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국인이면 명나라 황제 만력제 까지 맙시다

명나라 4대 암군 중 하나

 

.. 지만 사실상 원톱으로 뽑히는 희대의 태업 황제

 

 

어린시절에는 나름 똘똘한 소질도 보이고 해서, 주변에서 좋은 황제가 될 거라는 얘기도 종종들었는데...

이건 대부분의 암군들 공통 사항 중 하나죠.

어릴때 바보 같았으면 황태자로 책봉되지도 않았을테니...

하다못해 연산군도 어렸을때는 똘똘했었죠.

 

어쨌든 장거정을 중용하여,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뒷배가 되주었는데...

사부인 장거정이 죽자 갑자기 돌변...

장거정을 부관참시하고, 큰 아들을 잡아다가 혹독한 고문을 한 끝에 죽여버립니다.

 

 

그리고는 아몰랑 시전하며 아무것도 안하기 시작합니다.

하기 싫다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명줄은 또 길어서 제위를 48년이나 합니다.

그 48년 중 무려 30년을 황제이면서 아무것도 안합니다.

 

지금은 미국이지만, 당시 천조국은 명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광대한 나라를 통치하려면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건의 중요 결제서류가 있었을텐데 죄다 쌩갑니다.

황제의 태업으로 관리들이 황제 대신 결제를 해야했죠.

 

중간에 죽을 병에 걸려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갑자기 변한다고...

그동안 아냈던 관리들을 원상 복귀 시켰지만...

병이 호전되자 마자 다시 쫓아냅니다.

 

어쨌든 중국 역사에서 손 꼽히는 암군인데...

오죽하면 청나라 시절 쓴 정통사서인 명사에서 조차 "명나라가 망한 것은 숭정제 때가 아니라 만력제 때였다"라고 할 정도로 개막장이었던 황제 입니다.

 

 

 

그런데...

 

전설적인 태업의 황제가 왠일로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줬습니다.

 

그냥 도와준 정도가 아니라, 명나라 황제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정말 최선을 다해서 도와줍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조선 왕 선조는 의주까지 토끼고, 명나라에 원조와 파병을 요청합니다.

 

왠일로 만력제가 3일만에 원조와 파병을 결정합니다.

명나라 신하들이 반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차피 명나라 땅을 직접 쳐들어온것도 아닌데, 쌩까자는게 명나라 신하들의 의견이었는데 만력제가 까를 외치며 다 무시한거죠.

 

그렇게 명나라 군사 5천과 고생하는 조선왕 선조 용돈하라고 은화 2만냥을 하사하십니다.

 

그리고 조선 백성들이 전쟁 때문에 쫄쫄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명나라 최고 곡창 중 하나인 산둥성의 쌀 백만석을 구입해서 원조해줍니다.

백만석의 구입 비용은 은화 100만냥이었는데, 이 돈은 명나라 황실 돈이었습니다.

1석이 89킬로그램이니까, 백만석이면 8만9,000톤입니다.

이 정도 양이면 당시 조선의 쌀 수확량 1/10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걸 배송비 무료로 황해를 건너 조선 백성들 먹이려고 보내준겁니다.

참고로, 만력제는 세금을 과하게 징수하여 명나라 백성들에게 원성이 자자했던 그런 황제입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는 만력제를 '고려천자'라고 까지 부릅니다.

 

 

만력제의 조선 사랑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무려 20만명의 대군을 조선에 파병하여 왜군을 막아줍니다.

사실 이때 명군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나라 국기는 일장기가 되었을지도...

군수 식량 역시 만력제가 황실의 돈 은화 500만냥을 빼서 마련해줬구요.

 

단지 전쟁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된 조선의 전후 복구를 위해 만력제가 황실 돈 은화 200만냥을 조선에 송금해줍니다.

 

구국의 영웅, 전쟁의 신 이순신에게도 만력제는 8가지의 보물을 하사했고, 이것이 현재 통영 충렬사에 보관 중입니다.

 

솔까말, 만력제 아니었으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때 쫑났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만력제가 죽은지 100년이 지난 청나라 시절에 충북 괴산에 만동묘를 만들어서, 해마다 만력제 제사를 지내주고 있습니다.

충북 괴산의 만동묘 입니다.

 

 

중국에서는 당연히 4대 암군이니 치욕의 황제로 생각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부터 만력제 제사를 400년이 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왜 30년 동안 아무것도 안한걸로 유명한 암군 중의 암군 만력제가 유독 조선에서 일어난 왜란에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줬는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조선이 명나라 코앞이라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고, 히데요시가 명을 칠려고 조선에게 길을 내줘라고 했는데 조선이 까라고 한 게 고마워서, 혹은 청이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절에도 명나라를 빨아줬던 조선 사대부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력제의 이력을 보면 그리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의리가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래서, 야사에서는 이 미스테리를 꿈으로 해결 합니다.

 

어느날 만력제가 꿈을 꾸었는데 관우가 나타나

"형님 (만력제)은 유비의 환생이고, 조선의 선조는 장비의 환생입니다"

라고 말해줬고, 여기에 뿅간 만력제가 조선 파병과 지원에 올인했다고도 합니다.

 

 

명나라가 망한게 조선의 왜란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줘서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왜란에 지원한 돈 보다는, 만력제 자신의 무덤을 짓는 비용이 더 큽니다.

 

1,500평방 미터의 무덤을 조성하고 각종 부장품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느라 증세도 하고 별의별 짓을 다 했거든요.

 

이후 만력제의 무덤은 1956년 발견되어, 홍위병들이 "계급의 적에 대한 철퇴"라는 명분으로 만력제의 유골을 훼손시켜서 현재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발견 당시 만력제 무덤안의 관 입니다.

그리고 홍위병들에 의해 훼손된 만력제의 유골 입니다.

개인적으론, 임진왜란의 영웅은 이순신과 만력제라고 생각 합니다.

 

30년 태업 황제가 명나라의 다른 중요 안건은 신경도 안쓰다가, 조선에 전쟁났다는 얘기만 나오면 눈을 번쩍이며 갑자기 진지해졌다고 할 정도니...

 

제발 한국인이면 만력제 까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