다 늘 순위권에 들었던 사람이 바로 은지원씨예요.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 스태프들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분은 정말 매력 있어요. 

 

최재영 제가 오죽하면 다음 생에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지원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겠어요(웃음). 

이우정 강호동씨도 빼놓을 수 없죠. 강호동씨는 카메라에 불이 꺼졌을 때에도 일일이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을 챙겨요. 분위기가 조금 침체됐다 싶을 때는 직접 나서서 저희 모두의 사기를 북돋워주고요. 게스트들과 함께 촬영을 해야 하는 날에는 그분들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강호동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써요. ‘1박 2일’과 함께하는 사람들 중 그 어떤 한 명도 기분이 상해서 집에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시청자 100명을 초대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최재영 가끔 배고프다고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강호동씨에게 저희가 배운 점이 참 많아요. 

 

김란주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스태프들을 정말 잘 배려해주세요. 특히 여자 스태프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지나가면 “그거 내려놔라” 하면서 본인이 대신 들어요. 산에 오르거나 배에서 내릴 때에도 언제나 우선적으로 생각해주시고요. 

 

이선혜 강호동씨는 정말 천생 남자예요. ‘수컷’ 중의 ‘수컷’이죠(웃음). 

 

LADY 가장 제작진의 속을 태웠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선혜 김종민씨요. 

이우정 김종민씨는 ‘1박 2일’을 통해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착하고 나쁨의 문제를 떠나서 그는 항상 사람을 대할 때 스스로 벽을 치거든요. 웬만한 방송국 사람들은 다 알아요. 김종민씨가 의외로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최재영 같이 촬영하면서 친해지다 보면 이름을 부르게 되는데 김종민씨는 항상 ‘작가님’이라고만 부르더라고요. 

 

이선혜 제가 오죽하면 “왜 이렇게 사람을 불편하게 하느냐”라고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했겠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갑자기 편하게 행동하니까 그것도 좀 어색했죠(웃음). 

 

김란주 지금까지 꼬박꼬박 존댓말 하면서 ‘작가님~’ 하던 사람이 얼마 전부터는 제게도 ‘란주야~’ 하면서 이름을 불러주더라고요. “그동안 고생했다”라며 “가방 사줄 테니 원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라”라고까지 하더라니까요. 

 

김대주 한두 달 전부터는 제게도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웃음). “종민이 형이 내게 드디어 말 놨다”라고 주위에 자랑했을 정도예요. 

 

이우정 김종민씨의 연예 활동에 있어서 이건 정말 역사적인 일이에요. 

 

LADY 그 밖에 또 생각나는 분 없으세요? 

 

최재영 MC몽도 빠뜨릴 수 없죠. MC몽은 스태프들이 다 좋아했어요. 

 

김대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살갑게 대해줬거든요. 

 

김란주 몽이 오빠는 오빠가 입고 있는 의상 중에 어떤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다 벗어줘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대신 스타일리스트는 힘들어하죠(웃음). 

 

김대주 지리산 둘레길로 촬영을 갔을 때도 동네 할머니가 지나가다가 MC몽을 보고는 “신발 참 예쁘다”라고 했더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자리에서 자기 신발을 벗어 줬어요. 할머니 발에는 그 신발이 맞지도 않는데 말이죠(웃음). 게다가 그날은 하루 종일 둘레길을 걸어야 하는 촬영이었는데 맨발로 어떻게 걷겠어요. 결국 매니저가 급하게 다른 신발을 구해 와서 다시 촬영을 시작했죠. 

 

이우정 MC몽은 1등을 넘어 ‘특등’이에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다 들어줘요. 인터뷰나 축가를 부탁하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알았어. 내가 해줄게”라고 바로 약속을 하죠. 자기에게 뭐가 이로운지, 머리로 이것저것 계산하는 모습이 전혀 없어요.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LADY 게스트들 중에서 숨은 공신을 뽑는다면 누구일까요? 

 

이우정 여배우 특집에 출연했던 김하늘씨요. 그녀는 정말 ‘1박 2일’을 제대로 즐기러 왔더라고요. 사실 여배우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내숭을 떨거나 무언가를 꾸밀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고맙고 예뻤어요. 

