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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네ll조회 91l
이 글은 5년 전 (2018/11/20) 게시물이에요









김요일, 무인도

 

 

 

거기 계세요, 제가 갈게요

당신은 바다에서 가장 높은 산

시장에서 제법 쓸쓸해 보이는 나무들도 샀구요

당신과 어울릴 만한 음악도 골랐어요

 

붉은 꽃으로 치장한 통통배 타고 가장 높이 계신 당신께 오를 거예요

깃발도 달고, 꽹과리도 두드리며

멀리 계신 당신 쉽게 손 흔들 수 있도록

시끌벅적 밀물 타고 갈 거예요

 

당신의 연안(沿岸)은 모두의 피난처

안달 난 새들은 같은 방향의 화살표로 날아들겠지요

당신 치맛자락엔 검으나 부드러운 몽돌을 내려놓을 거구요

차고 단 샘물도 넣어 드릴게요

 

가만 가만 거기에만 계세요

교회 종 떼어 당신 목에 걸어 둘래요

꿈밖으로 떠밀려 가도 알아챌 수 있도록

색색의 부표로 당신을 휘감겠어요

 

거기 계세요

태양과 바람의 경계에서 가장 상처 깊은 뿌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안(彼岸)의 장르인

당신








정윤천, 너라고 쓴다

 

 

 

솜꽃인 양 날아와 가슴엔 듯 내려앉기까지의

아득했을 거리를 너라고 부른다

 

기러기 한 떼를 다 날려보낸 뒤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저처럼의 하늘을 너라고 여긴다

 

그날부턴 당신의 등뒤로 바라보이던 한참의 배후를

너라고 느낀다

 

더는 기다리는 일을 견딜 수 없어서, 내가 먼저 나서고야 만

이 아침의 먼 길을 너라고 한다

 

직지사가 바라보이던 담장 앞까지 왔다가, 그 앞에서

돌아선 어느 하룻날의 사연을 너라고 믿는다

 

생이 한 번쯤은 더이상 직진할 수 없는 모퉁이를 도는 동안

네가 있는 시간 속으로만 내가 있어도 되는

 

마음의 이런 순간을 너라고 이름 붙여주고 나면

불현듯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라곤 사라져버려선

 

사방에서 사방으로 눈이라도 멀 것만 같은

이 저녁의 황홀을 너라고 쓰기로 한다








이재무, 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

 

 

 

일요일 밤 교복을 다린다

아들이 살아갈 일주일 분의 주름

만들며 새삼 생각한다

다림질이 내 가난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제의 주름이 죽고 새로운 주름이 태어난다

아하, 주름 속에 생활의 부활이 들어있구나

아들은 내가 다려준 주름 지우며

불량하게 살라

주름은 지워지기위해 태어나는 것

주름을 만들며 나를 지운다








정공량, 희망에게

 

 

 

아득함에 지쳐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너를 만나리라

​​사랑하다 지쳐 쓰러져 울 때도

너를 만나리라

멀리서 그러나 더욱 가까운 곳에서

물리칠 수 없는 고통과 이웃할 때

내 설움을 비에 적시고 싶을 때

​​그 때 너를 만나리라

만나서 네가 건네는 한 마디 말에

나는 다시 일어서서 내일로 달려가리라

지친 내 몸, 내 마음 세우며

바람처럼 흘러 흘러서 가리라








이충희, 새치

 

 

 

귀 밑에 돋은 새치를

족집게로 뽑다 객적게 웃었다

 

빳빳하게 곤두선 새치 몇 올을

야멸차게 뽑아내고

앞머리를 쓸어올리니

아뿔싸, 드문드문 박힌 흰 머리카락

새치가 아니고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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