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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8/4/26) 게시물이에요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인스티즈

차창룡,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칼이 되어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칼이 되어

세상 모든 일들을 도막 내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칼이 되어

세상 모든 일들을 채 썰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칼이 되어

칼바위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칼바위는 까치와 다람쥐를 기르고 있었다

가슴에 소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칼바위는 이름이 칼이었으나

칼이 아니었고 늘 쉬고 있었고

내 마음은 이름이 칼이 아니나

칼이 되어 한시도 쉬지 못하고 칼질을 했다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인스티즈


서정춘, 어항

 

 

 

밤의 하늘에서

내린 하늘이 있어

보름달이 슬그머니

둠벙의 하늘에 들어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 속에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피라미떼 놀고 있다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인스티즈


박형준, 옛집으로 가는 꿈

 

 

 

소 잔등에 올라탄 소년이

뿔을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땅거미 지는

들녘

소가 머리를 한번 흔들어

소년을 깨우려 한다

수숫대 끝에 매달린 소 울음소리

어둠이 꽉 찬 들녘이 맑다

마을에 들어서면

소년이 사는 옴팍집은

불빛이 깊다

소는 소년의 숨결에 따라

별들이 뜨고 지는 계절로 들어선다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인스티즈


강인한,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

골목길에서 마주친 깜찍하고 상큼한 민트 향은

리본으로 치장한 케이크 상자처럼 궁금한 감정이에요

 

초보에게 딱 맞는 체리핑크는

오전 열 시에 구워져 나오지요

십대들이 많이 구매하지만 놀라지 마셔요, 때로는

삼사십대 아저씨가 뒷문으로 들어와 찾을 때도 있어요

 

육질 좋은 선홍색의 연애는

오후 두 시 이후에 뜨거운 오븐을 열고 나와요

구릿빛 그을린 사내가 옆구리에 낀 서핑보드

질척거리는 파도 사이 생크림 같은 흰 거품은 덤이지요

 

아무래도 못 잊는 블루

그 중에서도 뒷맛이 아련해 다시 찾는 코발트블루는

땅거미 질 무렵 산책로에 숨었다가 뛰쳐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멋들어진 연애는 한밤의 트라이앵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라지는 삼각관계로 구워내

당신의 눈물에 찍어먹는 간간한 마늘빵 그 맛이지요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인스티즈

김경미, 그 창가

 

 

 

소읍의 맛없는 식당에 앉아 맛없이도 식당을 해야 하는

주인의 속을 생각해본다

식탁 위 때 절은 소금통 같은 유리문 밖 행인들을 본다

마음 같지 않은 날들에 대해 나도 그들만큼 안다

혹은 그들보다 더 잘 안다

슬리퍼에 무릎 나온 추리닝 차림으로 지나가는 청년

내 낯선 행색을 서슴없이 오래 훑어보던 신발가게 주인은

굽 달아난 구두를 잘린 다리 한쪽을 넣어주듯이

검정 비닐봉투에 싸면서 자꾸 나를 의심했다

문을 열자 달력 뒷장에서 잘못 빠져나온 듯 폭설이

다급하게 쏟아졌고

불꽃에라도 데인 듯 우왕좌왕하던 사람들보다 더

피할 곳 없던 나는 얇은 옷으로

자연과 시간의 난투극을 피하듯

용건 없는 일정으로 버스 정거장에 섰다

십오 분도 안 되어 그칠 일을 때로는 쏟기도 하는 것

나도 잘 안다

인간이 동물인 건

떠돌아 얻는 답과 머물러 얻는 답이 달라서이겠거니

안심스런 인생을 고르듯 들어와 맛없어도 먹어야하는

저녁 식당도 만나는 법이어서

세상이 미안한 마음 같기만 하지는 않는 것이어서

새 구두는 어김없이 아프고

 

어느 덧 밤은 솜 뜯긴 소파처럼 옆자리에 와 앉고

창밖 별빛도 나도 뭔가 목이 메는 듯

 

절룩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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