 

아쉬운 헤어짐, 모두를 울린 마지막 촬영 ‘1박 2일’은 지난 5년여 동안 방송됐던 시즌1을 마치고 새로운 멤버들과 시즌2 방송을 앞두고 있다. 기존 출연자들 중에서는 이승기와 은지원이 하차하고 김종민, 이수근, 엄태웅이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여기에 김승우, 주원, 성시경, 차태현이 합류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제작진도 일부 교체된다. 해외 연수를 떠나는 나영석 PD의 빈자리는 KBS-2TV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 ‘해피선데이-날아라 슛돌이’,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연출해온 15년 차 경력의 최재형 PD가 채운다. 기존 일곱 명의 작가들 중에서도 이우정 메인 작가를 비롯한 세 명의 작가들이 CJ E&M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최재영 작가가 새로운 메인 작가로 ‘1박 2일’을 이끌어나간다. 

 

LADY 얼마 전 시즌1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늘 프로그램 뒤에서 함께했던 작가로서 소감이 남다를 듯해요. 이선혜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아요. 예전에 강호동씨 매니저가 부적으로 쓰라면서 강호동씨의 증명사진을 한 장 줬었는데 얼마 전 사무실에서 짐을 정리하다가 그 사진을 꺼내 보고는 눈물이 핑 돌았어요. 

 

김대주 저는 원래 눈물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마지막 회의를 하면서는 울었어요. 어디론가 다시 현장 답사를 다녀올 것 같고, 다시 촬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며칠 더 지나면 헤어진다는 게 실감 나겠죠. 

 

김란주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과 함께할 수 있었던 저는 참 행운아예요. ‘1박 2일’은 참 대단한 프로그램이거든요. 여기 식구들은 출연자, 매니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서로 일하겠다고 싸울 정도로 굉장히 끈끈해요. 80여 명의 스태프 중 누구 하나 정이 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이우정 프로그램 하나 끝냈다고 뭘 그렇게 슬퍼하냐고 이상하게 보실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저희는 5년 동안 함께 여행을 다녔잖아요. 가족과도 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게 쉽지 않은데, ‘1박 2일’ 식구들과는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았어요. 그 시간들만 다 합치면 정확히 375일을 매일 같이 자고, 먹고 한 거예요. 당연히 정이 들 수밖에 없죠. 

 

LADY PD와 작가들은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2박 3일간 홍콩으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거기서는 어떠셨나요? 김대주 홍콩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밤새 편집을 했던 터라 도착하자마자 모두 그대로 쓰러져서 잤어요. 저녁에 일어나서 밥 먹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때도 다들 펑펑 울더라고요. 

 

김란주 저희는 소파에 앉아서 푹 쉬고, 식사부터 여행 일정까지 모두 나영석 PD가 인솔하셨어요. 얼마나 편하던지…(웃음). 

 

LADY ‘1박 2일’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작가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네요. 여러분들에게 ‘1박 2일’은 어떤 존재인가요? 

이선혜 ‘1박 2일’에 20대 청춘을 다 바쳤어요. 그래서 ‘1박 2일’은 제 청춘 그대로예요. 

 

김란주 ‘1박 2일’은 제 인생의 스승이에요. 하나밖에 모르던 제게 ‘1박 2일’은 천 가지 가르침을 줬어요. PD님, 작가 선배들, 그 밖에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하면서 인생을 배웠거든요. 한계라고 생각할 때마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어요. 지방 촬영을 다니면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김대주 ‘1박 2일’은 제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였어요. 방송에서 호동이 형이 이름을 자주 불러주신 덕분에 작가로서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됐고, 평소 ‘1박 2일’ 팬이었던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어요. ‘1박 2일’을 만난 이후로 제게는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1박 2일’을 빼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 같아요. 

 

최재영 ‘1박 2일’은 제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예요. 죽을 때까지 이런 경험, 이런 사람들을 다시는 못 만날 듯해요. 

 

이우정 앞으로 작가 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박 2일’은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였어요. 좋은 제작진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아이템으로 다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1박 2일’을 뛰어넘는 전성기는 더 이상 없을 듯해요. 

 

이제 시즌1은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하지만 ‘1박 2일’은 시즌2로 계속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최재형 PD는 “남극 탐험을 시도해보겠다”라는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새 멤버들과 또 다른 시작을 앞둔 ‘1박 2일’이 앞으로 긴 여정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제공 / 박동민, 이우정, KBS> 

<1박 2일 시즌 1, 작가들이 밝힌 공개되지 않았던 희로애락의 순간들>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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