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발을 채였다. 그리고 추하게 넘어졌다. 양손으로 붙잡고 있던 <잔뜩 애정을 발라놓은 케이크>가 철퍽 떨어지던 순간에, 어쩌면 그 한 방울이 내 속눈썹에 내려앉은 순간에 나는 모든 걸 놓은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 신난 발걸음 앞에 놓여 있던 보라색 달 조각은 이 모든 일을 예견했던 거라고. 나는 나를 토닥였다. 정말 그랬을까 하고 구태여 깊이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집착하고 매달려서 내가 얻는 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바닥에 어질러진 애정들이 녹아내리는 걸 내 눈동자는 곧이곧대로 나에게 전달해주었다. 아깝다. 하고 생각했고 그뿐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거겠지. 사실은 엎드려 엉엉 울고 있는 내가 뻔했다. 열심히 입술을 깨물었고 피가 난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빚어내고 문질렀던 나만의 '애정' 은 그렇게, 그냥 그렇게. 정말 별것 아니었다. 견디기 힘든 것들은 잔잔하고 조용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몰랐던 거야. 애정을 잃어버린 나는, 그 애정이 별것 아니라고 단정 지었던 나는 하루가 다르게 무언가를 잃어오고 있다. 윤기나던 손톱은 거무죽죽하고, 콧방울의 빛 조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서러웠다. 발 한 번 삐끗하고 겪는 이 모든 일들이 낯설고 화가 났다. 이제 너는 행복할 수 없어, 자초한 일인 걸. 어느 입술이 세차게 낄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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