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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ll조회 1109l
이 글은 4년 전 (2019/10/22) 게시물이에요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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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 인스티즈


엄재국, 소포

 

 

 

문득 넘겨받은 아이를 안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집배원이 번지수를 찾듯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내가 내 전생의 행로를 더듬다 반송된 것도 같은

이 수취인 불명의 소포를 열어볼까 하는 사이

발딱이는 심장이며 새근거리는 허파며

간 창자 위장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피부며 눈망울이며 입술의 포장으로 곱게 싸여 있어

그것들 꽉 묶여진 힘이 만들어 내는 세상

이 방긋거리는 웃음의 주소지는 어디인가

발송과 수취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차마 열어 볼 수 없을 것 같아, 열어 보고 있는 것도 같아

아이의 몸 속 가득 담겨 은근히 퍼지는 독 같은

번지를 알 수 없는 죽음이 너무도 생생히 살아 있어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눈 속 이글거리는 죽음에

나는 그저 어찌할 바를 몰라

이게 누가 보낸 소포인지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 인스티즈


이상국, 밥상을 버리며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어느 날 다리 하나가 마비되더니

걸핏하면 넘어지는 그를 내다 버리며

어딘가 갈 데가 있겠지 하면서도 자꾸 뒤가 켕긴다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고 숙제를 하고

좋은 날이나 언짢은 날이나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남들은 다 어떻게 살든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하고 또 하는 잔소리에

아이들은 눈물밥을 먹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누구의 편도 들지 못하고

딱하다는 눈총을 주기도 했지

나는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가족들에게, 실은 나 자신을 향하여

쓸데없는 호통을 치기도 했지

그러나 한 끼 밥을 위하여 종일 걸었거나

혹은 밥술이나 먹는 것처럼 보이려고

배를 있는 대로 내밀고 다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속옷 바람으로 둘러앉아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밥알이 튀어나오도록 웃던 일들을

그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그러나 그가 어딜 가든 나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 인스티즈


최정란, 지하철 손잡이들

 

 

 

삽은 어디로 가고, 자루만 남았다

늦은 밤 지하철 천장에 매달린 삽자루들

보이지 않는 삽날, 하늘 향해 세우고

갑작스런 생의 급제동에도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끝없이 파야 하는 삶의 구덩이들, 밤늦어

빈 좌석이 듬성듬성 생기고 난 뒤에야 비로소

뒷덜미 움켜잡는 운명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선 채로

어디 먼 곳까지 가서, 종일토록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을 파고 온 것일까

단단히 움켜쥔 삽자루 끝까지 전해오던

삽날에 부딪히던 돌멩이의 기억이 얼얼한지

지그시 눈 감은 이마가 찡그려진다

비몽에서 사몽으로 흔들리는 삽자루를

단조로운 두 박자의 춤곡에 맞춰 밟는 허공의

스텝 넘어, 끊어질듯 이어지는 꿈속으로

보이지 않는 삽들이 어둠에 파놓은 별들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

내릴 역을 놓치지 않아야, 내일 다시

저 삽자루를 잡고 삽질할 것 이라는 듯

아침부터 삽자루를 잡았던 차가운 손이

굳은살 박힌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얕은 잠의 끈을 바투 잡는다, 열차가 어느

가파른 모퉁이를 둥글게 휘며 돌고 있는지

규칙적인 추운동이 일제히 커진다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 인스티즈


이민하, 베스트셀러

 

 

 

토마토는 붉고

침이 고인다 깨물지 않아도

어둠이 닳도록 핏발을 모으는 관중과

 

한 장 한 장 혀를 넘기며

입에서 입으로

시대(時代)에서 시대(詩代)

갈라 터지는

 

입맞춤과 시치미의 논란 속에서

사랑

그 영원한 표절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 인스티즈


이인원, 편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 있나, 라고

도매금으로 싸잡아 말해 버리는

사랑의 시옷도 모르는 무감각들과는 놀지 말자

아니, 맨날 저만 젤 아픈 줄 아는

새끼손가락보다 더 조그만 것들도 붙여주지 말자

두루뭉수리 벙어리장갑 속, 불공평의 소란스러움을

산소처럼 마시며 살고 있는 우리끼리 놀자

바위를 덮어 누르고 의기양양해진 보에게

가위가 대들어 간단히 요절내고

단숨에 보를 요리해 치웠던 가위가

찍소리 못한 채 바위에 깔려 뻗어 버리는

그 시끌벅적한 온기가

언 손 녹이는 힘이 되는 것까지 훤히 알고 있는

열이면 열, 각양각색으로 아파 본 사람만 여기 붙어라

잠시 좋아라 날뛰어도 내버려두고

다 끝장난 듯 낙심해도 상관치 말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처럼

마음 기울어지는 쪽으로 더 세게 흘러가는

그 편차의 힘으로 하여 피돌기보다 뜨거운 사랑은

오늘도 유전(流轉)되고 있다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시던 분도

엄청나게 편애를 하시더라

편애라는, 심장이라도 쪼개놓을

그 어마어마한 낙차의 물줄기를 두려워한다면

사랑이란 큰 바다에는 결코 다다를 수 없으리라

그대여

이제 누군가가 소름끼치도록 사랑스러울 때

깨물어주고 싶어, 라고 말해 버리는

그 근질근질함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감염되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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