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회자되는 전설의 댓글이 있다. “다 부질없는 X뻘짓”이라는 비속어로 시작되는 이 댓글은 제사 등 명절 전통 관습에 대한 어느 누리꾼의 신랄한 논평을 담고 있다.
이 누리꾼은 “진짜 조상 잘 만나 조상 덕 본 사람들은 지금 다 해외여행 가고 없다. 조상 덕이라곤 1도 못 본 인간들이 음식상에 절하고 집에 와서 마누라랑 싸운다”며 자조한다. 이미 수년 전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한 기사에 댓글로 달린 이 메시지는 누리꾼들의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몇 년째 ‘명절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글은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현실사회에서 얼마나 부조리한 결과를 낳는지를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다. 메시지의 초점이 해외여행 간 이들 보다 명절마다 제사 지내고 가족들과 싸우기도 하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현실과 맞지 않는 과장과 극단적 비유가 섞여 있으나,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둘러싼 가족 간 불화를 봐온 이들에게 이 댓글보다 명절을 잘 설명한 표현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 간 불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 119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명절 연휴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명절 연휴 기간 1000건에 가까워 연중 평균 670여건보다도 많다. 부부간 다툼으로 명절 직후 이혼 신청 건수 역시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가운데 명절 관습을 대표하는 제사도 사라지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추석 소비자 패널 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8.8%였다. 이전해 전년 25.6%보다 증가한 수치다. 유통업체 티켓몬스터가 이번 추석을 앞두고 30~40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 가까웠다. 납골당, 수목묘 등으로 매장 문화가 바뀌어가는 추세와 더불어 선조를 기념하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이 명절보다 휴가로서 가지는 기능 또한 커졌다. OECD 국가 노동시간 2위의 나라답게 명절을 휴가로 활용하는 경향은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명절 기간 해외 여행객 수치는 해마다 늘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6일 동안 118만여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역대 명절 가운데 하루 평균 기록을 갱신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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